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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골라 없애는 '중압자 치료'란

치료 시간 2분, 입원도 항암 절차도 필요 없다. 화제의 암 치료법 ‘중입자 치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지금, 현장 일선에서 환자들과 소통하는 금웅섭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교수를 만났다.

On December 1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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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한국 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연 ‘중입자 치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됐다. 첫 진료 후 한 달 만에 전해진 소식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중입자 치료를 받은 전립선암 환자의 암 조직이 사라졌다는 것. 중입자 치료는 무거운 입자인 탄소 원소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그 에너지를 암세포에 정확히 조준, 파괴시키는 최첨단 치료법이다. 암세포만을 저격해 보다 빠르게 암세포를 없애는 것이다. 3대 난치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폐암·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려 ‘꿈의 암 치료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방사선치료와 비슷한 방식이지만, 중입자 치료를 받은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이 2배 이상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기존 암 치료와는 달리 치료가 빠르고 간편해 환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암 환자를 힘들게 하는 항암 치료 또한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되고, 통원 치료로 진행돼 문의가 폭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전국을 통틀어 단 한 병원에서 중입자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바로 연세대학교의료원(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이다. 지난해 말 총 3,000억여원을 투입해 연면적 약 3만 3,000㎡(약 9,982평)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로 외래 진료·검사·중입자 치료 시설을 갖춘 중입자치료센터를 건립했다. 이로써 세브란스병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전 세계적으론 열여섯 번째로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한 병원에 이름을 올렸다. 이곳에서 치료를 절실히 원하는 환자들과 소통하고, 암으로부터의 이별을 돕는 금웅섭 연세암병원 교수에게 중입자 치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암세포만 골라 없애는 ‘암세포 저격수’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가 시행된 지 약 7개월이 지났는데, 현장 반응이 궁금합니다.
하루 15~20명의 환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아직 성취를 논하긴 이르지만, 환자들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어요.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료를 받았던 환자가 생각나네요.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도 의료진을 믿어줬고, 지금은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어떤 치료법인가요?
중입자의 ‘중’은 무겁다는 의미로, 무거운 입자를 사용해 치료한다는 뜻입니다. 무거운 입자 중에서 탄소 이온을 가속해 암세포에 조준하면, 암세포가 중입자로 인해 여러 가지 반응을 나타내면서 제거되는 원리로 치료가 진행돼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어요. 다윗이 긴 물매 안에 돌멩이를 넣고 돌려서 골리앗의 이마에 명중시켜 골리앗을 쓰러뜨립니다. 다윗이 던진 돌멩이가 곧 중입자인 셈이죠.

치료 절차를 설명해주세요.
3주 동안 주 4회, 총 12번 치료를 한 세트로 진행합니다. 치료 시간만 계산하면 1회당 1분 30초~2분이 소요되죠. 방사선치료처럼 통원 치료로 이뤄지고, 별도의 항암 치료가 진행되지 않아요. 다른 암 치료와 마찬가지로 치료가 끝나면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받게 됩니다. 전립선암은 6개월, 다른 암종은 3개월 주기로 검사가 진행돼요.

다른 치료에 비해 절차가 간단해 상담 문의가 폭주한다고 들었습니다.
하루 최대 400건의 유선 문의가 쏟아졌다고 해요. 그만큼 굉장히 많은 환자가 진료 상담을 원해요. 그러나 의료진의 입장에선 중입자 치료라면 무조건 암을 완치할 수 있다고 생각할까 봐 우려스럽습니다. 상담을 받는 환자들의 첫 번째 공통 질문은 “중입자 치료가 되나요?”예요. 암종과 전이 단계, 환자의 특성마다 권유하는 치료 방식이 다른데 중입자 치료의 장점만 보고 치료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할 때 가장 난감합니다. 특히 치료 시간이 짧아 고통이 감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중입자 치료는 준비 기간만 1~2개월이 소요됩니다.

준비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현재 연세암병원에서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예로 들면, 치료 중 전립선 뒤편에 있는 직장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간격이 생기도록 초기 대처를 해요. 그리고 전립선에 금칩을 삽입해 암세포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죠. 이후 정밀 검사를 통해 금칩의 위치를 특정해 컴퓨터상에서 중입자를 조준해봅니다. 환자의 안전성이 보장되는지 미리 테스트해보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쉬워요. 사전 테스트에서 중입자를 100 정도로 쐈을 때 100이 구현돼야만 실제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금칩이 오차 범위 이상으로 움직일 경우 위치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복잡함이 있죠. 치료 시간이 2분 남짓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준비 과정을 살펴보면 간단한 치료라고 보긴 어려워요.

중입자 치료란?

방사선치료의 일종으로 기존의 화학요법, 방사선치료와 비교해 적은 부작용과 특정 암종 치료 방법으로 기대되고 있는 치료법이다. 탄소 등 무거운 원소의 원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해 그 에너지를 암세포에 조준, 파괴시키는 최첨단 초정밀 의료 기술이다. 암세포를 정조준하기 때문에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방사선치료에 비해 치료 횟수가 적고, 장기간 입원이나 항암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아 일상생활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췌장암, 폐암, 뇌종양처럼 예후가 좋지 않고 대처가 까다로운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중입자 치료는 1994년 일본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2009년 독일에서도 치료가 시작됐다. 현재 전 세계에서 일본과 독일이 중입자 치료에 대해 활발히 연구와 치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의료 기기 분야에서는 대부분이 일본 제품(도시바)일 정도로 일본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월 연세대학교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이 국내 최초로 치료 기기를 도입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하은정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김동환
2023년 12월호

2023년 12월호

기획
하은정
취재
김태이(프리랜서)
사진
김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