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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새드엔딩

영화감독 김기덕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여성 혐오’ ‘여배우 폭행’ 논란 이후 국내 활동을 멈췄던 그의 사망 소식에 영화계도 침묵했다.

On December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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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1일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향년 60세. 그는 한때 세계 3대 영화제인 칸·베니스·베를린 영화제에서 수상 기록을 세우며 ‘영화계 거장’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2018년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해외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화려한 인생을 누리다 쓸쓸한 말년으로 추락한 김기덕. 그의 사망 소식에 애도의 물결은 일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라트비아에서 사망하다

델피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김 감독은 라트비아 수도인 리가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같은 달 5일(현지 시각) 김 감독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지인들이 현지 병원을 수소문해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2020년 11월 20일께 라트비아에 입국했으며 12월 초부터 몸에 이상 증세를 느껴 병원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입원 직후 병세가 급격히 악화해 입원 이틀 만인 11일 사망했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저 질환인 신부전과 코로나19가 겹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투’ ‘여배우 폭행’ ‘여성 혐오’ 등 연이은 논란으로 국내 활동 휴식기를 지낸 김 감독은 해외로 거취를 옮겨 활동했다. 그는 생전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등을 거쳐 라트비아 휴양도시 유르밀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영주권을 획득해 정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비보를 접한 유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해외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해 장례 절차를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사망한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 화장한 뒤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수순을 따른다. 따라서 시신을 국내로 운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로 국가 간 이동이 복잡한 상황까지 맞물려 유족이 현지로 가기도 쉽지 않다. 이에 유족은 현지 한국대사관에 장례를 위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주 라트비아 한국대사관이 김 감독의 시신을 화장한 뒤 유골을 국내 송환해 유족에게 인계할 전망이다.

국내 송환 후 장례 절차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김 감독의 사망 소식에도 싸늘한 반응을 종합해 보면, 공개적으로 장례를 치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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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이 지난 2012년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았다.

‘거장’에서 ‘미투’ 가해자로…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국내외 반응이 뜨겁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추모의 뜻을 밝혔지만, 대부분은 침묵하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고인의 업적으로 가릴 수 없는 수많은 논란을 의식한 것이다.

영국 출신의 평론가 피어스 콘란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 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고인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그가 촬영장에서 저지른 끔찍한 행동에 대한 언급 없이 위대한 예술가가 죽은 것에 대해 애도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슬펐다. 성폭력의 희생자들을 잊어선 안 된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우성 영화평론가도 “사과는커녕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피해자를 이중으로 괴롭힌 가해자의 죽음을 애도할 여유는 없다. 명복을 빌지 않는 것이 윤리”라고 비판했다.

김 감독을 추모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우도 발생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환갑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라고 추모했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도 “참 외롭게 가시네요. 기덕이 형 잘 가요”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김 감독 논란을 폭로한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자제할 것을 요구했다.

해외에서의 반응은 더 뜨겁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정받았던 고인에 대한 외신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해외에서도 김 감독의 ‘미투’ 논란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했다.

영화 <기생충>의 영어 자막 번역가인 달시 파켓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 2018년 한국 TV에서 김기덕의 미투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방송되면서 수업 때 김기덕 영화를 가르치는 것을 중단했다. 만약 누군가 실생활에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끔찍한 폭력을 가했다면 그를 기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가 천재인지 관심 없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 통신사 AP는 “김기덕 감독이 만든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극찬받았다. 그러나 많은 여성 관람객이 폭력과 성폭행을 과도하게 묘사한 그의 영화를 불편하게 여겼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통신사 UPI도 “폭력적인 예술영화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의 영화에는 정서적·육체적 고문, 동물 학대, 성관계 장면 등이 등장한다. 이로 인해 여성 혐오적인 세계관을 지녔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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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대책 회의를 열고 김 감독을 규탄했다.

‘성추행’ ‘성폭행’ 논란의 타임라인

김 감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지난 2018년 수면 위로 올랐다. ‘미투 운동’이 일던 당시 김기덕 감독에게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김 감독은 지난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연기 지도를 명목으로 배우 A씨를 폭행하고 대본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했다는 의혹으로 2017년 고소당했다. 그리고 이듬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관련 논란을 두 차례 폭로한 MBC <PD수첩>은 김 감독이 신인 배우 등 여러 명의 영화계 종사자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또 여배우와 스태프에게 성적인 행위를 강요하고 주먹을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첫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 김 감독은 MBC, 피해를 주장한 배우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그의 청구를 기각하고 김 감독에게 소송비용까지 부담하게 했다.

논란에 대한 언급 없이 법적으로 대응한 김 감독을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그러나 김 감독은 자신을 규탄한 여성계를 상대로도 억대 소송을 내는 등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를 두고 비판이 일자 김 감독은 국내 여론을 의식한 듯 2017년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을 끝으로 국내 활동을 정리하고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논란에 휩싸인 지 1년 만인 2019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올해 신작 <디졸브>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김 감독은 3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 성적을 낸 유일한 한국인이다. 그는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빈집>으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2011년 칸영화제에서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듬해에는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작품상)을 거머쥐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사진
스플래시 뉴스, 일요신문 DB
2021년 01월호

2021년 01월호

에디터
김연주
사진
스플래시 뉴스, 일요신문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