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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악플에 괴로워한 고준희 심경 인터뷰

On January 10, 2020

이따금 목소리는 떨렸고 잠시 말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기도 했다. ‘버닝썬 단톡방’의 ‘뉴욕 여배우’라는 오명을 썼던 고준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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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네요. 인터뷰 경험이 적어 걱정이 많았어요. 일주일 전부터 잠을 못 자고 밥도 잘 먹지 못했죠. 저도 모르게 부담을 느끼고 긴장했던 것 같아요.”

이례적인 인터뷰였다. 대개 배우의 인터뷰는 작품 홍보나 종영을 기념하며 진행된다. 그런데 이번 인터뷰는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와 계약을 맺고 새롭게 출발하는 배우 고준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을 둘러싼 루머에 정면 대응하는 것. 뒤로 숨거나 꽁꽁 감추기보다는 터놓고 이야기하는 것을 택한 것이다. 루머의 중심엔 2019년 초 대한민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버닝썬 게이트’가 있다. 이야기는 가수 정준영, 최종훈 등이 속한 ‘버닝썬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시작된다.

지난 2015년 승리가 일본 사업가 접대 파티에 한 여배우를 초대했는데, “XXX 뉴욕이란다” “누나, 또 뉴욕 갔어?”라는 당시의 카카오톡 대화가 한 방송을 통해 공개된 것. 해당 내용이 공개된 후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뉴욕 여배우’로 고준희가 지목됐다. 고준희는 “승리의 사업상 접대에 참석했거나 참석 요청을 받았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그녀를 둘러싼 루머는 일파만파로 퍼졌다. 파장은 컸다. 고준희는 출연 예정이던 드라마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고 광고 활동이 중지됐다. 2013년 이후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오던 그녀는 지난해 4월에 종영한 OCN 드라마 <빙의>를 마지막으로 하루아침에 공백기를 갖게 됐다. 그렇게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멍했어요. 제가 루머 속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상상도 해본 적 없으니까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해요. 추위 속에서 드라마 촬영을 마친 뒤라 따뜻한 이불 속에서 스트링 치즈와 포도를 먹으며 쉬고 있었는데 동창에게 전화가 걸려왔어요. 루머에 대해 이야기하며 왜 아무 대응도 하지 않느냐는 거였죠. 그렇게 제가 루머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녀는 한 방송사에서 ‘버닝썬 게이트’를 다룬 지 5일이 지난 뒤 자신이 루머의 당사자인 것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드라마 촬영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시간을 다투며 각종 의혹이 불거진 ‘버닝썬 게이트’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고. 그녀는 자신을 걱정하는 팬들에게 “아무 일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정확하게 무슨 내용인지 몰랐지만 잘못한 일이 없어 팬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점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하기로 했던 드라마에서 하차 통보를 받았고 광고 등 해외 일정이 중단됐어요.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종영 후 뉴욕에 화보 촬영을 하러 갔었는데, 그 이유만으로 ‘뉴욕 여배우’가 됐던 거예요.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었죠. 길을 가고 있는데 누군가 날 때렸고, 눈을 뜨니 상처를 입은 채로 응급실에 누워 있는데 가방과 휴대폰마저 없어진 것 같았어요.”

대중은 공식적인 대응 없이 활동을 중단한 고준희를 미심쩍게 바라봤다. 당시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종료해 소속사가 없었던 그녀는 직접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개인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저를 ‘뉴욕 여배우’로 유추하는 상황에 눈앞이 캄캄했어요. 논란이 시작된 방송을 봤는데 그 여배우가 저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 없는 것 같았어요. 어떤 증거도 없는데 루머의 당사자로 지목됐고 아무리 제가 아니라고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인 것 같았어요. 배우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죠. 소속사도 없으니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없어 SNS에 글을 올렸어요. 밤새 다이어리에 글을 썼다 지우며 적은 글이었죠.”
 

악플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

그 후 고준희는 변호사를 찾아가 실체 없는 소문과 가해자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32건의 악성 댓글을 단 이들을 고소했고 피의자들은 벌금형 등으로 기소됐다. 주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택했다.

“루머가 퍼지고 한 달이 흐른 뒤엔 하루빨리 소속사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저 혼자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제 일이니까요. 당당하고 떳떳하기 때문에 저 혼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고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차례대로 풀어나갔죠.”

가슴에 난 생채기가 아물기도 전에 행동에 나섰던 것은 그녀가 여배우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부모님이 소중하게 키운 딸이기 때문이었다. 이 일로 부모님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악플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부모님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어요.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요. 엄마는 당시 충격으로 이명 증상까지 생겼고, 가족들은 처음엔 모르는 척하다가 나중에 회사에 들어가 법적 대응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죠. 언제나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부모님이 상처받는 것을 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더 루머에서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죠.”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는 고준희지만 이번 기회에 여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연기하는 것이나 모델로서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은 즐겁지만, 자신이 여배우라서 가족과 지인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하면서 즐겁지 않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 쉬는 동안 ‘내가 이런 직업을 선택해 부모님이 고통받는 것 아닌가’ ‘엄마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서웠죠. 부모님은 “준희야, 쉬어도 돼”라고 말하셨지만 여기서 멈추면 오히려 루머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회피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가려는 이유예요.”

그리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루머를 양성하는 대중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오랫동안 고민한 것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배우나 아티스트는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아요. 어떤 것일지라도 대중의 반응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요. 그렇지만 자신의 언행으로 한 사람의 삶이 흔들릴 수도 있고, 한 사람과 그의 가족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장난으로 쓴 댓글에 연예인들은 큰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연기는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존중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저희를 조금만 더 존중해주시길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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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화보 촬영을 하러 갔다는 이유로 ‘버닝썬 단체 카카오톡 방’의 ‘뉴욕 여배우’가 됐어요. ‘퍽치기’를 당한 기분이었어요. 길을 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날 때렸고 눈을 뜨니 응급실에 누워 있는 것 같았죠. 하루아침에 제 인생이 180도로 뒤바뀌었어요.

치유 후 만난 새로운 인연

고준희는 더 좋은 일이 생기기에 앞서 시련을 겪은 거라고 말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하늘의 뜻이었다는 것. 물론 지금의 생각에 다다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가족과 지인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깨닫고 성숙해지면서 자기애가 커지기도 했다고. 쉬는 동안 새로운 취미를 만들기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있는 자전거가 눈에 띄었고 타고 싶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래서 밖으로 나가 성수동에서 청담동까지 달렸죠. 먼 길을 가는데 사람들이 왜 자전거 전용 의류를 입는지 알겠더라고요. 가던 길을 멈추고 옷을 사서 입기도 했죠. 그 이후 일 처리를 할 때 자전거를 자주 탔어요.”

치유의 시간을 보낸 뒤 새 소속사를 찾아나섰다. 여러 매니지먼트와 접촉하며 믿고 함께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았고, 미팅이나 계약 불발의 과정 등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매니지먼트와 미팅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상대에 대한 정보 없이 말로만 전해 듣고 파트너를 알아보고 판단하는 게 마치 소개팅으로 남자친구를 찾는 것 같았죠. 매니지먼트와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땐 거절당한 느낌이었고요.”

어려운 과정을 지나 마운틴무브먼트와 인연을 맺었다. ‘한류 스타’ 박해진과 김은수, 홍새롬, 김현진 등 신예 배우들이 소속된 회사다. 오래전 광고 촬영 현장에서 박해진을 챙기는 황지선 대표를 보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대표님께선 우리가 만난 것이 운명이라고 말씀하세요. 제가 힘들고 두려워할 때 옆에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며 에너지를 주셨어요. 며칠 전에는 겨울이라 직접 담근 생강·대추차를 선물해주실 정도로 세심한 분이에요. 어릴 때부터 여자 매니저와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그 로망을 이루게 됐어요.”

고준희는 복귀 인터뷰를 시작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천사무료급식소와 함께 직접 무료 급식과 설거지 등으로 손을 보태고, 독거노인들을 위해 내복, 떡 등을 준비해 마음의 온기를 전한다고. 또 MBC 뮤직 예능 <핑크페스타>의 MC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중국의 인플루언서 ‘슈퍼 왕홍’과 함께 K-뷰티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사실 예능 울렁증이 있어요. 작품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불킥’을 부르는 말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를 뷰티에 일가견이 있고 패션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지만 사실 트렌드를 잘 몰라요. 그래서 그동안 비슷한 제안을 받아도 거절해왔죠. 여러 가지로 걱정이 많았는데,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대표님의 조언에 용기를 냈고 도전해보려고요.”

그녀의 뷰티 스타일을 논할 때 단발머리를 빼놓을 수 없다. 단발머리를 한 그녀 사진을 들고 헤어숍을 찾은 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 한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우연히 자른 머리가 그녀의 시그너처 이미지가 됐다.

“드라마 속 캐릭터의 콘셉트를 잘 소화했다는 칭찬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고준희=단발머리’라는 공식을 깨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꼭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어도 언젠가 또 다른 콘셉트를 더 잘 소화하면 새로운 이미지가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유튜브를 통해 ‘고준희의 옷방’을 공개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묻자, 그녀는 한참을 고민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걱정이 앞서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겠어요. 그래도 요즘은 배우에게 멀티플레이를 요구하는 시대니까 기회가 많다고 여겨요. 작품이나 예능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활동을 쉰 만큼 다양한 방면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이르면 올(2020) 상반기에 작품에서 배우 고준희를 다시 만날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활동을 쉬었기에 에너지는 충만하다.

“눈 깜짝할 새에 2019년이란 해가 지나갔어요. 공백기를 채우기 위해 더 많이 활동할 거예요. 우선 연기를 하고 싶어요. 전작이 장르물이라 밝은 이미지의 작품을 찾고 있는데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것이든 좋은 에너지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소원이 하나 더 있다면 엄마가 빨리 쾌유하셨으면 좋겠어요.”

고준희는 인터뷰를 마치며 “과도한 욕심은 없어요. 거창한 목표도, 분노도 내려놨어요. 그저 제가 좋아하는 일을 다시 즐기며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상처가 덧나지 않고 아물길, 그녀가 꽃처럼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이따금 목소리는 떨렸고 잠시 말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기도 했다. ‘버닝썬 단톡방’의 ‘뉴욕 여배우’라는 오명을 썼던 고준희의 이야기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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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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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무브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