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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의 교토 벼룩시장

딱 하루 한정 판매. 놓치면 다음이란 없다. 오라! 보라! 즐기라! 진격의 교토 벼룩시장이다.

On January 27, 2017

교토의 벼룩시장에는 문화와 역사와 전통이 있다. 사찰이나 신사에서 주로 열리는데 소풍 온 기분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시장이 열리는 날은 정해져 있으니 교토 여행을 준비 중이라면 참고하자.

교토 라이프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드는 생각은 ‘교토는 숨겨진 볼거리가 더 많은 신비한 곳’이라는 거다. 기가 막힌 풍경에 넋을 잃으면 진짜 봐야 할 숨은 볼거리를 놓칠 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중 하나가 벼룩시장(Flea Market)이다. 벼룩시장이야말로 교토를 완성하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다. 교토에는 크고 작은 벼룩시장이 많다. 그중에서도 4대 벼룩시장으로 꼽히는 장터는 이미 많은 해외 언론에서 소개될 정도로 ‘핫 플레이스’다. 장소도 대개 풍경 좋기로 유명한 사찰이나 신사 내에서 열린다. 고찰에 많은 사람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장을 열게 됐다고 한다. 그 바람 때문인지 소풍을 하며 장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왠지 님도 보고 뽕도 딴 기분이다.

그뿐만 아니다. 벼룩시장 상인, 오고 가는 교토 현지인들이 건네는 따뜻한 인사말에 더 기분이 좋아진다. “오오키니(おおきに).” 교토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인사다. 가게에서 나가는 손님에게 쓰는 인사말인 ‘매번 찾아주셔서 매우 고맙습니다’를 줄인 사투리이다. 무척 정겹게 들린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나는 아침부터 분주해진다. 인근 지역 오사카, 고베 등지에서 원정 쇼핑을 오는 사람들, 평소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교토인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토에는 벼룩시장 달력이 따로 있다. 여러 색으로 표시해 만들어두고 장터에 참가하는 판매자와 그에 맞춰 찾아다니는 현지 구매자들 그리고 일정에 맞춰 교토로 여행 오는 여행객들에게 일정을 알려준다. 가장 유명한 벼룩시장은 매월 8일 열리는 ‘이나바야쿠시 데즈쿠리이치’다.

도심 번화가에서 딱 열한 걸음만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천 년 전에 세워진 고찰 이나바야쿠시에서 열린다. 소규모 상인 20명이 모여 장을 여는데 핸드메이드 상품이 대부분이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식감의 계란말이는 이곳의 명물 중 하나다. 매월 15일에는 1986년부터 열리기 시작했다는 벼룩시장 ‘지온지 데즈쿠리이치’가 열린다. 역시 핸드메이드 상품이 주를 이루는데 판매자들이 붙여놓은 판매 증명서에 믿음이 간다. 장터 초입에서 본 머리핀을 사러 다시 갔더니 이미 팔리고 없었다.

‘핫’한 아이템은 순식간에 팔리니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 벼룩시장의 매력은 젊은 예술가들이 나무나 캔버스에 그린 풍경화와 도예가의 그릇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말만 잘하면 파격적인 흥정도 해준다. 입소문을 듣고 몰려든 관광객과 쇼퍼들 덕분에(?) 이날 하루는 주차 요금이 폭등한다.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앞서 말한 벼룩시장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하지 말자. 21일 ‘도지 고보이치’, 교토 최대 벼룩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의 발길이 더 잦은 곳이다. 벼룩시장 최고 아이템인 빈티지 기모노를 파는 곳부터 각종 골동품 상점,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한 생활용품 숍까지 다양하다.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구경만 하기에도 반나절이 걸린다. 참! 이곳에서만 파는 우동과 오코노미야키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꼭 한 번 맛보도록 하자.

25일에는 ‘스가와라노미치자네’라는 학문의 신이 있는 기타노 텐만구에서 열리는 유명한 벼룩시장인 텐진상이 열린다. 이날은 신사 주변 반경 1km 정도에 있는 가게들부터 바빠진다. 80년 정도 된 개성 넘치는 두부집 ‘교토후 후지노’와 한국 죽을 파는 인심 좋은 ‘라쿠젠’까지, 혼자만 가고 싶은 맛집도 있다. 보물 창고 같은 교토의 벼룩시장. 장이 열리는 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들뜬다. 남편과 아들이 나의 벼룩시장 투어에 동참하겠다고 한다. 자! 오늘도 달려보자. 득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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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기획
이예지 기자
글·사진
김보민
2017년 01월호

2017년 01월호

기획
이예지 기자
글·사진
김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