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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밤은 맛있다

거친 남자, 오세득

On May 29, 2014 0

일이 끝나면 밥집은 모두 문을 닫은 시간, 셰프들은 늦은 저녁 겸 야식을 먹으러 어디론가 발길을 옮긴다. 최근 거침없는 입담으로 주목받는 오세득 셰프와 함께한 심야의 토크 타임.

맛있는 것 찾아 전국 어디라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오세득 셰프는 맛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심야에 급번개를 친다. 통영에서 아침을 먹기 위해 새벽까지 차를 몰기도 하고, 아예 휴가를 내고 제주도에 내려가 며칠 내내 신선한 해산물을 실컷 즐기다 오기도 한다.

거침없는 입담에 터프한 외모 때문에 술꾼으로 오인받기도 하지만, 사실 술은 약한 편이다. 술자리에서는 끊임없이 안줏발을 세우며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평소 자주 가는 심야의 맛집이 어디냐는 사전 질문에서 오세득은 제주도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울 맛집을 물어보는 질문에도 통화 내내 제주도만 얘기해 기자를 당황하게 만든 오세득 셰프. 통제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그와 함께 밤의 맛집을 찾았다.

묵직한 편애, 그는 제주도민이다

결국 약속 장소로 정한 곳은 상수역 근처에 위치한 탐라식당. 제주도 향토 음식인 몸국, 수육과도 비슷한 ‘돔베기고기’, 제주식 순대를 파는 곳이다. 상이 차려지기도 전에 그의 긴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주도는 진짜 축복받은 지역이에요, 가보셨어요? 거기 해산물이 진짜, 예술이에요, 예술. 서울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들이 그냥 막 바다에 널려 있어. 돼지는 또 얼마나 맛있다고요. 제주도가 물이 좋거든. 그래서 돼지 맛도 좋아.”

제주도에 ‘널려 있는’ 식재료를 찾아 종종 미식 여행을 떠나는 그는 머지않아 제주도에 레스토랑을 차릴 계획을 갖고 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은 좋은 재료에 매우 익숙하고, 또 삶이 바쁘다 보니 있는 그대로 먹는 것에 익숙해 오히려 조리법이 발달하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도전할 분야가 많아 셰프에게는 매력적인 섬임에 틀림없다. 이야기를 이어가다 그가 불쑥 꺼내 보이는 주민등록증. 주소지로 제주도가 적혀 있다. 이미 주소는 제주도로 이전했을 만큼 그의 계획은 진지하다.

식재료가 가진 힘

“해녀분들이 일하는 바닷가에 가면 셰프가 보기에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재료들이 뒹굴고 있는데 그런 걸 막 던진다니까요! 최근 서울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는 제주 ‘달고기’라는 생선을 쓰는 게 유행처럼 퍼졌는데, 거기 해녀분들이 보면 무슨 일인가 싶을 거예요.”

달고기는 영어로 존도리(John dory), 살이 희고 비린내 없이 부드러워 실제 외국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즐겨 쓰는 생선이다.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 메뉴에도 올라 있다. 해외에서는 꽤나 비싼 생선인데 국내에서는 1kg에 만원 선에서 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산에 들어가면 지천으로 널린 산나물만 보세요. 외국에서 취나물 같은 것 한 장 올려 내면 자연의 맛이다 뭐다 호들갑인데 우리는 막 양재기째 버무려서 한 보시기씩 올리잖아.”

요리에 국적이 없어진 요즘, 프랑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도 한식 재료를 구사하는 데 열성적이다. 무엇보다 식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 좋은 식재료를 ‘제대로’만 요리하면 당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내친김에 말 많았던 TV쇼 <한식대첩>의 심사 이야기를 꺼냈다.

1 메밀가루와 선지를 듬뿍 넣어 만드는 제주식 순대. 찹쌀과 당면이 들어간 부드러운 순대 맛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쿰쿰한 내음과 진한 선지 내음에 놀랄 수도 있지만 원시적인 맛과 내음이 매력. 소금이나 막장 대신 간장에 찍어 먹는 것만 보아도 제주도가 ‘뭍’과 얼마나 다른 식문화를 지녔는지 알 수 있다.
2 제주도의 향토 음식 ‘아강발’. 일반 족발과는 다르게 새끼 돼지의 족을 그대로 푹 삶은 것으로 크기가 작아 속살이 많지는 않지만 껍질과 속살, 그리고 연한 뼈까지 통째로 씹어 먹는 맛이 별미다. 간장과 한약재 등으로 만든 진한 양념에 끓이는 족발과는 달리 족 특유의 맛을 살렸다. 거친 제주 음식의 특색이 그대로 드러난다

맛도 말도 솔직하게

그가 논란의 중심이 된 것은 출연자들에게 말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심사 기준을 무엇에다 두었는가 하는 점이다.

“기준은 정말 단순해요. 재료에 맞춰 제대로 된 조리법을 보여주는 거예요.”
“장어와 청국장의 대결, 당연히 사람들은 장어를 귀한 음식으로 꼽겠지요. 그런데 지방질이 많아 그 맛을 장점으로 이끌어내야 하는데 장어를 제대로 요리하지 못해 비린 맛 나는 요리와 은은하게 끓인 청국장 한 그릇 중 무엇이 더 맛있겠습니까?” 맛없는 것은 맛없다, 맛있는 것은 맛있다 솔직하게 말할 뿐이라는 그. 하지만 말을 조금 더 순하게 하는 편이 사는 데 편하지 않을까? “뭐 (주변에) 남는 사람은 남겠죠.”

아직은 그리 친숙하지 않은 프렌치 레스토랑을 부침 없이 꿋꿋하게 이끌어가는 거친 남자, 원론적인 질문을 던졌다. 요리하는 것이 좋은가?

“요리는 창의적이잖아요, 꼭 목공예 같다고 할까. 재료 특성을 이래저래 살피고 요래저래 조리해서 하나의 요리로 탄생시키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내 생각을 넣은 무언가가 즉석에서 만들어지니까요.” 술잔을 비우고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는 그. “또 맛있는 것 먹으러 가야죠.”

일이 끝나면 밥집은 모두 문을 닫은 시간, 셰프들은 늦은 저녁 겸 야식을 먹으러 어디론가 발길을 옮긴다. 최근 거침없는 입담으로 주목받는 오세득 셰프와 함께한 심야의 토크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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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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