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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 OF THE YEAR 77

HIP OF THE YEAR 01~10

힙이란 무엇인가. 2019년 <아레나>는 힙하다는 곳들을 찾아다녔고, 힙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힙한 삶을 취재했다. 열한 권의 책을 만들고, 연말이 되어서야 겨우 ‘힙’의 함의를 이해하게 됐다. 우리가 올해 보고 느낀 가장 ‘힙’한 것들을 꼽았다. 지금도 힙이 한철이다.

UpdatedOn December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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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RHOSPACE)

©노경(RHOSPACE)

 1  변종 건축 | 세 그루 집

언젠가부터 요즘 건축은 표피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표피가 깔끔하면 디테일 있고, 생경한 재료를 쓰면 신선한 아이디어며, 아예 없애면 순수한 물성이다. 이런 상황이 불편했던 건축가 김재경은 콘크리트 매스와 표피에서 벗어난 건축을 찾다 ‘공포(栱包)’에 주목했다. 나무 기둥과 처마 지붕을 구조적으로 연결하는 공포는 동아시아 목조 건축의 백미다. 이런 요소가 강철, 유리, 콘크리트 등 새로운 건축 재료와 구조에 밀리지 않고 오히려 서로 엮이며 21세기 건축의 일정 지분을 갖는다면 어떨까. ‘세 그루 집’은 그 상상의 결과다. 여기에서 공포는 스스로 기둥이며 지붕을 견디는 구조물이다. 비현실적으로 이질적인 세 그루의 ‘진화 공포체’는 컴퓨테이션 디자인에 올라타 전통 형식을 깨며 형태적 자유를 얻었고, 목조 건축의 암묵지적 비밀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으로 대체됐다. 급진적으로 진화한 목구조가 현실 속 외벽, 지붕과 결부된 이 가정집은 감히 흉내 못 낼 ‘변종 건축’의 성과다.
WORDS 전종현(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PaTI>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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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여행 앱 | 033매거진

국내 지방 여행을 떠날 때면 현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에 범람하는 광고성 여행 정보 대신, ‘현지인만 가는’ 맛집과 볼거리에 대한 정보는 그들의 입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033매거진은 강원도 강릉으로 떠날 때 알게 된 앱이다. 강릉 출신의 대표가 친구 두 명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 만든 ‘더웨이브컴퍼니’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강릉에 사는 젊은이들의 눈으로 강원도를 소개한다. 실제 주민이 꼽은 지역색이 묻어나는 공간 소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담아 앱 자체가 훌륭한 ‘현지 가이드’가 되어준다.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해 아직 콘텐츠 수는 많지 않으나 로컬에 대한 고민을 담은 순도 높은 내용에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강원도 바닷가를 따라 우후죽순 생겨난 공간 말고, 강원도의 진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WORDS 권아름(<럭셔리> 피처·리빙 에디터)

 3  골목 | 연희동

화려하게 빛나다 그만 저버리고 마는 골목들을 보고 있자니 동네나 골목에도 새로운 유형의 힙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방문하는 유희의 대상이 아닌 생활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는 골목. 이른바 ‘근린생활형 힙한 골목’ 되시겠다. 정주하는 동네의 골목이 힙함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상성’을 표방해야 한다. 이를테면 식당이나 카페는 인테리어 측면에서나 식음료의 관점에서 매일같이 방문해도 질리지 않는 맛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올해의 힙한 골목은 일상이 살아 숨 쉬는 연희동(서울 서대문구)이라고 주장해본다.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의 절묘한 배합을 통해 세련된 몰세권을 선사하는 ‘사러가쇼핑센터’, 퇴근 후 잠시 머물러 책 한 모금에 칵테일을 곁들일 수 있는 ‘책바’, 부엌의 결핍을 달래주는 ‘연희동칼국수’ ‘피터팬 1978 베이커리’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골목에는 은은하면서도 생활에 밀착된 힙함이 존재한다. 아울러 해가 질 무렵이면 단독주택 사이로 뻗은 골목을 따라 너나 할 것 없이 반려견을 이끌고 걷는 주민들의 느긋한 발걸음이야말로 이 동네만의 멋과 여유를 보여주는 상징이 아닐까. 현대 한국인 모두가 동경하는 안온한 일상이 이 골목에 있다.
WORDS 강필호(<아는동네> 편집장, 어반플레이 아카이브랩 팀장)

 4  좋아요 | 달걀

올해 초 인스타그램 계정 ‘월드 레코드 에그(@world_record_egg)’에 평범한 달걀 사진이 올라왔다. 코멘트에는 ‘함께 세계 기록을 세우고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반응을 얻자. 그리고 카일리 제너가 세운 세계 기록을 경신해보자’는 도전적인 발언을 했다. 카일리 제너가 2018년 2월 6일 갓 태어난 자신의 딸 사진을 게시하며 1천8백만 개 이상의 월드 레코드 ‘좋아요’ 기록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 기록은 1년여 만에 덩그러니 달걀 하나 있는 사진에게 내주게 됐다. 업로드된 지 열흘도 채 안 돼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게시물로 등극한 것. 이에 카일리 제너는 달걀을 아스팔트 바닥에 흘리는 게시물을 올리며 귀여운 복수를 했다. 세계 기록을 깬 달걀 사진은 현재 ‘좋아요’가 5천3백만여 개까지 늘어났으니 단순 해프닝치고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GUEST EDITOR 김성지

  •  5  호텔 | 더 플라자 호텔

    이미 서울에는 호텔이 많다. 그럼에도 새로운 호텔은 계속 생겨나고, 오래된 호텔은 리모델링으로 변신을 꾀한다. 루프톱에 수영장을 설치해서 관심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치열한 호텔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을 매혹하는 요소일 것이다. 더 플라자 호텔은 미식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국내 미식 신을 이끄는 젊은 스타 셰프들에게 레스토랑을 내주었다. 츄성뤄 셰프의 중식당 ‘도원’, 모던 한식을 선보이는 신창호 셰프의 ‘주옥’, 유러피언 파인 다이닝을 보여주는 이준 셰프의 ‘디어와일드’, 프렌치 퀴진인 이영라 셰프의 ‘르 캬바레 시떼’, 박준우 셰프의 디저트 카페 ‘더 라운지’로 구성됐다. 젊고 창의적인 한국의 다양한 미식을 경험하는 것. 더 플라자 호텔이 내세운 가치는 명확하고도 예리했다.
    EDITOR 조진혁

  •  6  콘돔 | 생 로랑

    생 로랑이 콘돔을 출시했다. 유르겐 텔러가 찍은 캠페인 ‘러브 어페어’의 연장선으로 발매한 제품이다. 반짝이는 검은색과 금색, 레오퍼드, 얼룩말 패턴 등 각기 다른 6가지 디자인의 포일 커버로 만들고 중앙에는 로고를 박았다. 생 로랑 콘돔은 공개되자마자 SNS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패션 브랜드가 콘돔을 출시한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토록 예쁘고 다양한 디자인은 없었기 때문에. 파리 생토노레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새로운 콘셉트 스토어 생 로랑 리브 드와(Rive Droite)에서만 판매한다는 점도 이 제품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가격은 2유로. 리브 드와에 발을 디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힙’한 콘돔을 한 움큼씩 집어 들었다. 빈손으로 매장을 나선 이는 거의 없었다.
    EDITOR 윤웅희

 7  런웨이 | 2020 S/S 자크뮈스

그의 취향은 정말 지독하리만큼 서정적이고 코끝 찡한 낭만으로 넘실댄다. 자크뮈스는 데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엽서처럼 보이는 장소를 원했다. 그리고 이 장면이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혹은 크리스토의 현대 미술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자크뮈스의 고향인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 라벤더로 채워진 향긋한 언덕. 이번 컬렉션의 주제이기도 한 ‘Le Coup de Soleil(내리쬐는 태양)’을 고스란히 조명 삼아, 라벤더 언덕 이맛자락 넘어 움푹 파인 작은 마을까지 핑크빛 런웨이가 리본처럼 길게 늘어졌다. 그의 바람대로 딱 그렇게, 한 장의 엽서처럼 간결하고 우아한 서사가 가득한 장면.
EDITOR 최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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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브랜드 비주얼 | 마르니

프렌체스코 리소가 이끄는 마르니는 훨씬 더 자유롭고 다채롭다. 젊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소재와 디자인은 물론, 브랜드의 관점과 미학을 보여주는 방식에서도 그렇다. 2019 F/W 시즌부터는 아예 공식 캠페인을 없애고, 여러 아티스트들과 브랜드를 다양하게 해석하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택했다. 마르니는 이러한 작업을 통역(Interpret) 또는 반영(Reflect)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중 하나가 안드레아 아르테미시오(Andrea Artemisio)와 함께한 2019 F/W 남성복 비주얼이다. 공사 인부와 안전모, 작업 도구 사진 위에 로고를 얹은 이미지는 그간 우리가 봐온 브랜드 캠페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슈퍼 모델이나 셀러브리티, 심지어 마르니 옷 한 벌 없이 어떤 ‘순간’이나 ‘정서’를 브랜드 안으로 신선하게 편입시킨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힙’ 아닐까? 프란체스코 리소의 세련된 아이디어가 새로운 마르니를 구현하고 있다.
WORDS 노지영(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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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BIT

 9  모델 | 수민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남자 모델이 부쩍 늘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 바로 수민이다. 스핑크스 고양이를 닮은 강렬하고 독특한 얼굴, 말랐지만 단단하고 이상적인 몸, 당차고 힘 있는 걸음걸이. 지구의 모든 멋쟁이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컬렉션 기간에 그는 누구보다 확실히 존재감을 알렸다. 올해 1월 열린 2019 F/W 시즌 닐 바렛 런웨이와 6월에 열린 2020 S/S 시즌 에르메네질도 제냐 쇼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물론, 피티 워모 기간에 진행한 2020 S/S 지방시 남성 컬렉션의 첫 모델로 등장한 것. 어떤 쇼의 처음 혹은 마지막 순서에 선다는 건 모델에게는 일생의 기회. 대부분의 (그것도 전 세계의) 모델이 그 기회를 잡지 못한 채로 커리어를 끝내는 현실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수민의 성과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WORDS 안주현(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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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SFX | <애드 아스트라> 달에서의 카레이싱

특수효과는 으레 SF 영화에서 진가가 발휘되기 마련이고,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애드 아스트라>는 그런 기대를 완벽히 충족시킨다. 주인공 로이(브래드 피트)가 우주 안테나에서 추락하는 오프닝부터 현실감을 부여한 영화는 무중력 상황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들로 승부를 건다. 종종 회자될 만한 명장면으로, 달에서 로이 일행이 우주 해적의 습격을 받는 장면(카 레이싱)은 단연 최고다. 이 장면은 데스밸리 국립공원(모하비사막)에서 촬영되었다. 영화는 달에서 총을 쏘거나 전복 사고가 일어나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한다. 실제로 달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 순 없지만, 과학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어쨌든 이 놀라운 추격전 덕분에 ‘로이의 오디세이’는 <지옥의 묵시록>(1979)의 정찰선처럼 뇌리에 각인된다.
WORDS 전종혁(영화 평론가)

HIP OF THE YEAR 77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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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아레나> 편집팀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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