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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브라질 편이다

On June 04, 2020

취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다뤄야 할까. 대대적인 봉쇄령에도 사람들은 일상을 지속한다. 베란다에서 글을 쓰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저항과 논쟁을 이어가고, TV 쇼에 문자 투표를 한다. 팬데믹 시대에도 라이프스타일은 지속된다. 세계 12개 도시의 기자들이 팬데믹 시대의 삶을 전해왔다. <모노클> <뉴욕타임스> <아이콘> <TAZ>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그넘> 기자들이 전해온 21세기 가장 암울한 순간의 민낯과 희망의 기록이다. 지금 세계는 이렇다.

 São Paulo
신은 브라질 편이다
브라질 방송국은 자국의 옛 영광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리얼리티 경쟁 방송은 기록적인 투표율을 기록하고, 골칫덩이였던 모터보이들은 사회의 유익균 역할을 맡았다. 급변하는 사태 속에서 국민은 ‘신은 브라질리언’이라고 소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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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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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동안, 런던에 있는 임페리얼 칼리지는 48개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감염률이 가장 높으며, 감염자 한 사람당 평균 2.81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고 한다. 공원, 쇼핑몰, 그리고 대부분의 상점은 두 달째 문을 닫았다. 상파울루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파울리스타 대로도 텅 비었다.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려 했으나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맹공격은 앞으로 몇 주간 가속화될 전망이다. 브라질 정부는 더 엄격한 봉쇄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미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러스의 전염력과 그로 인한 불확실성은 사회 곳곳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예상치 못한 놀라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아이르통 세나(Ayrton Senna)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 않는 가운데 브라질 TV 방송사들은 죽음 이후 신화적인 존재가 된 국민 영웅 아이르통 세나의 오래된 포뮬러1 경기와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재방송하기 시작했다. 세나의 레이싱 퍼포먼스, 1994년과 2002년 월드컵 결승전 같은 경기들 말이다. 두 경기 모두 극적인 스토리로 우승했고, 많은 관중을 끌어모아 오랫동안 잊고 있던 브라질의 자존심을 회복시켰다. 사상 처음으로 브라질의 ‘텔레노벨라(TV 드라마)’는 중단됐고, 5년 혹은 10년 전 나라가 성장하던 때에 녹음된 오래되고 행복을 주었던 오페라들이 재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한 가장 큰 문화적 변화는 인기 있는 예술가들의 생방송이다. 수천만의 사람들이 유튜브를 통해 집에서 브라질 컨트리 뮤지션 ‘세르타네주스(Sertanejos)’의 공연을 시청한다. 생방송은 5시간에서 8시간이며, 톱스타는 노래하면서 요리하고 집안일을 하는 등 자신들의 친밀한 일상을 유례 없는 수준으로 소상히 보여준다.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빅 브라더 브라질>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한 주 동안 15억 표를 투표해 게임에서 탈락할 참가자를 선택했다(각자가 여러 번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기네스북에 포함될 엄청난 숫자에 도달했다). 브라질 국민은 어떤 면에서는 집 안에 갇혀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을 찾고 있다. 우리 모두 갇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브라질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 배달원 ‘모터보이’는 그동안 무모하고 위험한 주행으로 빈축을 사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시 매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모터보이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시민은 모터보이에게 의존하고 있다. 모터보이는 음식, 약품, 그 외 거의 모든 것을 구해준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직업은 안전해 보인다. 팬데믹 사태 이후 실업자 수가 1백만 명 증가했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2천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미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 또한 지금까지 브라질 인구 10만 명당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다. 과학자들은 브라질에서 의무적으로 맞아야 하는 결핵 백신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추측한다. 아니면 브라질 사람들이 “신은 결국 브라질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신의 가호일지도 모른다. 바이러스 대유행의 끝이 어떤 모습일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신도 학자들도. 결국 시간이 지나야 알게 될 거다.
WORDS 브루노 가라토니

Bruno Garattoni 브루노 가라토니
브루노 가라토니는 브라질 최대 과학 기술 잡지인 <슈퍼>의 에디터다. 그는 상파울루에서 지내며 달리기와 여행, 철학 공부를 즐긴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하자 상파울루 거리는 텅 비었다. 그는 변해버린 도시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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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다뤄야 할까. 대대적인 봉쇄령에도 사람들은 일상을 지속한다. 베란다에서 글을 쓰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저항과 논쟁을 이어가고, TV 쇼에 문자 투표를 한다. 팬데믹 시대에도 라이프스타일은 지속된다. 세계 12개 도시의 기자들이 팬데믹 시대의 삶을 전해왔다. <모노클> <뉴욕타임스> <아이콘> <TAZ>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그넘> 기자들이 전해온 21세기 가장 암울한 순간의 민낯과 희망의 기록이다. 지금 세계는 이렇다.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김성지
GUEST EDITOR
정소진
ASSISTANT
김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