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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PARIS

섬사람들이 섬을 지키는 법

On May 31, 2019

프랑스의 제주도 같은 섬이자 나폴레옹의 탄생지, 세계적인 갑부들이 바캉스를 보내러 오는 코르시카섬. 이곳 사람들은 섬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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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지켜야 하는 철칙이 있다. 도로에서 가축을 만나면 가축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

관광객이 지켜야 하는 철칙이 있다. 도로에서 가축을 만나면 가축들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


코르시카섬은 공식적으로는 프랑스 땅이지만 코르시카어와 프랑스어를 동시에 사용하고, 마피아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있으며, 그 흔한 맥도날드 하나 없다. 섬이기 때문에 외부인에게 폐쇄적이고 동시에 정체성을 유지해온 것도 있지만, 지중해의 다른 섬들에 비해(제주도에 비해봤을 때도) 코르시카인들은 자신들의 섬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아작시오 공항에서 내려 시내로 들어가는 길. 사방에 코르시카를 의미하는 깃발이 휘날린다. 산길의 커다란 암벽엔 ‘프랑스인은 집에 가라(French Go Home)’는 적대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프랑스어로 된 이정표는 검은 페인트로 지워졌고 코르시카어 이정표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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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카인들은 섬을 지키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왔다. 이정표에서 프랑스어는 검은 페인트로 지웠다.

코르시카인들은 섬을 지키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해왔다. 이정표에서 프랑스어는 검은 페인트로 지웠다.


필자의 프랑스인 남편이 코르시카로 바캉스를 가자고 제안하면서 했던 말은 “코르시카인들은 상당히 인종 차별적이야”였다. 실제로 코르시카에서 벌어진 방화, 호텔 폭파, 도지사 살해, 마피아의 활동 등 언론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던 터다.

정작 필자가 직접 만난 코르시카 사람들은 평범했다. 불친절하지도, 퉁명스럽지도 않았다. 어쩐지 마피아같이 생겨 거리감을 두었던 행인이 나를 보더니 활짝 웃으며 인사할 때는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경관은 또 어떤가.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나타나는 구불구불한 해안길과 산길을 달리면 산과 들, 바다와 하늘이 기이하게 뒤섞이며 경탄을 자아냈다. 좁다란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 방목하는 염소와 소, 말, 돼지 등을 자주 만난다. 봄부터 여름 내내 자유롭게 산 위에서 뛰놀다가 가을철이 되면 목동들이 젖을 짜거나 고기를 얻고, 양털을 깎는다. 모든 낙농법이 수백 년 전부터 해온 방식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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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코르시카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먹거리를 먹는다. 우_5대째 코르시카에서 살고 있는 조제프.

좌_코르시카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먹거리를 먹는다. 우_5대째 코르시카에서 살고 있는 조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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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시카의 인구는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라 달라진다. 2015년 한 해 코르시카를 찾은 여행객 수는 700만 명에 이른다. 필자가 머물렀던 작은 마을 오라(Ora)의 경우 비수기에는 인구가 500명이고, 성수기에는 1만 명이 넘는다. 인구 차가 큰 이유는 많은 외지인이 코르시카에 바캉스용 집을 사뒀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름에만 이곳에서 지내고 도시로 되돌아간다. 대표적으로는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코르시카에서 자주 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본토 프랑스인이 코르시카섬에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 코르시카의 경제 활동은 대부분 현지 씨족 집단들이 강하게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경관을 해치는 외부 투자자들의 개발이나 설치물에 강하게 반발하는 정서도 있다. 프랑스의 호텔 체인인 ‘클럽메드’는 코르시카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현지 마피아들의 폭탄과 방화 공격을 수없이 받았다.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아름다운 해안 도로에 들어선 불법 설치물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코르시카인들은 외부인의 부동산 소유를 금지하는 등 자신들의 섬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활동을 활발히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코르시카 총면적의 1/10은 그 어떤 개발도 불가능한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구역 내부에 있는 어부들의 작은 마을에는 도로가 아직도 나지 않아 여전히 배를 타야 외부로 이동할 수 있다. 그 마을에서 주변을 바라보면, 지금이 21세기인지 아니면 17세기 유럽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섬 밖 사람들이 섬에 들어와 살기 어려운 만큼, 코르시카인이 섬 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다. 가족의 대를 이어 캠핑장에서 일하는 조제프는 “섬을 떠나는 사람은 두 부류예요. 하나는 씨족 집단에서 큰 잘못을 저질러 추방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개천에서 용 나듯 섬 밖으로 공부하러 가는 사람이죠”라고 말했다. 코르시카는 분명 프랑스 땅이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의 프랑스와는 다른 시공간에서 사는 듯했다.

글쓴이 송민주

글쓴이 송민주


4년째 파리에 거주 중인 문화 애호가로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책을 번역했으며, 다큐멘터리와 르포르타주 등을 제작하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프랑스의 제주도 같은 섬이자 나폴레옹의 탄생지, 세계적인 갑부들이 바캉스를 보내러 오는 코르시카섬. 이곳 사람들은 섬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글·사진
송민주

2019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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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하은정
글·사진
송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