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우리 동네 트렌드

애완식물

2020년 내가 사는 도시에선 무엇이 유행할까. 베를린, 파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뉴욕, 방콕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UpdatedOn January 17, 2020

3 / 10
/upload/arena/article/202001/thumb/43806-398237-sample.jpg

 

 


• NEWYORK •
애완식물

 

식물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뉴요커에게 식물 키우기를 권하는 브랜드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 브랜드, 식물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어느 날 뉴욕에 플랜트보이스가 등장했다. 새로운 보이 밴드 이름 같지만, 이들은 지금 뉴요커의 일상 대화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회사인 루티드(Rooted)를 공동 창업한 한국계 미국인 라이언 리와 케이 킴을 가리킨다.

루티드는 식물을 판다. 자신들이 살던 브루클린 아파트에서 식물을 팔기 시작했는데, 파티를 열고 지인을 초대해 식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잘 가꾸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때부터 그들은 알음알음 플랜트보이스로 불렸다. 이후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한 창고를 개조해 매장을 열었고, 1년 동안 큰 성장세를 보이며 맨해튼으로 진출했다. 차이나타운 중심부에 매장을 연 루티드는 뉴욕에서 가장 건강한 식물들을 판매한다.

루티드는 지금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뉴욕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식물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트너 묘목장(원예장)에서 직접 기른 아름답고 건강한 식물을 소비자의 문 앞에 보내고 있다. 물론 흙에 심은 식물 자체를 박스로 배송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행착오도 겪는다. 기존 네모난 박스 포장에서 한 단계 진화한 화구통 모양의 패키지를 만들어 개선할 계획이다. 패키지는 화분으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단순히 식물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집으로 배달하는 서비스일까? 루티드는 조금 특이하다. 직접 옷을 고르듯 상품 페이지의 사진과 설명들을 읽으며 원하는 식물을 골라도 좋지만, 몇 가지 질문을 통해 나에게 맞는 식물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식물을 길러본 경험이 있는지, 방에 햇빛은 얼마나 들어오는지 등에 대답을 하면 나에게 맞는 식물을 보여준다.

질문도 예사롭지 않은데, 방에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가 하는 질문의 객관식 답에 ‘던전 수준’이라든가, 애완동물이 있는가 하는 질문의 답에는 ‘나 자신을 감당하기도 힘들다’라는 묘사도 루티드의 색을 보여주는 데 한몫하고 있다.

좋아하는 식물이 선정되면, 제인, 올리비아라는 이름의 식물들이 등장하는데, 마치 데이팅 앱을 연상시킨다. 루티드에서는 어려운 식물 종의 이름 대신, 식물 하나하나에 사람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다. ‘고무나무’인 피쿠스 엘라스티카(Ficus Elastica)종은 레오(Leo)라는 이름으로, ‘기도하는 식물’이 별칭인 마란타 류코뉴라(Maranta Leuconeura)종은 가브리엘(Gabriel)이라 부른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실비아와 함께 브라질 열대 지역에서 왔고, 달빛 아래에서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상세 설명도 남다르다. 얼마만큼의 햇빛이 필요한지, 얼마나 자주 목욕을 시켜줘야 하는지(물을 준다는 의미), 애완동물과 함께 살면 해로운지, 혼자 두고 긴 여행을 다녀와도 되는지, 넷플릭스 구독 서비스만큼 신경을 안 써줘도 되는지 등 애완동물 입양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루티드는 식물 구입을 ‘감정적인 구매’와 ‘예술을 사는 것’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식물에게 이름과 성별을 부여하기를 권한다. 식물에게 인격과 개성을 입히고, 말을 걸어보라고 한다. 연구를 통해 식물과 나누는 좋은 대화가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하지만, 연관성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루티드는 식물과 대화가 통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킵고잉해보길 권한다. 이젠 식물과 사랑해도 된다.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동네 트렌드 시리즈

우리 동네 트렌드 시리즈

 

친환경적인 삶

플리마켓의 계절

자연에서 답을 찾는 런던 시민

셀프 케어

파리의 스칸디나비아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WORDS 이종헌(여행 칼럼니스트)
PHOTOGRAPHY 루티드(Rooted)

2020년 01월호

MOST POPULAR

  • 1
    엔터테인먼트는 가상 아이돌의 꿈을 꾸는가
  • 2
    영양제 레시피
  • 3
    김은희의 서스펜스와 휴머니즘
  • 4
    이미 떴어?
  • 5
    더 보이즈의 소년들

RELATED STORIES

  • FEATURE

    일본 대중문화는 왜 낡은 미래가 되었나

    일본의 것이 가장 힙하고 새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1998년 한국에 일본 문화가 개방된 후 ‘일드’를 보며 일본어를 익히던 친구들이 있었고, 더 거슬러 가면 오스 야스지로를 비롯한 거장들이 걸출한 작품들로 영화제를 휩쓸던 시절이 있었다. 일본 대중문화는 왜 멈췄을까? 조악한 옷을 입은 아이돌들이 율동을 하는 가운데 K-팝 산업에서 공수받은 JYP의 ‘니쥬’가 최고 인기며, 간만에 대형 히트작의 공백을 메운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완성도는 초라하다. 한국인이 지금도 좋아하는 일본 대중문화는 레트로 시티팝, 셀화 애니메이션으로 대변되는 20세기 버블 경제 시대의 산물일 따름이며 과거의 영광은 재현되지 못한다. 그 시절 꽃피운 <세일러문>과 <도쿄 바빌론>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최신 리메이크작을 찾아본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처참한지 이미지 한 장만으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대중문화는 왜 그리운 느낌 때문에 들춰보게 되는 낡은 미래가 되어버린 걸까?

  • FEATURE

    이미 떴어?

    드라마 주연 자리 하나씩은 꿰찼다. 주목할 신인 남자 배우들에 대한 기대와 근심.

  • FEATURE

    엔터테인먼트는 가상 아이돌의 꿈을 꾸는가

    인간 본체와 아바타 캐릭터가 함께 활동하는 SM 신인 에스파가 데뷔했다. 아주 새로울 건 없다. 일찍이 한국엔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여성 영웅 캐릭터 4인을 K-팝 그룹 K/DA로 데뷔시켰고, 일본에선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가 10년간 인기를 끌고 있으며, AI와 가상현실이 시대의 키워드가 되기 전부터 할리우드는 영화 <아바타>를 선보였다. 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바타의 꿈을 꾸는가? 근미래엔 실제 인간보다 완벽한 가상 아이돌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 FEATURE

    쿠사마 아요이를 보는 세 개의 시선

    1950년대, 기모노에 달러를 숨기고 뉴욕으로 와서 숱한 갤러리의 문을 두드리며 회화부터 설치, 퍼포먼스까지 온몸을 던져 예술가로서 인정받고자 했던 한 여성이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 <쿠사마 야요이: 무한의 세계> 개봉을 기다리며, 큐레이터, 아티스트, 정신과 전문의 3인이 쿠사마 야요이라는 독특하고 대체 불가한 아티스트를 각자의 시각으로 들여다보았다.

  • FEATURE

    2억으로 주식을 샀다

    시인 이우성은 전세 보증금을 빼서 주식에 투자했다. 미리 알았다면 멱살 잡고 말렸을 것인데, 원고를 받고서야 알았다. 주식 시장이 요동친 지난 한 달간 2억원을 굴린 주식계의 큰손, 아니 빠른 손의 주식 투자기다.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많다고 한다.

MORE FROM ARENA

  • SPACE

    각기 다른 매력의 위스키 바 3

    수십, 수백 가지 버번위스키가 한자리에 모였다. 각기 다른 매력의 위스키 바 셋.

  • INTERVIEW

    그냥 초아야

    3년 전이었다. 초아는 무대 뒤로 갔고, 그대로 증발했다. 근황도 없었다. 그리고 때늦은 장맛비처럼 갑자기 돌아왔다. 마음을 비우고 한결 편안해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초아가 겪은 지난 3년간의 심경 변화를 글로 옮긴다.

  • FEATURE

    축복이거나 아니거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크리스마스라고 다를 것 없다. 에디터들이 축복의 밤에 잃은 것과 얻은 것을 고백한다. 담담한 어조로 솔직하게.

  • VIDEO

    2020 A-Awards #디스트릭트

  • FEATURE

    엔터테인먼트는 가상 아이돌의 꿈을 꾸는가

    인간 본체와 아바타 캐릭터가 함께 활동하는 SM 신인 에스파가 데뷔했다. 아주 새로울 건 없다. 일찍이 한국엔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는 여성 영웅 캐릭터 4인을 K-팝 그룹 K/DA로 데뷔시켰고, 일본에선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가 10년간 인기를 끌고 있으며, AI와 가상현실이 시대의 키워드가 되기 전부터 할리우드는 영화 <아바타>를 선보였다. 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아바타의 꿈을 꾸는가? 근미래엔 실제 인간보다 완벽한 가상 아이돌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