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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가와 히데코의 허브 수업

레몬그라스

On September 01, 2015

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올해, 레몬그라스를 처음 화분에서 키워봤다. 바질과 타임 같은 허브에 비하면 그다지 요리에 이용할 일도 없다고 생각해서 주문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매년 봄이면 꽃모종을 주문하는 허브 농장에 레몬그라스의 모종이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일단 모종을 한 개 샀다. 정원의 구석자리에서 키우다 보니 거의 방치한 상태로 둔 채 4개월을 보냈고, 올해는 예년과 달리 비가 오지 않고 태국처럼 습도와 온도가 높아 푹푹 찌는 기후 탓인지 레몬그라스의 키가 1m 이상 쑥쑥 자라버렸다. 레몬그라스라고 하면 태국과 베트남 요리에 빠뜨릴 수 없는 허브다. 

레몬그라스라는 허브를 처음 알게 된 건 90년대에 태국 푸껫으로 여행 갔을 때였다. 묵었던 호텔의 스파에 갔더니 목욕물에 레몬그라스 한 조각과 타이 오키드의 꽃잎이 빽빽이 뒤덮여 있었다. 10분간 몸을 담그고 있으니 스파 관리사가 말하는 대로 시트러스 계열의 상큼한 향이 레몬그라스에서 퍼지며 목욕물에 감돈다. 그 당시에는 태국이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다. 동남아시아 미지의 나라에서 음식을 포함한 모든 것이 첫 경험이었다. 레몬그라스 향이 스며든 물에 스파한 뒤부터, 무슨 향인지 모르는 채 입에 넣었던 거의 모든 태국 요리에 레몬그라스가 꼭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욕조에 떠 있던 것과 똑같이 파 한 줄기 같은 레몬그라스는 태국 커리나 얌꿍 등의 국물 요리에 꼭 쓰인다. 사실 레몬그라스는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는 허브지만 좋아하는 허브 중 하나다. 레몬그라스는 볏과의 다년초 식물로, 가느다란 잎이 여러 줄기로 갈라져 나고, 다 자란 길이는 2m 가까이나 된다.

순수한 야생종이 발견되지 않아 뚜렷한 원산지는 알 수 없지만, 인도 남부나 스리랑카 주위가 원산지일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전통적으로 수천 년 전부터 귀하게 여겨온 식물로, 레몬그라스에는 주로 인도에서 생산되는 동인도형 레몬그라스(Cymbopogon flexuosus)와 서인도 제도에서 생산되는 서인도형 레몬그라스(Cymbopogon citratus) 2종류가 있으며 식용 허브와 허브티, 에센스오일 등으로 수요가 높다. 

현재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중국,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널리 재배된다. 레몬그라스는 레몬 같은 상쾌한 내음이 나며 음식과 음료에 향을 내는 데 쓰인다. 이파리는 허브티의 향을 높이는 데 쓰이고, 줄기의 흰 부분은 동남아시아에서 수프와 볶음 요리의 향을 내는 데 널리 이용된다. 언뜻 보면 흰 파처럼 보이는 줄기 부분은 너무 딱딱해서 긴 줄기에 세로로 칼집을 넣고 향을 끌어내기 쉽게 다시 두드려 깨고 잘게 썰어 이용한다. 레몬그라스 생잎 또한 허브티를 만들 때에는 잎을 가위로 자르거나 손으로 문질러서 향을 강하게 이끌어낸다. 

이번에 소개하는 요리는 레몬그라스의 줄기를 얇게 썰고 마늘과 함께 볶아 향을 내면서 커리가루와 닭고기를 넣어 끓인 간단한 커리다. 태국의 본격적인 커리보다는 좀 모자란 조리법이지만, 코코넛밀크를 더해서 풍성한 맛을 냈다.

히데코표 간단 타이 커리

대사관 셰프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스페인 등 지중해 등지에서 살며 다양한 ‘맛’을 체득했다. 

일본인이지만 한국의 매력에 빠져 귀화하고 지중해의 건강 요리를 기본으로 한 일본 가정식 등을 가르치는 쿠킹 클래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 중이다. 저서로는 <셰프의 딸>, <지중해 요리> 등이 있다.


타이 커리


  • 주재료

    닭가슴살 300g, 가지 큰 것 1개, 레몬그라스 줄기 10cm 1개, 마늘 2쪽, 태국 라임 잎 3장 (라임 껍질 ½개분으로 대체 가능), 레드커리페이스트(커리가루로 대체 가능)·피시소스 3큰술씩, 코코넛밀크·닭육수 1컵씩, 바질잎 ½컵, 설탕·식용유 1큰술씩, 소금 약간

  •  

     

만들기

4인분

|

30분 이내

  1. 1

    닭가슴살은 결대로 1cm 두께로 썬다. 가지는 한 입 크기로 자른다.

  1. 2

    레몬그라스는 세로로 반을 잘라 얇게 어슷하게 썬다. 마늘은 얇게 저민다.

  1. 3

    냄비에 식용유를 넣고 달구어 레몬그라스와 마늘을 볶는다. 레드커리페이스트를 넣고 향이 날 때까지 볶다가 닭고기와 가지를 넣는다. 살짝 볶다가 코코넛밀크 ½컵과 닭육수를 붓고 라임 잎, 피시소스를 넣어 10분 정도 약한 불에 끓인다.

  1. 4

    남은 코코넛밀크와 설탕을 넣고 맛을 보아 소금으로 간하여 5분 정도 더 끓인다.

  1. 5

    마지막에 바질 잎을 넣고 불을 끈다.

  1. 6

    그릇에 밥을 담고 커리를 얹어 먹는다.


지중해의 햇살 담은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전하는 요리연구가 나카가와 히데코가 들려주는 허브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양연주 기자
글&요리
나카가와 히데코(구르메 레브쿠헨)
사진
강태희
디자인
손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