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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에 대하여

지난 1988년 빨간 옷에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우먼센스> 창간호의 표지를 장식했던 모델 윤정. 그로부터 30년 후, 그녀가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On July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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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1988년. 그해 여름에 탄생한 여성지 <우먼센스>의 표지 모델은 당대 최고의 CF 모델 윤정이었다. 1984년 모델로 데뷔한 윤정은 당시 옥소리, 이응경, 서정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톱 모델이었다. 빨간 옷을 입고, 새빨간 립스틱을 발라 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의 모습이 담긴 브로마이드가 서점 벽에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로부터 3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당대 최고의 모델은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딸의 엄마가 됐다.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사는 윤정을 다시 카메라 앞에 세웠다. 세월이 흘렀지만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여전했다. 카메라 셔터가 눌러지는 순간, 그녀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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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페세리코, 슬릿 스커트 라이.


오랜만에 <우먼센스>와 함께한 촬영이에요. 어떠셨나요?
정말 설레었어요. 매달 표지 모델 작업을 했던 20~30대 시절이 떠올랐죠. 결혼하고 나이가 들면서 이제 표지 모델은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시 하게 됐네요.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 떨리기도 하면서 즐거웠어요. 그동안 주부로 살면서 모델 윤정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저 어땠나요? 괜찮았나요? 저는 30년 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거든요. 감춰져 있던 저의 그 시절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긴장했다고 했지만 톱 모델 분위기가 풍기던걸요. 첫 컷을 찍고 현장 스태프 모두가 "예쁘다!"라고 외쳤죠.
그랬다면 다행이에요.(웃음) 그동안 저는 평범하게 지냈어요. 모든 여자가 하는 일을 하면서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했죠. 도시개발업에 종사하는 남편과 공연연출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큰딸을 뒷바라지했고요. 쌍둥이 딸들은 올해 국제고등학교에 입학했어요.


얼마 전 하와이로 가족 여행을 다녀오셨죠. 여행은 어땠나요?
우리 쌍둥이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에요. 입시 준비를 시작하면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가족 여행을 가기 어려울 것 같아 열흘 일정으로 다녀왔어요. 하와이는 푹 쉴 수 있는 휴양지잖아요. 그래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었어요. 큰딸과 쌍둥이 딸들은 액티비티를 즐기면서 보냈고요. 남편과 전 아이들을 지켜봤죠. 오랜만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서 행복했습니다.


'애인 같은 아내' 윤정은 어떤 아내인가요?
음… 글쎄요. 화장품 광고 카피 때문에 지금도 그 타이틀이 따라다니는데, 애인이라기보다는 바가지 긁는 잔소리꾼에 가까워요. 나름대로 육아와 가정, 일의 분배를 잘해왔다고 생각해요. 6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기도 했어요.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면서 틈틈이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죠.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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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셔츠 모두 코스.

원피스·셔츠 모두 코스.

<우먼센스>는 시간 날 때 전화하고 싶은 친구 같은 존재예요. 심심할 때 잡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잖아요.
읽다 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잊고 깨알 같은 정보도 얻어요. 이런 점이 수다를 떠는 편한 친구와 같아요.

30년 전 그날, 그러니까 <우먼센스> 창간호 촬영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사람이 가득한 명동에 있는 한 미용실에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고 촬영하러 갔어요. 빨간색 립스틱을 바르고 머리를 길게 내려뜨리곤 빨간색 옷을 입었죠. 강렬한 이미지였어요. 나중에 듣기론 창간호 표지 모델 후보가 몇 명 있었는데, 제가 표지를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저의 서구적인 외모와 세련된 분위기가 <우먼센스>의 지향점과 잘 맞았다고 해요. 아무튼 온 동네 서점이 제 브로마이드로 빨갛게 물들었던 기억이 나요. 세상에 처음 나온 잡지의 첫 모델이 됐다는 자체만으로 좋은 기운을 받았어요. 그 이후 더 많은 광고의 모델이 됐었거든요.


표지 모델은 그 시대를 대표하는 뮤즈가 차지하죠. 당시 어떤 모델이었나요?
여자 모델이 꿈꾸는 모든 브랜드의 모델을 경험했어요. 커피, 패션, 화장품, 아파트 브랜드까지 그 수를 셀 수도 없죠. 제게 가장 애틋한 광고는 화장품 광고와 커피 광고예요.


당대 최고의 모델이 표지를 장식했던 <우먼센스>가 30주년을 맞았어요.
정말 놀랐어요. 당시엔 대다수 잡지의 이름이 한글이었어요. 그런데 <우먼센스>는 영어로 된 이름을 내걸어 네이밍이 세련된 잡지라고 생각했죠. 여성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잡지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겠죠. 항상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잡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은 언제나 의미가 깊은 순간이죠. 윤정에게 <우먼센스>는 어떤 존재인가요?
시간 날 때 전화하고 싶은 친구요. 심심할 때 잡지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잖아요. 읽다 보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잊고 동시에 깨알 같은 정보도 얻어요. 이런 점이 통화하면서 수다를 떠는 친구와 같은 것 같아요.


창간호 때 촬영한 사진을 보니 30년 동안 미모에 변함이 없어요.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예전에 비하면 모델이 활동하기 편한 것 같아요. 과거엔 보정 기술 자체가 없어 얼굴에 뾰루지가 날까 봐 늘 노심초사했거든요. 그래서 피부에 신경 썼던 것이 이제 와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활동을 중단하고선 피부에 공을 들이지 않았어요. 여느 연예인처럼 열심히 관리하진 않았죠. 그래도 늘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했어요. 나이를 먹을수록 얼굴에 모든 것이 나타나더군요. 기분과 컨디션이 얼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니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해요. 이게 피부를 관리하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아요.


몸매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과거엔 건강을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하거나 일주일에 한두 번 헬스장에 나가 스트레칭을 하곤 했지만 요즘엔 특별히 하는 것이 없어요. 본래 살이 찌지 않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저는 제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요. 늘 "나는 여자다. 충분히 예쁠 수 있다"는 말을 속으로 주술처럼 외우죠. 그 한마디가 마법처럼 작용해요. 마트에 가서 정신없이 걷다가도 예쁘게 걸으려 노력하고, 의자에 앉아 있을 땐 등을 펴고 앉으려고 해요.


첫아이가 태어나고 활동을 중단하셨죠. 톱 모델에서 세 딸의 어머니로 사는 것은 어땠나요?
결혼하고 20년 동안 육아에 전념했어요. 어떤 이들은 자기 인생에서 결혼하지 않은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이야기하던데, 전 엄마로서 행복했어요. 지금도 세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 것만으로 감사해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아이들은 제가 과거에 꽤 유명한 모델이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해요. 그런데 가끔 같은 반 친구 엄마들이 "너희 엄마 엄청 유명한 모델이었어"라고 이야기하면 아이들도 으쓱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 엄마의 끼를 물려받은 따님은 없나요?
듬직한 큰딸은 아빠를 닮았고, 쌍둥이들은 아빠와 엄마를 고루 닮았어요. 세 딸 모두 외모에 관심이 많고, 문화 쪽에 흥미가 있지만 모델을 하겠다고 하진 않아요.


만약 모델을 한다고 하면요?
사춘기 아이들은 스스로의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고 마음만 먹으면 연예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이 아이가 모델로 활동할 수 있는지 등 자질을 살펴볼 거 같아요. 그러나 딸아이의 성향이 모델에 맞지 않으면 엄마로서 회유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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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톱·롱스커트 모두 자라, 스틸레토 힐 모노톡시, 이어링 미스지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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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벨트 모두 미스지 컬렉션.


지난 2014년 대학원 유아교육 석사과정을 밟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잘 마무리됐나요?
그럼요. 늦둥이를 키우면서 아이 돌보는 일에 흥미를 느꼈어요. 사실 쌍둥이를 출산하고 많이 힘들었어요. 쌍둥이는 엄마 혼자 돌보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아이가 하나일 때보다 힘든 점이 두 배로 많았지만 기쁨은 네 배로 컸어요. 모든 아기용품이 두 개씩 있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정말 예뻐요. 현관에 똑같은 신발이 두 켤레씩 놓여 있으면 그 자체로 액세서리가 돼요. 이후에 다른 사람의 아이를 돌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유아 보육기관을 운영하려고 유아교육 석사과정을 시작했던 거예요.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영·유아 인구수가 적어 유아 보육기관을 운영하는 게 녹록지 않다고 주변에서 만류해 꿈을 접었어요.


요즘엔 어떤 꿈을 꾸시나요?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어요. 전 나이가 들었다고 편안하게 지내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집중할 일을 찾고 있어요. 방송이나 연기가 될 수도 있겠죠. 배우 진희경 씨의 추천으로 영화 <써니>에서 민효린 씨가 맡은 '수지'의 어른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어요. 광고 모델로만 활동해 웃는 연기는 쉽지만 우는 연기는 자신이 없어 걱정했는데, 지그시 웃기만 하면 된다고 해서 출연했죠. 영화가 흥행하면서 덩달아 그 장면이 화제가 됐고 관객들이 저를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그때부터 연기에 관심이 생겨 일주일에 2회씩 연기 수업을 받으며 1년을 보냈어요. 그런데 서구적인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연기자로서 활동할 기회가 쉽게 오지 않더군요.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연기에 도전하고 싶어요.


빠른 시일 내에 선생님의 연기를 보고 싶어요. 또 어떤 것에 흥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한 달에 한 두번씩 만나는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가 만날 때마다 시집 한 권을 선물해요. 시간이 나면 시를 한 편씩 읽는데 기분이 전환되더군요. 그리고 친구를 만나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즐거워요. 이게 요즘 저의 낙이에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선생님의 서른 살은 어땠나요?
저는 서른 살에 결혼했어요. 가정을 꾸려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거죠. 어떻게 보면 30이란 숫자하고 인연이 있네요. 이번에도 터닝 포인트가 될까요?(웃음)


셔터 소리와 함께 그녀는 다시 톱 모델 윤정이 됐다. 카메라 앞에서 빛나는 그녀, 윤정은 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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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AVIU by 드페이, 드레스 알렉산드라 그레코 by 소유 브라이덜.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인터뷰
김지은
사진
김외밀
스타일리스트
박희경
헤어
권영은
메이크업
고유경
2018년 08월호

2018년 08월호

에디터
하은정
인터뷰
김지은
사진
김외밀
스타일리스트
박희경
헤어
권영은
메이크업
고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