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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 기자의 푸드 포커스

디저트, 달콤해도 괜찮아

On December 23, 2014 0

식문화 관련 다양한 이슈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음식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을 고찰한다. 맹목적인 믿음과 불신을 지양하며 더 나은 ‘맛’과 즐거운 식사를 지향한다.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을 일이 아니라 삼시 세끼 밥상에서 설탕을 줄일 일이다. 이왕 먹는 디저트, 그 달콤한 행복을 누리기로 결심했다면 완벽하게 푹 빠져보자.

초콜릿은 여성들의 웃음 속에서,
그녀들의 입안에서 녹아내리며,
달콤한 맛의 입맞춤 속에서
죽음을 맞는다.
-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 1826

“이 집 디저트는 달지 않아 맛있어.” 사람마다 화나는 포인트가 있고 그 포인트를 누르는 어떤 버튼이 있다면, 기자의 버튼 중 하나는 바로 이 문장이다. 폭신하고 부드럽게 입안을 적시는 쇼트케이크, 아찔하게 녹아드는 초콜릿,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디저트. 그 디저트의 첫 번째 요소가 바로 달콤함인데 디저트가 달지 않아 맛있다니? 맛의 밸런스를 깨트릴 정도로 단 디저트야 완성도 면에서 실패지만, 그 반대로 완성도 차원에서 반드시 어느 정도 단맛을 내야 하는 디저트가 있다. 물론 최근 늘어나는 당 섭취량에 건강을 우려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많은 당 섭취에 대한 화살을 디저트에 돌리는 것은 참으로 일차원적이다. 일상적으로 먹는 우리의 밥, 한식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을 생각해보라. 오징어볶음, 감자조림, 불고기, 떡볶이, 심지어 김치와 깍두기까지 최근의 한국 식탁은 설탕 없이 완성되기 힘들다. 그 이유는 물론 단맛이 ‘맛있기’ 때문이다.

단맛은 여러 가지 맛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원초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혀에 닿자마자 ‘맛있다’고 느끼게 하는 힘, 갓 태어난 아기에게 설탕을 먹이면 웃는다는 말이 있듯이 다 큰 어른도 어떤 음식이든 일단 단맛이 나면 맛있다고 느끼기에 볶음에도 조림에도 하물며 김치까지 어디든 설탕을 넣는 것이다. 매운맛과 단맛으로 범벅된 반찬으로 실컷 당을 섭취한 뒤 디저트 가게에서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는 것은 이상하다.

디저트는 불어로 ‘desservir la table’, 식탁을 깨끗이 치운다는 문장에서 파생되었다. 식사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뜻이다. 코스의 마지막에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습관은 사람들이 ‘단맛’과 ‘짠맛’을 구분할 수 있는, 그러니까 더 문명화된 식문화에서 발생했다. 오랫동안 다른 향신료와 함께 유럽 요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을 차지한 설탕, 특히 중세에 이르러서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17세기 들어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이 식민지 노예사회를 만들어 대규모로 사탕수수밭을 경작하고 정제 설탕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설탕 소비는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설탕 생산과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메인 식사의 요리에서 단맛을 쓰는 일이 줄어들었다.

그 전까지는 비싼 식재료였던 설탕이 대중화되면서 유럽인들이 설탕의 ‘단맛’이 어떠한 것인지 확실히 인식하게 되어 짠맛과 단맛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전까지의 요리가 단맛과 짠맛이 뒤범벅되어 있었다면-그러니까 현재의 대중적 한식처럼-그 이후에는 식사는 짠맛으로, 단맛은 식사 마지막으로 응축해 ‘디저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새로운 요리 관습이 프랑스 오트 퀴진의 기초가 되었으며, 그때부터 관례적으로 메인 코스나 짠 음식 뒤에 나오던 단 음식이 ‘디저트’라는 명백히 독립적인 지휘를 획득하게 된다.

애피타이저와 메인 등의 순서 없이 한 상에 차려지던 옛 양식에서도 가장 먼저 독립한 것이 바로 디저트다. 이렇게 해서 디저트만 만드는 제과 상인이 등장하고, 제과 기술이 그야말로 화려하게 발전한다. 그리고 디저트가 아닌 요리 파트를 담당하는 양식당의 주방에서는 설탕을 아예 볼 수 없게 된다.

반드시 서양식이 옳은 것은 아니지만, 식사에서는 식재료 고유의 맛과 짭짤한 감칠맛, 신맛, 쓴맛 등을 다양하게 경험한 뒤 마지막 후식으로 달콤함을 즐기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다. 우리가 애용하는 대중식당에 대형 포대 설탕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음에도 또 한쪽에서는 ‘달지 않은 디저트’를 찾을 일이 아니라 삼시 세끼 밥상에서 설탕-조청, 올리고당, 설탕에 절인 매실청도 마찬가지-을 줄일 일이다. 이왕 먹는 디저트, 그 달콤한 행복을 누리기로 결심했다면 완벽하게 푹 빠져보자.

식문화 관련 다양한 이슈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음식 콘텐츠가 소비되는 방식을 고찰한다. 맹목적인 믿음과 불신을 지양하며 더 나은 ‘맛’과 즐거운 식사를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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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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