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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유 셰프의 농가맛집 기행, 첫 번째 경북 구미

보리각시

On August 14, 2014

우리 향토 음식에 관심이 깊은 토니유 셰프가 <에쎈>과 함께 방방곡곡 숨은 농가 맛집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 첫 번째 여정은 경북 구미 산골짜기,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푸른 무공해 마을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보리각시’를 찾았다.

무공해 텃밭 채소, 지역 특산품 찰쌀보리로 차린 농가의 맛

생태마을 구미 무을면, 그 안에서도 유난히 물 좋고 공기 맑기로 유명한 딱박골에 위치한 ‘보리각시’, 앞에는 수달이 찾을 정도로 깨끗한 무을저수지가 있고 뒤편은 싱싱한 농작물이 가득한 계단식 논으로 둘러싸여 그야말로 농가 맛집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부부가 함께 새벽이슬 맞으며 가꾼 무공해 텃밭의 채소, 뒷산에 올라 채취한 나물, 인근 지역 특산물로만 차린 밥상은 토니유 셰프가 찾는 투박하지만 순수한 맛 그 자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구미의 특산품인 찰쌀보리를 활용한 메뉴가 주를 이루는데 단순히 보리쌀뿐 아니라 수경재배한 보리순과 볶은 보리새싹가루, 보리고추장과 보리쩜장 등 주인 황순옥씨의 솜씨가 엿보이는 다양한 메뉴를 낸다. 거칠지만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올라오는 찰쌀보리 같은 농가의 맛을 토니유 셰프와 함께 나눴다.

  • Restaurant info.
    메뉴 손맛상 1만5천원, 정성상 3만원
    영업시간 예약운영
    주소 경북 구미시 무을면 안곡리 286
    문의 054-481-3004

토니유 셰프는…
음식을 향한 열정으로 디자이너라는 본래 직업을 포기하고 세계 곳곳을 돌며 요리 기행을 시작,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실전을 통해 요리사로서의 실력을 쌓았다. 최근에는 일 년여간 전국 사찰을 돌며 배운 음식 내공을 담아 퓨전 코리안 퀴진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키친플로스’에서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1 보리죽 볶은 보리새싹가루를 넣어 고소한 맛을 더한 보리죽, 씹을수록 구수한 단맛이 올라온다.
2 돼지감자장아찌와 멜론장아찌, 땡초초피장아찌 보리각시의 자랑 중 하나는 다양한 장아찌. 사박사박한 질감이 일품인 돼지감자장아찌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맵싸한 땡초초피장아찌 모두 직접 재배해 담근 것. 특히 충분히 여물기 전 속아낸 머스크멜론을 사용해 담근 멜론장아찌는 은은히 올라오는 향긋함이 어디서도 맛보지 못하는 별미다.
3 보리 구미의 특산품으로 유명한 무공해 찰쌀보리는 보리 중에서도 찰기가 강한 토종 쌀보리만 골라 개발한 품종이라 밥에 넣어 지으면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4 보리순묵전과 텃밭겉절이 볶은 보리새싹가루를 겉에 묻혀 지진 묵전은 쌉싸래한 맛이 일품, 묵도 황순옥 대표가 직접 주운 도토리로 쑤었다. 텃밭겉절이에 들어가는 푸성귀는 계절마다 달라
살아 있는 계절의 풍미를 낸다.

황순옥 대표와 토니유 셰프의 음식 만담

“경북 구미 일대는 예전부터 맛있는 보리가 나기로 유명했습니다. 옛날에야 보리가 대접 못 받았지만 지금은 추억의 맛을 간직한 순수하고 건강한 음식이 되었지요. 그런 보리를 활용해 장도 담그고 밥도 짓고, 또 매일 보리새싹을 수경재배해 생으로도 즐기고 볶아서 가루 내어 쓰기도 합니다.”

“요즘 유명 레스토랑 셰프들이 보리새싹가루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는데요, 새파란 색의 가루만 알았지 이렇게 볶아 가루로 만든 것은 또 처음이네요. 살짝 볶아 풋내가 없고 고소한 맛이 도는군요.”

“이 주변 지역이 국산 머스크멜론 산지로도 유명합니다. 장아찌는 아직 덜 여문 멜론, 그러니까 다른 멜론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속아낸 새끼 멜론으로 담그는 거예요. 멜론 산지가 아니라면 절대 맛볼 수 없는 그야말로 로컬푸드이지요. 언뜻 참외장아찌하고도 비슷하지만 달콤한 듯 생생한 향에 장아찌물이 은근히 배어들면 아주 별미예요. 멜론뿐 아니라 직접 재배하거나 채취하지 않는 작물들은 모두 이 지역 산물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단골들에게 인기 많은 묵전의 비밀도 보리새싹가루에 있지요. 이 일대에는 상수리나무가 참 많아서 지난가을 도토리를 세 포대는 주워왔지 뭐예요. 그걸 갈아 묵을 쓰니 쌉싸래하니 어찌나 고소한지 덕분에 묵을 실컷 먹고 있어요. 뒤 텃밭에서 자란 푸성귀를 그때그때 따서 살살 묻혀 겉절이로 내면 아주 그만입니다.”

“도토리묵도 쑤고 농사도 직접 짓고 손이 이만저만 가는 게 아니겠어요. 사실 요리하는 모든 이의 가장 큰 꿈은 자신이 직접 재배한 재료로 요리하는 것인데 참 부럽습니다.”

“작물을 직접 재배하다 보니 보람도 보람이지만 하나하나가 기특해서 감자 한 알, 잎사귀 한 장도 그냥 버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철 따라 나는 각종 채소와 나물을 손질하고 갈무리해 장아찌를 담그고 묵나물을 만들어놓지요. 새벽에 거둬들인 작물로 장아찌만 담가도 해가 금방 저물어요.”

“장아찌 종류가 정말 많은데요, 특히 멜론장아찌가 눈에 띄네요. 그런데 멜론 과육으로 장아찌를 담그면 살이 무르지 않나요? 어떻게 이런 식감이 나는지요?”

1 조개젓무침(왼쪽 위부터)
황순옥 씨가 엄선해 들여오는 조개젓갈을 맛깔나게 무쳤다.
고추장물
경남 지역의 향토 음식, 마른 멸치를 볶다가 다진 고추와 국간장을 넣고 졸인다. 입맛 없는 한여름에도 밥 한 그릇 뚝딱하게 만드는 구수하니 맵싸한 맛.
보리순물김치
보리새싹을 올려 싱그러움 더한 물김치.
깻잎찜
언뜻 보면 깻잎장아찌처럼 보이지만 멸치 육수를 자박자박하게 부어 찐 것. 깻잎장아찌보다 짜지 않고 은은하며 깻잎 향이 생생하다.
보리딩겨장
벼나 보리 껍질을 뜻하는 ‘등겨’로 만든 장이라 그 이름 붙은 향토 음식. 보릿겨를 반죽해 청국장처럼 띄워 고추씨가루, 소금 등을 넣고 항아리에 담가 숙성시킨 것으로 언뜻 보기에 막장이나 쌈장 같지만 그보다 쿰쿰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고추나 각종 쌈 채소와 함께 먹으면 감칠맛이 그만.
보리고추장
쌀이나 밀가루가 귀한 옛날에는 흔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보리고추장. 여기에 보리밥을 비벼 먹으면 옛 생각이 나 그 맛이 더 입에 달라붙는다.
2 시래기나물 보리밥과 장, 들깨국
고소하게 볶은 시래기나물 올린 보리밥을 보리고추장, 보리딩겨장에 비벼 먹는다. 고추장물을 비벼 먹는 이들도 있다. 함께 비벼 먹으라고 오색 나물도 내주는데 그 종류는 계절에 따라 바뀐다. 마지막에 청양고추 넣고 끓여 뒷맛이 개운한 들깨국도 곁들인다.
3 ‘손맛상 정식’
시래기 올린 보리밥에 오색 나물, 각종 장과 장아찌, 묵전과 직접 키운 것으로 만든 표고버섯전에 멜론드레싱샐러드, 그리고 보리 먹여 키운 한우인 ‘맥우’로 만든 너비아니까지 한 상이 차려진다. 종류가 많아도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솜씨 좋은 맛이 ‘각시’의 다소곳한 상차림 같다.

“찬찬히 살펴보자니 모두 재료의 순수성은 지키되 자연스런 시간의 깊은 맛이 올라오는 슬로푸드가 주를 이루네요. 그 깊은 맛을 위해서는 역시 장맛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이 집 장맛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희 집 자랑이 보리고추장과 보리딩겨장, 보리점장이에요. 보리딩겨장은 과정 자체가 정성이지요. 보릿겨를 도넛 같은 모양의 작은 덩이로 빚어 불 붙인 왕겨더미에 넣어 하루동안 구운 뒤 청국장처럼 햇볕에 말리고 방앗간에서 곱게 빻습니다. 거기에 검은콩, 메주콩 삶아 더하고 고추씨 넣고 잘 섞어 항아리에 담가 숙성해 먹어요. 아삭한 고추만 찍어 먹어도 별미라 손님들이 자꾸 찾아요. 보리점장은 딩겨장과 집된장을 반반 섞어 볶아내 고소한 맛을 냅니다.”

“보리딩겨장과 보리점장 모두 구수한 듯 투박하면서도 은은한 감칠맛이 일품이네요.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참 귀한 장입니다. 셰프로서 이 음식 하나하나가 얼마나 값진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는 고기가 빠지면 서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요, 고기반찬은 올라가지 않나요?”

“이 지역 특산품인 보리 먹인 한우 ‘맥우’로 만든 너비아니를 올려요. 지방과 살코기 비율이 좋은 채끝살을 숙성해 고기 풍미를 올리고 두툼한 채로 재워 준비합니다.”

“맥우는 처음 들어보는데, 고기가 기대 이상으로 좋은데요! 저도 맥우를 이용해 보리각시를 위한 메뉴를 만들어 보여드릴게요.”

1. 보리각시의 맥우너비아니
“누구나 좋아하는 불고기와 너비아니의 유래를 따라 올라가면 ‘설야멱적’이 나오지요. 눈 오는 밤 화로에 석쇠를 얹어 쇠고기를 구워 먹는다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 자체가 얼마나 기억에 남는지, 손님들에게 꼭 그 맛을 전하고 싶었어요. 보리각시에서는 태운 대파 등으로 은근한 풍미를 낸 간장 베이스의 양념에 재워둔 두툼한 채끝살을 통째로 석쇠에 구워 저며 내는데요, 미디엄 정도로 구워 육즙 가득 신선한 풍미를 내고 야들야들한 맛을 살립니다. 고기 자체의 질이 좋아야 이런 풍미가 나오지요. 그 위에는 하얀 배채를 소복이 올려 저 나름대로 ‘설야’를 표현했어요.”

2. 토니유 셰프의 보리순가루 입힌 설야멱적
“저만의 스타일로 보리각시에 어울리는 설야멱적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알싸한 더덕 향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더덕퓌레로 새하얀 눈을 표현하고 거기에 초록색 보리순가루를 입혀 채끝살을 구웠어요. 생보리순가루를 써서 선명한 녹색과 쌉쌀한 맛을 냈지요. 고기인데도 마치 쑥떡처럼 보이는 것이 재밌죠?. 튀긴 우엉과 보리각시 텃밭에서 나는 도라지꽃 등을 가니시로 더했습니다.”

보리순가루 입힌 설야멱적

에쎈 | 2014년 08월호

  • 주재료

    채끝살 200g, 우엉 40g, 보리순가루 2큰술, 식용 꽃·소금 약간씩, 식용유 적당량

  • 더덕퓌레

    더덕 200g, 양파 ¼개, 우유 ¼컵, 버터 ½큰술, 소금 적당량

만들기

2인분

|

30min

  1. 1

    더덕은 깨끗이 씻어 얇게 어슷썰기하고 양파는 가늘게 채 썬다. 달군 팬에 버터를 두르고 더덕과 양파를 볶다가 양파가 투명해지면 우유를 넣어 뭉근히 끓인다.

  1. 2

    더덕이 부드럽게 익고 우유가 졸아들어 어느 정도 되직해지면 불에서 내린다. 한 김 식힌 뒤 팬에 든 재료를 모두 믹서에 넣고 소금으로 간해 곱게 간다.

  1. 3

    우엉은 껍질째 깨끗이 씻어 얇게 어슷썰기한다. 튀김 냄비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붓고 130℃ 온도에서 우엉을 바삭하게 튀긴다.

  1. 4

    채끝살은 두께 0.3cm 정도로 얇게 잘라 소금으로 간한 뒤 보리순가루를 양면에 고루 묻힌다.

  1. 5

    달군 팬에 식용유를 약간 두른 뒤 채끝살을 앞뒤로 굽는다.

  1. 6

    접시에 더덕퓌레를 모양내 깔고 구운 채끝살과 튀긴 우엉을 올린 뒤 식용 꽃으로 장식한다.

우리 향토 음식에 관심이 깊은 토니유 셰프가 <에쎈>과 함께 방방곡곡 숨은 농가 맛집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 첫 번째 여정은 경북 구미 산골짜기,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푸른 무공해 마을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보리각시’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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