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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식재료와 유로피언 퀴진의 만남 New Local food

On May 30, 2014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식재료의 맛을 새롭게 담아낸 퀴진을 ‘빌스트리트·버거비’의 장지수 총괄 셰프가 선보였다.

모던하게 재해석한 백자는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 판매.

보령 키조개와 제주도 하귤

그 모양이 곡식을 까부르는 키를 닮았다 하여 기폐, 기홍합이라고도 불린 키조개.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그 맛을 ‘달고 개운하다’ 했다. 키조개는 패주, 흔히 조개관자라 부르는 부위를 먹는데 다른 조개에 비해 유난히 크고 부드러우며 투명한 우윳빛을 띤다. 얇게 잘라 잽싸게 구우면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올라오고 탕으로 끓이면 국물 맛이 시원하다. 신선한 것은 회로 먹어도 별미다. 가리비 조개관자에 비해 부드러운 식감은 떨어지지만 크기가 넉넉하고 차지기 때문에 서양식 가리비 요리의 대체 재료로도 즐겨 사용된다. 생으로, 혹은 살짝 익힌 해산물에 레몬즙과 갖은 허브를 넣어 마구 버무린 페루의 향토 음식이자 일종의 페루식 회무침인 세비체로 만들기에 적격이다.

생 키조개관자를 얇게 저며 레몬즙 등 산을 뿌려 일정 시간 이상 숙성하면 마치 불에 가열한 듯, 투명했던 살이 뽀얗게 변하며 감칠맛이 올라오고 산의 신맛이 본연의 단맛을 도드라지게 한다. 흔히 레몬이나 오렌지 등 시트러스 계열의 산을 쓰는데, 이맘때 나오기 시작하는 제주도의 하귤을 더했다. 흔히 ‘나스귤’, ‘국산 자몽’이라 불리는 제주 하귤은 자몽보다 약간 작은 크기에 단맛은 적고 산미가 강하다. 한여름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마다 달려 있는 것이 하귤, 싱그럽고 향이 은은해 청으로 담가 즐기기 좋다. 최근 셰프들 사이에서 새로운 시트러스 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키조개세비체와 레몬퓌레, 셀러리, 하귤드레싱

제철 맞아 달게 차오른 키조개, 우아한 시트러스 향의 제주도 하귤을 더해 혀에 찰싹 감기는 세비체로 태어나다.

질박한 도기와 독특한 유선형의 청자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 판매.

늦은 봄의 풍미, 완두콩

늦은 봄의 풍미, 완두콩 단맛이 뛰어난 완두콩은 삶아서 쌀가루에 버무려 설기로 만들거나 각종 떡의 소나 웃기, 앙금 등 전통 떡과 과자에 즐겨 사용한다. 5월, 햇완두콩이 나기 시작하면 쌀에 섞어 완두콩밥을 해 먹으며 계절의 맛을 즐긴다. 알이 여린 꼬투리는 통으로 삶아 통으로 먹기도 하고 알이 여문 것은 꼬투리째 한 광주리 삶아놓으면 까먹는 재미가 그만이다.

서양에서도 완두콩을 즐겨 먹는데 파스타나 파에야, 샐러드의 재료는 물론 그대로 삶아 각종 메인 요리에 곁들이기도 하고 초여름에는 완두콩을 갈아 차가운 수프로 즐기기도 한다. 완두콩을 갈아 퓌레로 만들면 싱그러운 단맛이 입맛을 돋운다. 이때 완두콩 삶는 시간이 중요한데 덜 삶으면 풋내가 나고 너무 삶으면 색깔도 곱지 않고 맛도 뭉그러진다. 완두콩은 적당히 삶았을 때 단맛이 또렷하기 때문. 완두콩과 달걀을 한 접시에 사이좋게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의 단맛과 감칠맛이 잘 어우러진다.

수란과 완두콩퓌레, 마늘 폼, 풋마늘피클

잘 익은 완두콩은 알맞게 삶기만 해도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단맛을 낸다. 완두콩의 단맛에 싱그러운 민트 잎을 더해 산뜻한 퓌레를 만들어 수란에 곁들였다. 달걀노른자와 완두콩퓌레가 만나 빚어내는 농후함 뒤로 알싸한 향을 내는 마늘 폼, 산뜻한 풋마늘피클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토기를 연상시키는 도자기는 모두 정소영의 식기장 판매.

더 늦기 전에 주꾸미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봄 주꾸미는 알아준다. 몸통 가득 하얀 쌀밥 같은 알이 차 있고 다리는 야들야들 쫄깃하다. 소라 껍데기 속에 웅크리고 살아서 ‘웅크릴 준’자를 써서 준어, 혹은 죽금어(竹今魚)라 부르던 것이 주꾸미가 되었다. 이름과는 달리 그 위세는 당당해서 미식가라면 봄 주꾸미를 놓치지 않는다.

유난히 부드러운 봄 주꾸미는 너무 오래 가열하지 않고 식감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 관건, 재빨리 익혀 내야 하므로 양념을 미리 해놓는 것이 좋다. 주꾸미를 허브에 하룻밤 마리네이드하면 별다른 양념 없이 굽는 것만으로도 본연의 감칠맛과 은은한 허브 향, 야들야들한 식감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새빨간 양념장이라면 봄 주꾸미가 아깝다. 발효된 콩 단백질의 감칠맛 내는 미소를 활용한 소스와 개운하고 알싸한 맛을 내는 펜넬소스가 은은하게 주꾸미의 맛을 받쳐준다.

미소소스를 곁들인 주꾸미구이와 펜넬소스

야들야들 부드럽기가 비할 데 없는 봄철 주꾸미. 허브오일에 하룻밤 마리네이드해 은은한 향을 더한 뒤 그릴링했다. 짭조름한 단맛이 나는 미소소스, 개운한 펜넬소스를 곁들여 동서양의 땅과 바다를 한 접시에 담았다.

우리 땅에서 난 제철 식재료의 맛을 새롭게 담아낸 퀴진을 ‘빌스트리트·버거비’의 장지수 총괄 셰프가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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