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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분단의 나라

취재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다뤄야 할까. 대대적인 봉쇄령에도 사람들은 일상을 지속한다. 베란다에서 글을 쓰고,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고, 저항과 논쟁을 이어가고, TV 쇼에 문자 투표를 한다. 팬데믹 시대에도 라이프스타일은 지속된다. 세계 12개 도시의 기자들이 팬데믹 시대의 삶을 전해왔다. <모노클> <뉴욕타임스> <아이콘> <TAZ> <내셔널 지오그래픽> <매그넘> 기자들이 전해온 21세기 가장 암울한 순간의 민낯과 희망의 기록이다. 지금 세계는 이렇다.

UpdatedOn June 03, 2020

 Madrid
고립과 분단의 나라
팬데믹 이전부터 스페인 사회는 분열과 논쟁으로 가득했다. 전염병이 퍼진 이후에도, 고립된 상황에서도 담론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항의가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을 뿐이다. 양극화된 사회에 감금된 사람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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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공식적으로 경보가 발표됐을 때, 나는 이곳에 머물지 말아야 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헬싱키를 향하고 있었지만, 회사로부터 예정보다 일찍 돌아올 것을 지시받았고 나는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3월 14일 토요일, TV에서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봉쇄령을 공표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함께 막아낼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세계 다른 곳에서는 격려의 표현이 될 수 있는 말이지만, 이 나라에서는 마치 비아냥처럼 들렸다. 스페인 국민에게 단결을 요구하는 건 소젖을 짜러 갈 때 자몽 주스를 요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양립할 수 없는 진영으로 분열하는 경향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어떤 유행병도 이 경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스페인 사람들이 신문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문 하단의 연재 소설일 뿐이다. 어쨌든 지금 공공장소에 모이는 것은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수 이념을 가진 저널리스트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방송 출연은 자택에서 원격으로 이루어졌고, 저널리스트 옆에는 반나체의 여성이 널브러져 있었다. 심지어 그 여성은 그의 부인도 아니었다. 개인 사생활이 공개되는 현상은 방송 윤리의 문제로 이어졌다. 이후 사건 속 중심 인물 세 명이 참여한 인터뷰, 신문, TV 토론 등에 사건을 지지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며 논란은 확대됐다. 하지만 정부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반발하는 자들과 지지자들 간의 분쟁이 시작됐다. 중심을 잃은 정부는 결국 전염병에 대한 봉쇄 조치가 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후 봉쇄 해제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경계가 느슨해지며 전염병이 급증했다.

이러한 분열은 스페인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쳤다. 보건 노동자들과 격리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행된 ‘집단 박수갈채’도 타격을 입었다. 정부가 새로 시행했거나 선언한 정책에 반발하는 여러 시위가 비슷한 형태로 등장하며, 박수 소리는 잊혀갔다.

시위는 조리 기구로 금속 냄비를 두들기며 소음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카세롤라다스(Caceroladas)’라고 한다. 냄비 시위라는 뜻으로 확실히 박수 소리보다 크다. 시위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최대치의 볼륨으로 재생하거나, 냄비를 두들기며 노래를 불렀다.

개인적으로 정부의 정책에 맞서고 격리 생활의 따분함을 깨부수는 냄비 시위를 지지한다. 또 소셜 미디어의 누드 사진과 각종 셀피들이 지루한 격리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이 시점에서 속옷만 입은 채 자신의 SNS에서 라이브 영상을 선보인 한 중년 기자가 떠오른다. 격리 중이던 그는 자신의 SNS 피드에 적나라한 슬립을 입고 창밖을 내다보며 몽환적인 포즈를 취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 아래에는 ‘됐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어제 난 울면서 잠들고 말았어’라는 글이 있었고, 그의 피드는 감금에 항의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었다.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슨의 정신분열증에 대한 개념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없다.

다행히도, 내가 지금껏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 덕택이다. 그녀는 ‘진짜 바이러스는 우리다’ 혹은 ‘포옹과 키스가 그립다’ 등의 문구를 입에 담은 적도 없다. 사실상 통화할 때도 오직 두 가지에 대해서만 대화하려고 애쓴다. 그녀의 요가 연습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현 상황이 진저리 난다는 이야기. 우리는 이 점을 반드시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내 기사에서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중요성에 대한 따분한 내용은 최대한 피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다룬 것 중 성공적인 게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집에서 만취하라는 힌트를 주었고, 둘째는 성적인 콘텐츠로 유명한 영화 목록을 추천했다. 음주와 포르노, 두 가지가 감금된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향유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문화다. 현 상황으로 인해 스페인 사람은 문화가 자신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하지만 정부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며 문화계 지원을 중단했다. 이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이틀간 사람들은 디지털 미디어에 문화 콘텐츠를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단력은 결국 묵살돼버렸다.

내가 이 글을 쓸 때 정부는 ‘뉴 노멀’이라고 하는 재정비 계획을 알렸다. 이 계획이 어떻게 구성될지 명확히 하지 않은 채. 경험에 의하면, 정부 새 정책이 좋을 리 없음을 알지만, 이를 걱정하는 이는 없어 보인다.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친구들과 술 마시며 즐길 수 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언제쯤 풀려날 수 있을까? 그래서 미완성인 상태로 남겨둔 모든 것들을 되찾는 꿈을 꾼다. 예를 들면, 헬싱키, 너와 나 사이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게 있어.
WORDS & PHOTOGRAPHY 이안코 로페스

Ianko López 이안코 로페스
이안코 로페스는 <아이콘> <베니티 페어>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 등에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다. 주로 예술 관련 칼럼을 쓰지만 영화나 문학, 여행과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기도 한다. 스페인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그 또한 격리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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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이예지, 김성지
GUEST EDITOR 정소진
ASSISTANT 김인혜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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