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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는 여전히 뜨겁지만

On June 02, 2020

취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다뤄야 할까. 대대적인 봉쇄령에도 사람들은 일상을 지속한다. 베란다에서 글을 쓰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저항과 논쟁을 이어가고, TV 쇼에 문자 투표를 한다. 팬데믹 시대에도 라이프스타일은 지속된다. 세계 12개 도시의 기자들이 팬데믹 시대의 삶을 전해왔다. <모노클> <뉴욕타임스> <아이콘> <TAZ>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그넘> 기자들이 전해온 21세기 가장 암울한 순간의 민낯과 희망의 기록이다. 지금 세계는 이렇다.

 Los Angeles
LA는 여전히 뜨겁지만
할리우드와 태양의 도시 LA에도 재난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할리우드 리포터> 출신 연예 산업과 패션 전문가 긴즈버그가 혼돈 속 LA가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들, 오히려 나아진 것에 대해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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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다운’ 6주 전, 할리우드에서 가장 화려하고 힘 있는 배우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럭셔리 브랜드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모였다. 4개월 동안 이루어진 시상식 시즌 중 정점을 찍는 이 행사는 끊임 없는 심사와 파티, 프리미어, 리무진, 스타일링, 헤어 및 메이크업 등으로 큰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불과 한 달이 조금 지나자, LA는 진정한 유령 도시로 변했다.

날이 따듯해지면 운동, 하이킹, 스핀 수업을 포함한 야외 활동을 절대 놓치지 않는 LA 사람들은 체육관의 트레이너도 태양 아래 탄 피부를 검진해줄 피부과 전문의도 없이 집에 머물러야만 했다. 북적대는 것으로 유명한 이 도시는 휴식기에 들어갔다.

다른 미국 도시들과 비교할 때, LA의 라이프스타일은 건강하고 위생적인 편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가 ‘록다운’을 시작한 첫 번째 주였다. 폭식, 낮술, 티셔츠와 스웨트 팬츠 입기, 머리 감지 않기 등 지루한 활동으로 가득한 나날이 시작됐다. LA 시민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선 “오, 안 돼! 체중이 늘고 있어!”라는 격렬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2주 후, LA 사람들은 집에서 느긋하게 바나나 빵 굽기, 취할 때까지 와인 마시기, 샤워 건너뛰기, 끝없는 넷플릭스 시청, 아마존 프라임 및 HBO 시청 같은 일상을 반복했다. 줌 미팅(비대면 미팅)을 위해선 약간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이 필요하지만, 아래는 여전히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다. 식료품점에 입장하는 건 하나의 사회생활이 되었다. 주민들은 약 2m 간격으로 선 채 45분을 기다려야만 한다. 들어가면 휴지, 소독제, 청소용품, 시리얼, 파스타, 통조림, 냉동 피자 및 아이스크림 코너는 텅 비어 있다. 점원은 말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잖아요.” 다음 주가 되자, 마스크는 흔해졌다. 처음엔 단지 가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LA 사람들이 곧 꽃무늬, 깃발 패턴, 레오퍼드 무늬의 마스크를 조달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글라스까지 더해 얼굴은 완벽히 가려졌다.

당연하게도, 할리우드 제작은 가장 먼저 중단되었다. 진행 중인 영화, TV 쇼,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모든 것들이. 이는 한동안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영화가 나오지 않을 거라는 의미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인 <노 타임 투 다이>는 개봉이 보류되었고, 모든 상영관은 폐쇄되었다. 할리우드 경제는 주말 박스 오피스의 <캣츠>만큼 빠르게 침몰했다. 이제 극장 소유자들은 스트리밍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어받을까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오스카는 출품작에 대한 규정도 변경했다.

샌타모니카 해변은 폐쇄되고 팰리세이드 공원이 도시의 울타리를 쳤다. 베니스 해변의 머슬 비치조차 폐쇄되었다. 차량이 폭발 수준이었던 산 비센테대로에서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녔다. 기온이 24℃를 넘어가자 사람들은 도로 분리대에서 밤낮으로 피크닉을 즐기기 시작했고, 젊은이는 거리에서 소규모 운동을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던 행인이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어린 요가 수행자는 소리쳤다. “사진은 안 돼요!” 이 도시에서 최소한 몇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 ‘디바는 언제나 디바다’라는 말처럼, 팬데믹 사태에도 이곳 주민의 특성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한편, 주민은 어딜 가나 보이는 경찰차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중이다. 다음으로, 죽어가는 경제의 징후가 나타났다. 베벌리힐스의 가장 고급스러운 백화점인 니만 마커스는 파산을 선언했다. 새로운 식당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테이크아웃 서비스와 배송이 시작됐다. 마르가리타와 마티니 같은 칵테일까지 배달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희망은 있다. 교통체증이 사라졌다. 뿌옇던 LA 하늘이 맑고 파랗게 변했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게시하는 스타들도 우리와 같은 처지인 듯하다. 지미 키멜, 세스 마이어스, 존 올리버, 제임스 코든 및 지미 팰런은 방구석 방송을 시작했다. 그들의 아이들과 반려견도 출연했다.

또한 모델들은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없이 혼자서 화보를 찍었다. 마침내 우리는 유명인의 민낯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 LA는 뜨거운 햇빛만큼이나 자욱한 담배 연기와 수많은 매체, 거짓된 겉모습과 화려한 포장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전염병으로 인한 격리는 방탕하고 싫증난 LA 사람들로 하여금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전의 삶에 새삼스러운 감사를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WORDS & PHOTOGRAPHY 메를 긴즈버그

Merle Ginsberg 메를 긴즈버그
<할리우드 리포터>의 시니어 기자였던 메를 긴즈버그는 현재 패션 저널리스트이자 <LA 매거진>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심사위원이자 패션 디자이너 서바이벌 <론치 마이 라인>에서 전문가로 출연하기도 한 그녀가 할리우드와 패션 산업의 중심지에서 유령 도시가 된 LA의 현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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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다뤄야 할까. 대대적인 봉쇄령에도 사람들은 일상을 지속한다. 베란다에서 글을 쓰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저항과 논쟁을 이어가고, TV 쇼에 문자 투표를 한다. 팬데믹 시대에도 라이프스타일은 지속된다. 세계 12개 도시의 기자들이 팬데믹 시대의 삶을 전해왔다. <모노클> <뉴욕타임스> <아이콘> <TAZ>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그넘> 기자들이 전해온 21세기 가장 암울한 순간의 민낯과 희망의 기록이다. 지금 세계는 이렇다.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김성지
GUEST EDITOR
정소진
ASSISTANT
김인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