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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이 출소했다

2020년 12월 12일 오후. 포털 사이트 검색 키워드는 ‘조두순’으로 가득찼다.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기 때문이다.

On December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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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전 방불케 한 새벽 출소 현장

조두순의 하나하나가 모두 화제였다. 조두순이 살게 될 안산 집 근처에는 취재진과 유튜버 등이 몰려들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큰 충돌은 없었지만, 일부 시민은 확성기로 “조두순을 거세하라. 조두순을 안산에서 추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조두순이 착용하고 나온 패딩 점퍼가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해당 업체는 급히 언론에 “옷 브랜드를 가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화제가 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12월 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하던 당시 8살 어린이를 성폭행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입힌 혐의로 구속됐다. 재판 끝에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조두순. 57살에 사회에서 격리된 그는 12년 만인 2020년 12월 12일, 교도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12월 12일 오전 6시 46분쯤, 보안 당국의 삼엄한 보안 속에 관용차를 타고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를 나온 조두순. 보통의 출소자는 대중교통이나 개인 차량을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조두순의 경우 일대일 밀착 감독 대상자인 데다 사적 응징을 공개적으로 밝힌 유튜버 등이 있었던 탓에 관용차를 이용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이동 과정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안 당국의 판단이었다.

그는 교도소에서 나오기 전 발목에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했다. 당초 오전 6시에 출소할 예정이었지만 시위자 일부가 교도소 앞에 드러누워 출소를 반대하면서 일정이 다소 지연됐다. 오전 7시 50분경,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안산준법지원센터(보호관찰소)에 도착한 조두순.

언론에 12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구속될 때와 다르게 흰 백발이 완전히 귀를 덮은 모습이었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카키색 롱 패딩에 청바지 차림의 그는 안산준법지원센터에 신고하기 위해 들어가던 중 “범행을 반성하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에도 취재진에게 동일한 질문을 받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다만 그는 차량 안에서 담당 보호관찰관에게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앞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튜버를 중심으로 조두순에 대한 사적 응징 예고가 잇따른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100여 명을 안산준법지원센터에 배치했지만 다행히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관용차를 타고 안산의 거주지로 이동했을 때도 주민과 유튜버 등 100여 명이 그의 출소에 반발하는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지켰지만 조두순이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경찰이 둘러싸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다만 조두순이 타고 온 관용차는 앞 유리 일부가 깨지고 우측 뒷좌석 문 쪽이 움푹 파이는 등 파손됐고, 차량이 달걀에 맞은 흔적도 뚜렷했다. 경찰은 조두순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앞 유리를 깨뜨리는 등 호송차를 파손한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조두순은 차량 안에서 불안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에서 내릴 때 조두순의 손에 귤이 한 개 들려 있어 “간식을 챙겨준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이에 보안 당국은 “누가 제공한 것은 아니고 전날부터 관용차에 놓여 있던 것이다. 조두순이 불안해서인지 차 안에서 손에 들고 계속 만지작거렸는데 얼떨결에 들고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산의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은 혼란 그 자체였다. 조두순이 관용차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갈 때 30명이 넘는 유튜버는 “거세하라, 안산을 떠나라!” 등을 외쳤다. 일부 유튜버는 조두순의 집 창문과 자신의 얼굴을 번갈아 비추며 “죽여버리겠다.”는 욕설을 연거푸 외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은 조두순 출소 후 마주칠 것을 우려해 안산을 이미 떠난 가운데, 사회적 비난 여론 속에서도 ‘아내와 안산에 살겠다’는 의사를 밝힌 조두순은 경찰의 삼엄한 관리를 받을 예정이다. 출소 후 한 차례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은 조두순. 법원은 출소 사흘 뒤인 12월 15일 조두순의 행동 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법원은 전자발찌 부착과 관련, 검찰이 청구한 특별준수사항을 허가했다.

조두순은 전자발찌 부착 기간인 7년 동안 오전 6시 이후부터 밤 9시 이전까지만 집 밖으로 나올 수 있고, 과도한 음주, 교육 시설 출입, 피해자 200m 내 접근 등이 금지된다. 음주 경우에도 미리 보호관찰소에 음주량과 음주 장소·시간 등을 신고해야 한다. 특별준수사항을 어길 시 관련 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한 인근 주민의 불안과 조두순에 대한 사적 응징 경고를 우려, 경찰은 조두순과 아내의 거주지 출입구가 보이는 곳에 방범 초소를 설치해 24시간 운영한다. 거주지 인근에는 방범용 CCTV를 15대 추가로 설치했다. 안산시는 조두순의 집 주변 야간 조명 밝기를 높이고, 새로 채용한 실무관 등 12명을 24시간 순찰조로 투입해 조두순의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12년 만에 출소, 안산 ‘들썩’

하지만 출소 후 거주지 일대에는 유튜버 등이 몰려들며 여전히 시끄럽다. 2020년 12월 12일부터 이틀 동안 조두순 거주지 골목가에만 150명이 넘는 유튜버, 인터넷 방송 진행자(BJ) 등이 드나든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주민의 신고도 잇따랐다. 경찰에 신고된 유튜버 관련 주민 불편 신고는 70여 건에 달했는데 “시끄럽다”는 소음·소란 관련 내용이 대다수였다.

12월 13일 오전에도 유튜버와 BJ 10여 명이 조두순 집을 찾았다. 이들 중 일부는 “후원을 하면 조두순 집에 쳐들어가 끌어 내오겠다”고 구독자들에게 얘기했다. 현장을 지키던 한 경찰 관계자는 “화제가 되다 보니 많은 유튜버가 찾고 있고 그들끼리 경쟁적으로 방송을 해 충돌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 입건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12월 12일 오후 조두순 집 뒤편 가스 배관을 타고 침입하려던 17살 남성은 주거침입 미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는데, 이를 연행하는 것을 몸으로 저지하려 했던 50대 남성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또 조두순 집으로 들어가려는 행위를 제지하는 경찰을 폭행한 또 다른 50대 남성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방송 경쟁으로 인한 유튜버 간 폭행 사건도 발생했다. 12월 12일 오후 2시 50분쯤 한 유튜버가 조두순의 집 앞에서 짜장면을 먹는 것을 방송하자 또 다른 유튜버가 “이런 것까지 방송하느냐”며 다투다가 몸싸움을 벌였다.

잇따른 충돌에 경찰은 더욱 삼엄하게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유튜버 등을 주택가 밖으로 내보냈고, 골목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신원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등 출입을 적극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상을 불문하고 조두순 거주지 인근에서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저지른다면 예외 없이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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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블레임 룩 ‘당혹’

2020년 12월 12일 네이버 포털 검색어 1위는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였다. 조두순이 출소하면서 입은 패딩 점퍼가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 제품이었기 때문. 조두순은 12월 12일 오전 6시 46분쯤 관용차를 타고 서울남부교도소를 빠져나와 안산준법지원센터로 이동했는데, 이때 언론을 통해 조두순이 녹색 아이더 롱 패딩을 입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조두순이 입은 제품은 아이더 ‘STELOL Z 스테롤Z 공용 다운자켓 DMW18535’으로 온라인 판매 가격이 10만원대다.

이에 놀란 아이더 측은 곧바로 언론에 “끔찍한 아동 성범죄로 국민 공분을 샀던 조두순이 아이더 패딩을 입은 채 출소했다”며 “국민들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저희 아이더는 이번 일로 깊은 유감과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아이더 로고 크롭이나 모자이크를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블레임 룩’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블레임 룩’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 착용한 옷이나 신발 등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뜻하는데, 앞서 2016년 국정농단 때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신었던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 신발이 화제가 된 바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일요신문 제공
2021년 01월호

2021년 01월호

에디터
하은정
취재
서환한
사진
일요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