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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교수의 음식과 윤리

새해에는 같음과 다름의 조화를

On January 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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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새해가 밝았다. 지구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새해는 겨울이고, 북반구의 새해 역시 추운 겨울이다. 그런데 듣자 하니 남반구의 새해는 더운 여름이란다.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새해가 여름일 수 있어? 정말 와 닿지 않아.”라고 말한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겨울 새해에 찬성하는 사람은 동그라미 표시를, 반대하는 사람은 가위 표시를, 찬성도 반대도 아닌 사람은 세모 표시를 하는 것으로 정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예상대로 북반구 사람들은 대부분 동그라미 표시를 했다. 이와 달리 남반구 사람들은 가위 표시를 했고, 적도 지방과 남극·북극 지방 사람들은 세모 표시를 했다. 계절의 구분이 없는 적도는 새해에도 덥고, 무조건 추운 북극과 남극의 새해는 밤낮 어두운 흑야(黑夜)거나, 밤낮 환한 백야(白夜)라서 세모 표시를 한 것이다. 이렇듯 같은 지구인데도 새해의 계절은 지역마다 많이 다르다. 하지만 아무리 다르다 하더라도 새해는 같은 새해다. 

 

한여름의 새해든, 흑야의 새해든, 백야의 새해든…. 어느 곳에서든 새해에 ‘복’을 빌어주는 인사는 하지 않겠는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지는 않더라도, 평소보다 밝은 미소를 주고받거나 평소보다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간에. 그렇다. 새해 인사는 누구나 어디서나 주고받는 의미에서 같으며, 인사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의미에서 다를 뿐이다. 그렇다고 새해에 인사만 하는 민족은 없다. 우리 모두는 새해에도 여전히 음식을 먹는다. 새해니까 평소보다 맛있는 음식을 보다 풍족하게 먹는다. 나름대로 전통 음식도 먹는다. 우리 ‘호모 코레아누스’가 새해에 음식을 나누어 먹듯, 다른 ‘호모 사피엔스’도 새해에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물론 새해의 계절이 다른 만큼 새해 음식도 다르고, 지역과 민족에 따라 전통 음식도 다르겠지만. 새해 음식의 같음에 음식 윤리가 있고 다름에 음식 문화가 있다. 새해를 맞는 마음에 같음과 다름의 조화, 보편성과 다원성의 조화, 음식 윤리와 음식 문화의 조화를 새겨보자. 화이부동(和而不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조화를 목표로 살아보자. 서로 같음에 끄덕이고, 서로 다름에 끄덕이면서, 이 지구에서 함께 존재함에 마냥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해보자.


이런 새해에 걸맞은 음식은 한국인에게는 역시 떡국이다. 왕과 백성이 함께 먹는 떡국. 같음과 다름에 끄덕이며 감사하면서 먹는 떡국. 얇게 썬 떡국이면 어떻고 조랭이떡국이면 어떠랴. 떡국이 싫다면 만두는 어떨까? 고기만두도 좋고 김치만두도 좋다. 같음과 다름을 즐기며 함께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 호모 코레아누스는 겨울 새해에 익숙하다. 원시시대 겨울의 동굴 안에서 폭설 내리는 바깥을 바라보며 새해를 시작하던 DNA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우가 내리는 여름 새해가 더 좋은 호모 사피엔스도 있다. 그러니 다른 호모 사피엔스에게도 손을 내밀자. 인도 친구와 함께라면 손으로 먹어보자. 그 친구가 우리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으려 애쓰는 것처럼. 아프리카 친구가 곤충튀김을 내놓으면 어떻게 하지? 그럴 때면 그 친구도 내가 건네주는 번데기를 맛있게 먹어주었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기꺼이 먹어보자. 서로 다름을 존중할 때 귀한 같음도 존재한다. 이것이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의 본질이다. 인류에게 모든 음식은 선한 것. 새해에는 가리지 말고 먹으면서 같음과 다름의 조화와 심신의 조화를 이루어보자.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자.



김석신 교수는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식품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공 분야의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음식 윤리를 대중에 알려 우리 사회에 올바른 식문화가 정립되기를 바라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김은희 기자
김석신(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