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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여자 한복선의 맛있는 시 한 편

유자이고 싶다

On December 13, 2013

햇볕이 좋은 남쪽 지방
둥근 나무로 가지엔 뾰족한 가시
봄엔 흰 꽃에 짙은 향기를 날리고
김장철쯤 늦가을의
애기 주먹만한 샛노란 열매

튼실하니 두들두들 두터운 노란 겉껍질
쌉쌀하고 도톰한 하얀 풀숨 같은
폭신한 속껍질
몸서리치도록 시고 떫은 속살
오미오감이 다 어우러진 신비의 과일

21세기의 여인
유자이고 싶다
고귀함과 화려한 끼 그리고 은장도가 있는
곱게 품고 싶은 기품 있는 여인

시원한 배 채 상큼하고 톡 터지는 석류알
푼주에 옆옆 담고
얌전히 달콤한 귀대접에 꿀물 부으면
살그머니 떠오르는 건지
향기롭고 시원한 유자화채의 멋이다

채 썬 유자 꿀에 재어 두고
유자차고 끓이고
두텁떡 강장 등 후식 만들 때 넣으면
그윽한 옛 음식이다

<밥하는 여자> (2013년, 에르디아)

한복선 선생은
궁중음식의 대가인 고 황혜성 교수의 둘째 딸로 태어난 한복선 선생은 어머니로부터 궁중음식을 사사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이수자이며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삶의 또 다른 혜안을 찾기 위해 동양화와 함께 시 창작을 꾸준히 수학해온 그이는 계간 <문파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해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평생 ‘밥하는 여자’로 살아온 자신의 삶과 철학을 담은 시집 <밥하는 여자>를 펴냈다.

Credit Info

사진
서울문화사 자료실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