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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의 홀로서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막내 서현이 SM엔터테인먼트를 박차고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지난 1년, 그녀는 꽤나 잘해왔다.

On November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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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 지난 12년간 함께했던 ‘소녀시대’라는 둥지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택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누구보다 ‘언니들’을 아끼고 사랑하던 멤버가 아니었던가. 그룹 내에서 막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던 인물도 서현이었고, 멤버 사이에서 늘 챙김만 받았던 그녀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서현은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 앞에서 더욱 당찬 모습을 보였다. 드라마 한 편을 무사히 완주했고 그사이 북한에도 다녀왔다. 모두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혼자 활동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왔어요. ‘소녀시대’를 사랑하고, 언니들이 너무 좋지만 아무래도 그룹 활동이다 보니 제약이 많았어요. ‘소속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들이 짜놓은 계획대로 활동해야 한다는 게 답답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이수만 대표님과 오랜 상의 끝에 SM에서 나오게 됐어요. 다행인 건 모두 제 생각을 존중해주셨고, 제 앞날을 응원해주셨어요.”

당찬 각오로 박차고 나왔지만 사실 몇 달 동안은 아무 스케줄도 없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녀에게 아무것도 없는 텅빈 시간은 어색했다. 서현은 그 시간을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데 썼다.

“활동하면서는 쉬는 시간이 없었어요.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었죠. 목표를 정해놓고 그걸 향해 달려가는 스타일이라 늘 긴장된 상태였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쉴 수 있는 날이 없었거든요. 그게 저를 힘들게 하는 줄도 모르고 말예요. 언제부턴가 ‘이게 과연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소속사에서 나와서 쉬는 동안엔 최대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고’ 있었어요. 그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만났고, 바쁘다는 핑계로 돌아보지 못했던 저 자신을 들여다봤죠.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은 불안하면서도 달콤했어요.”

그렇게 맞닥뜨린 홀로서기는 녹록지 않았다.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 걸 그룹 출신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결정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12년간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을 몰아치듯 경험해야 했다.

“‘소녀시대’로 활동하는 동안에는 멤버들, 매니저, 스타일리스트와 스태프 몇 명과의 관계만 좋으면 그만이었어요. 그런데 혼자 해보니까 그게 아니더군요. 모든 게 인간관계였어요. 제가 살뜰하게 챙기지 않으면 어긋나는 사람들을 챙기는 것, 사소한 하나까지도 제가 다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말 한마디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 그 과정에서 상처도 많이 받았고 그러면서 공부가 많이 됐죠. 결국 지난 1년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아요. 이젠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어요!”

그녀가 내린 결정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지난 2월 평창올림픽 때 방남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올림픽 축하 공연 피날레 무대에 오른 거였다. 그 무대에서 서현은 ‘우리의 소원’과 ‘다시 만납시다’를 불렀다. 그리고 두 달 후인 지난 4월엔 ‘2018 남북평화협력기원 평양 공연’의 MC로 발탁돼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청와대입니다’라면서 전화가 왔어요. 장난 전화인 줄 알았죠. ‘아니 왜?’ ‘나를?’ 이런 의문이 먼저 들었어요.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어요. 국가적인 행사인데 자칫 실수라도 하면 국가 망신이잖아요. 부담스러웠죠. 부모님은 제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셨고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나를 믿고 손을 내밀어주신 분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한번 해보자’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인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다시는 하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잖아요.”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다고 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고 환경도 열악했다. 프롬프터(방송 대본이나 노래 가사를 띄울 수 있는 장치)가 없어 가사도 다 외워야 했았다. ‘잘하려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큰 실수 없이 무대를 마칠 수 있었어요. 두 달 후인 4월엔 평양으로 초대해주시더라고요. 그것도 행사 MC라는 중책을 맡겨주셨죠. 감히 내가 해도 되는 자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잘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제가 어떻게 그런 큰 결정을 단박에 내릴 수 있었는지 신기해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서현이 본 평양은 어땠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건조하고 차가운 분위기는 없었다고 했다. 서현은 평양을 두고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정감 있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평양에서 3일 내내 공연단과 함께 지냈어요. 그들과 손잡고 공연하면서 한층 가까워졌죠. 공연 후 뒤풀이를 했는데 그들이 수줍게 다가와서는 ‘언니~’라고 부르더라고요. ‘이들도 평범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니, 우리 또 언제 만나지?’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평생 못 볼 수도 있는 거잖아요. 평양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닭으로 끓인 뭇국을 먹었어요.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평양은 이제 제게 또 가보고 싶은 그런 따뜻한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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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를 나왔지만 지금도 ‘소녀시대’고 앞으로도 ‘소녀시대’예요.
요즘 들어 언니들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고 있어요. 애틋하고 보고 싶어요.

북한에 다녀온 뒤엔 MBC 드라마 <시간>에 출연했다. 철부지 엄마 때문에 소녀 가장 역할을 도맡아 하고, 동생 대학 뒷바라지 때문에 정작 자신은 대학교를 중퇴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 ‘설지현’을 연기했다. ‘소녀시대’라는 옷을 벗고 배우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기 위해 그녀는 익숙하지 않은 어두운 캐릭터를 선택했다. 과감했다.

“촬영을 마치고 일주일 동안 몸살을 앓았어요. 긴장이 확 풀려버리니 온몸이 아픈 거 있죠! 어느 때보다 감정 소모가 큰 작품이었어요. 가족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좌절,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여인의 절박함을 표현해야 했죠. 어려웠어요. 그래서 선택한 건 서현 자체를 외롭게 해보자는 거였어요. 실제 제 삶을 외롭게 만들어야만 그 감정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철저하고 혹독하게 스스로를 다스렸다. 함께 살던 부모님과 떨어져 지냈다. 친구들도 만나지 않았고 그 좋아하는 ‘소녀시대’ 언니들과의 연락도 줄였다. ‘소녀시대’ 활동을 하면서 이런저런 다양한 활동 때문에 하지 못했던 ‘몰입’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너무 몰입했나 봐요. 친구들이 ‘괜찮은지’ 물어볼 정도였어요. 우울해 보였나 봐요. 그도 그럴 것이 촬영을 마치고 이동 중에 드라마 OST를 들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두어 시간을 미친 듯이 울었어요. 너무 서러웠고, 아팠어요. 작품이 끝난 후에도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몰입해서 그런지 후회가 없어요. 원 없이 연기했거든요.”

이로써 서현은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기자로서는 도약이라는 성과를 얻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상대 배우였던 김정현이 섭식장애, 수면장애 등의 건강 문제로 드라마에서 중도 하차하면서 외적인 잡음도 있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김정현이 서현의 팔짱을 거부하면서 불화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정말 아니었어요. 정현 씨의 개인적인 문제였죠. 하차한다는 이야기는 현장에서 이미 들려왔어요. 근데 사실이 될 줄은 몰랐죠. 설마설마했거든요. 같은 배우의 입장으로는 마음 아프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니까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아마 정현 씨도 힘든 결정이었을 거예요. 하차 후엔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치료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쉬움이 많아요.”

서현은 위기 앞에서 의연했다.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았고 단단하게 중심을 지켰다. 아마 ‘소녀시대’로 활동한 12년이 자양분이 됐을 것이다.

“부담스러웠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커졌죠.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잘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해온 우리의 노력이 이슈 하나로 인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고요. 위기 대처 능력은 ‘소녀시대’ 활동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우리도 겉으론 아무 문제 없이 늘 잘된 것 같지만 실제론 우여곡절이 많았거든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능숙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모든 게 그녀의 선택이었다. 홀로서기를 한 것도, 북한에 다녀온 것도,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스스로의 선택이었기에 고민도, 상처도 응당한 대가인 셈이다. 물론 앞으로도 그녀의 선택은 계속될 것이고, 그에 따르는 결과 역시 의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살면서 한 가장 큰 선택은 ‘꿈’이죠. 어렸을 때 꿈은 피아니스트였어요. 12살 때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가 캐스팅됐죠. 어머니가 ‘공부’를 강요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한번 해보라’고 권해주셨고, 저도 흥미를 느껴 시작한 거예요. 피아노 칠 때 느꼈던 재미 이상의 흥미를 느꼈죠. 하지만 그 한 번의 선택이 제 인생을 이렇게 송두리째 바꿔놓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또 세계가 주목하는 걸 그룹의 멤버로 살았다. 이젠 두 번째 인생을 살려고 한다. ‘배우’로서다.

“연습생 시절부터 연기를 배웠어요. 노래도, 춤도 물론 좋았지만 연기도 재미있더라고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둘 다 하고 싶었어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좀 더 내공이 쌓이면 킬러 같은 강렬한 캐릭터도 연기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소녀시대’로 흘러갔다. “저 ‘소녀시대’ 전 멤버 아니에요. 지금도 ‘소녀시대’고 앞으로도 ‘소녀시대’예요!”라고 말하는 서현. 애정 가득한 목소리와 눈빛이 예쁘다.

“언니들이 드라마 현장에 간식이랑 커피 차를 보내줬어요. 효연 언니는 서프라이즈로 직접 와주었고요. 왜 그랬는지 모르는데 언니를 보고 왈칵 눈물이 났어요. 아마 밑바닥까지 다 보여줄 수 있는 가족을 만난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 들어 서로의 소중함을 더더욱 느끼고 있어요. 떨어져 있으니까 더 애틋하고 보고 싶어요.”

이쯤에서 ‘소녀시대’의 완전체 컴백에 대해 물었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요. 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죠. 저와 수영 언니, 티파니 언니는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조율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도 함께하는 건 변함 없다’는 거예요. 10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에게 맞는 활동 방법을 찾은 것뿐, ‘소녀시대’가 없어지는 건 아니에요. 언젠가는 다시 모일 거예요.”

CREDIT INFO

에디터
이예지
사진제공
한신엔터테인먼트
2018년 11월호

2018년 11월호

에디터
이예지
사진제공
한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