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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가 밝힌 14년 만의 스크린 복귀 이유

On January 13, 2020

‘아름다움’ ‘우아함’의 고유명사가 된 이영애는, 그러니까 클래스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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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이영애가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영화 <나를 찾아줘>(감독 김승우)에서 6년 전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를 열연했다. 피폐하고 공허한 마음을 안고 살면서도 아이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역할이다.

사실 이영애는 연기자로서 만개하던 시기에 돌연 사라졌다. <친절한 금자씨>로 파격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는 2009년 갑작스러운 결혼 소식을 알려왔고, 2년 뒤 출산 소식을 전했다. 서울을 떠나 양평에서 엄마로, 아내로 평범한 생활을 해오던 그녀는 한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가감 없이 공개하는 파격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7년에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와 단편 영화 <아랫집>에 출연해 연기에 시동을 거는가 싶더니 최근엔 장편 영화 <나를 찾아줘>에서 물오른 연기를 선보이며 극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만난 이영애는 편안해 보였다. 산소 같은 미모도 여전했다. 동시에 엉뚱하고 털털한 반전 매력 덕분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인터뷰였다.

14년 만에 스크린 복귀

오랜만이에요.
연기에 대한 갈증이 가슴 한편에 있었는데, 집안일과 육아만으로도 바빠서 엄두를 못 냈어요. 14년이나 흘렀는지 저도 몰랐네요. 햇수를 말하니 주변에서 나이 계산을 하더라고요.(웃음)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다시 연기 생각이 간절해졌을 즈음 <나를 찾아줘>를 만났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작품은 꼭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인 감독이지만 10년 넘게 고뇌한 흔적과 탄탄한 내공이 보였어요. 묵직한 울림이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복귀한 촬영 현장인데, 달라진 점이 있나요?
낯선 건 없었어요. 촬영 환경이 좋아져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왔다 갔다 스케줄 관리를 하면서 육아도 할 수 있었고요. 아, 밥차가 맛있더라고요. 집에선 매일 '오늘 저녁에는 뭐 해 먹지?' 고민하다가 '오늘 저녁엔 뭐가 나올까' 기대하는 소소한 재미가 있더군요. 현장이 힘들기보다는 즐거웠어요. 다만 퇴근 후 집에서는 엄마 역할을 해야 하니까 빨리 캐릭터에서 빠져나와야 되겠더라고요. <친절한 금자씨> 때는 집에 와서도 계속 '금자' 생각만 했거든요.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잘 잡기 위해 노력했어요.


감독이 이영애 씨와 작품을 하게 될지 몰랐다며 한동안 어려워했다고 들었어요.
저도 어려웠어요.(웃음) 낯선 사람과 마주하면 편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한배를 탄 사람이라 서로 맞춰가면서 석 달을 지냈어요. 덕분에 큰 문제나 갈등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죠. 오랜만에 현장에서 만난 열정적인 스태프들을 보면서 뭉클한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 첫 만남은 어색했지만 막상 촬영이 끝나니 아쉽고, 뭉클하고, 다시 보고 싶고 그래요.


외적으로 다 내려놓고 연기해야 하는 역할이었어요. 오랜만의 컴백인데 부담은 없었나요?
여배우에게 외모에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은 부담일 수밖에 없어요.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결과적으로 영화 속 제 모습을 보니 피폐하더라고요.(웃음) 한데 주름이 없었다면 저 역할이 어울렸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외모에 보이는 세월의 디테일이 오히려 연기에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헤어나 의상도 한 끗 차이지만, 실력 있는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영화 <친절한 금자씨> 때 호흡을 맞춘 분들과 함께 작업했어요. 관객들은 잘 모르지만 웨이브 하나, 옷의 터치 하나까지,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주셨어요.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한 번 감탄했죠.


최근 한 시상식에 등장해 '얼굴 대상'이라 불리며 화제가 됐다.
잘 봐주신 덕분이죠. 그 3~5분을 위해 서너 시간을 준비했는데 검색어 순위에까지 뜨니 감사하더라고요. '이영애 나이'가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죠. 외국에서 살았으면 숫자가 조금 늦게 변할 텐데 아쉽기도 해요.(웃음) 사실 나이를 이긴다는 게 거짓말이죠. 제가 어떻게 세월을 이기겠어요. 뭐든지 과하지 않게 하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선 시상식 무대는 어땠나요?
너무 긴장했어요. 떨려서 멘트 연습도 많이 했는데 제 순서가 마지막이어서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준비한 멘트의 반 정도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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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풍선 같은 존재예요. 사람들은 "멋있다" "예쁘다"며 하늘 위로 띄워 올리죠. 그러다가 바늘 하나에 터져버릴 수 있는 직업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어요. 요즘엔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걸으면서 비워내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집과 아이들을 공개했어요. 사생활 공개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그런 거 없어요, 저. 심플하게,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걸 좋아해요. 인생 뭐 있어요?(웃음) 재미있게 살면 되죠. 애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거죠. 언제 우리 아이들이 이승기 씨와 육성재 씨한테 노래를 배워보겠어요?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잖아요. 엄마의 마음으로 출연했고, 또 배우 입장에서 영화 홍보를 위해서도 출연했고요.


딸이 연예인이 되겠다면 어때요?
딸은 이쪽 일에 관심이 많아요. 본인이 TV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고 적게 나오면 짜증도 내고요. 분량에 욕심이 있더라고요. 엄마가 밖에 나간다고 하면 예쁘게 하고 나가라고 하고,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이러고 나갈 거야?"라고 물어보기도 해요.(웃음) 반면에 아들은 엄마가 좀 더 옆에 있어주길 바라고요. 그래도 엄마가 없을 때는 스스로 알아서 잘해요.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건 뭐였나요?
제가 주부인지라 아이들 스케줄 맞추기가 힘들었어요. 결혼한 분들은 다 이해하실 거예요. 엄마가 할 일이 많아요. 남편, 아이들 모두 제 손이 필요하죠. 다행히 '아빠 찬스'를 많이 썼어요. 아이들 아빠가 애들 재워주고 놀아주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영화를 위해 스태프들에게 회식도 시켜주고, 선물도 주고 여러모로 많이 도와줬어요.


인터뷰 중간중간 "뭐든 과하지 않게" 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좌우명인가요?
뭐든 과하면 욕을 먹더라고요.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죠. 연기를 할 때 조금씩 덜어내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좌우명까진 아니지만 제 경험에 비추어 20대까지 열심히 달려왔고, 20대 때 연기의 측면에서 과하게 살았어요. 이 역할 저 역할 다양하게 접해 실패도 많이 맛봤고, 그것 때문에 힘들었고 조기 종영도 당해보고 그랬어요. 30대에도 좋은 작품을 만났지만 지나고 보니 힘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경험인 거죠.


늘 '신비주의'라는 말이 따라다녀요.
제가 의도한 이미지는 아니에요. 10~20대 시절엔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어요. 카메라 앞에서만 연기하고 밖에서는 잘 나서지 않았죠. 그랬더니 저에게 '산소 같은 여자'라는 이미지가 남았더라고요. 한데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성격도 바뀌었죠. 한결 편해졌고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그런 것이 연기에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요즘 SNS도 하던데요?
재미있더라고요.(웃음) 한동안 엄마로서 바빴다가 최근에 겸사겸사 시작했는데 초보 티가 나나 봐요.(웃음) 잠이 안 오면 한꺼번에 10장씩 올리고 그러거든요. 그래도 SNS 덕분에 반가운 지인과 인사도 주고받으며 소통 중이에요.


선배 배우로서 어린 후배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인터뷰 전날 구하라의 사망 비보가 있었다)?
이른 나이에 데뷔해 혼란스러운 20대와 30대를 보내며 갈피를 못 잡는 후배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주위에 휩쓸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원치 않은 자리에 와 있게 돼요. 중간중간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연예인은 풍선 같은 존재예요. 사람들은 "멋있다" "예쁘다"고 말하며 하늘 위로 띄워 올리죠. 그러다가 바늘 하나에 터져버릴 수 있는 직업이에요. 저 역시 사회생활을 연예계에서 시작했어요. 어린 나이에 사람들에게 시달리기도 하고, 또 스스로 추스를 수 있는 나이가 안 됐을 때는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죠. 누구나 한 번쯤 겪고 가야 할 질풍노도의 시기가 있어요. 연예계는 좀 더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를 제대로 세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해요.


자신만의 극복 방법이 있었나요?
시간이 지나면 별일 아닌데 당시에는 그게 전부죠. 저 같은 경우는 그냥 혼자 견뎠던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어요. 주로 일로 치유했던 것 같아요. 요즘엔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걸으면서 비워내요.


버킷리스트가 있나요?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거예요. 그리고 노래도 잘하고 싶어요. 제가 우리 애들 덕분에 아이돌에 관심이 많아요.(웃음) 우리 딸이 특히 노래를 좋아해서 덕분에 신곡을 많이 알지요. 제 노래 취향이 좀 젊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요?
일과 가정, 둘 다 소중하지만 아무래도 지금 제게는 그 비중이 가정에 더 있어요. 늦게 결혼했고 아이들도 한창 엄마의 손이 필요한 나이고요.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남편도 일을 하고 있어 집에서도 할 일이 많아요.(웃음) 애를 늦게 낳다 보니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20대 때는 1년에 서너 작품씩 하고 그랬어요. 이젠 가정에서 제 위치도 중요하기에 일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균형 있게 잘 해내고 싶어요. 그런 지혜를 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가정에 충실하다가 좋은 작품을 만나면 남편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잘하고 싶어요.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작품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아름다움’ ‘우아함’의 고유명사가 된 이영애는, 그러니까 클래스가 달랐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굳피플 제공

2020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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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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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굳피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