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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시 마요우코 씨의

풀을 꺾는 마음

On July 24, 2014 0

오키나와에서 온 풀 선생님 카와시마 요우코 씨. 생소한 직업을 가진 그녀를 홍대 비건 카페 ‘수카라’에서 만났다. 수줍은 듯 당당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 같은 그녀. 아스팔트 길 사이에 자라는 풀은 어떤 이에게 한낱 잡초일 뿐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약초가 된다고 귀띔한다.

풀과의 인연

카와시마 요우코 씨는 어릴 때부터 묘하게 작고 아담하게 자란 풀에 시선이 갔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도쿄 한복판에 자라는 이름도 모르는 풀들을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풀과 만났고 관심을 가지며 이름을 외기 시작했다. 화려한 꽃보다는, 구부정하게 앉아 관찰해야지만 보이는 작게 핀 풀꽃을 꺾어서 작은 병에 담아두고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천성적으로 몸이 약했던 그녀에게 아스팔트 사이로 자라나는 강인한 잡초가 특유의 에너지를 그녀에게 보냈을지도 모른다.

풀을 눈으로만 즐기다가 문득, 어렸을 때 시골에서 할머니가 뜯어준 풀을 맛있게 먹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음식에 풀을 넣어 먹기 시작했다. 나날이 몸이 건강해짐을 몸소 느꼈고, 풀과 가까운 삶을 살기 위해 사계절 푸른 잎을 볼 수 있는 오키나와로 10년 전 이사했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 더 건강한 삶을 공유하기 위해 풀 선생님이 되었다.

수카라 대표 김수향 씨는 작년에 떠난 오키나와 여행 중에 카와시마 요우코 씨의 풀 수업을 듣게 되었고, 감동 받아 수카라에서 풀 워크숍을 열게 되었다.

카와시마 요우코 씨는 풀과 풀꽃을 꺾어 버려지는 병에 꽂아 테이블을 세팅하고 워크숍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벽에 붙인 엽서는 그녀가 평소 풀꽂이한 것을 찍은 사진으로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풀의 생명력을 얻다

풀 워크숍은 도심에서도 식용 가능한 풀을 구해, 그 풀로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는 시간이다. 수카라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와우산 공원으로 풀을 채집하러 나가기 전 그녀가 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먹는다는 것은 삶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살기 위해 생명을 교환합니다. 쌀과 채소, 풀들…. 오늘도 우리 몸에는 많은 생명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제 곧 풀을 꺾으러 나갈 예정인데, 어린아이의 마음처럼 마냥 신날 거예요. 인류가 슈퍼마켓에서 돈으로 음식을 교환한 지는 100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채집과 수렵을 통해 먹을 것을 구했던 인간 본성이 자극돼 절로 감흥에 취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풀을 꺾다 보면 마음도, 발걸음도 사뿐사뿐 가벼워집니다. 흙을 밟는 즐거움이지요. 풀이 있는 곳은 흙이 있기 마련입니다. 흙(대지)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자라나고, 우리는 흙에서 자란 풀을 먹음으로써 그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 풀을 꺾을 때는 ‘잘 먹겠습니다.’ ‘꺾을게요’라고 인사하고 나서 꺾도록 합시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상의 식물 -물론 아직 알려지지 않는 식물이 더 많지만-은 약 35만여 종이라고 한다. 그중 인간이 재배해서 먹는 것은 약 3천 종이다. 그러면 35만에서 3천을 빼면 34만 7천 종의 식물들이 있는 것인데, 우리는 먹지 않는 그런 풀들을 그저 잡초라고 취급해버린다. 하지만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어떤 이에게는 잡초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이에게는 생명력을 채워주는 약초가 된다.

관심과 여유를 가지면 비로소 보이는 풀들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와우산 공원으로 향했다. 카와시마 씨는 가는 길을 멈춰 누구나 한번 쯤 봤을 개망초를 가리킨다. 워크숍 참가자 중 한 명이 “계란꽃이다”라며 반갑게 외친다. 노란 수술을 중심으로 흰 꽃잎이 동그랗게 감싼 모양이 마치 달걀처럼 보이는 개망초. 모든 야생화가 그러하듯 꽃이 개화하기 전 부드러울 때 먹는 것이 맛있다고 얘기하며, 카와시마 씨는 계속 길을 따라 올라간다. 명아주, 쇠별꽃, 민들레, 꽃마리, 질경이, 개망초, 구절초, 피막이풀 등 깊은 산속으로 가지 않아도 많은 야생초가 와우산 공원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야생초에 대한 관심과 잠시의 여유를 갖는다면, 도심에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야생초들이다.

“같은 풀이라도 자라는 곳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잘 관찰하고, 만졌을 때 감촉을 확인하면서 맛있게 생긴 것을 채집하세요. 풀을 많이 접하다 보면, 수십 가지의 풀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저의 몸 상태에 따라 몸이 원하는 풀과 마주치게 되는 거죠. 그 풀을 따서 먹으면 제 몸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 밸런스를 맞춰줍니다.”

풀은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대가를 치루지 않는다고 해서 먹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을 채집하거나, 뿌리까지 뽑지 말라고 당부한다. 뿌리가 남아 있으면 야생초는 해마다 같은 계절에 같은 장소에서 자라날 수 있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풀을 기억하고 어디에 서식하는지 알아두면 필요할 때마다 요긴하게 채집할 수 있다. 풀에 벌레가 많이 붙어 있는 것은 풀의 기력이 쇠한 것이기 때문에 꺾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독풀을 피하고, 제초제를 뿌린 곳인지 아닌지 확인한 뒤에 꺾어야 한다. 독초는 잎이나 줄기를 혀끝에 살짝 대었을 때 톡 쏘는 맛이 나거나, 피부에 묻었을 때 가렵고 따갑거나 반점이 생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란색 꽃인 애기똥풀은 독초이므로 피한다.

풀 이야기

개똥쑥 당뇨와 고혈압 예방에 좋은 개똥쑥은 독성이 오르지 않는 단오 전에 채집한다. 개똥 냄새가 나서 개똥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는 만큼 독특한 향이 나는데, 각종 풀과 함께 튀기면 향긋한 맛으로 입맛을 돋운다. 또 말려서 차로 우려 마시면 몸에 이롭다.

민들레 생명력이 강해 시들지 않고 겨울을 나는 민들레는 우리나라 지천에 깔려 있다. 민들레 잎을 먹으려면 꽃자루가 나오기 전의 것을 뜯고, 꽃은 오전에 핀 것을 채취해 바로 이용한다. 꽃은 식초를 넣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무침을 해 먹고, 잎은 샐러드나 무침으로 먹는다.

질경이 풀밭,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경이. 한방에서는 질경이 잎을 차전이라 부르며 약재로 사용하는데, 설사를 멎게 하고 간 기능을 활성화한다고 전한다. 죽이나 국에 넣어 먹을 것은 얇고 보드라운 잎으로 뜯는다.

명아주 생명력이 강한 명아주는 어디에서든 잘 자란다. 어른 키를 훨씬 웃돌아 뿌리째 뽑아내어 잔가지를 다 쳐내 지팡이를 만들 정도다. ‘청려장’이라 불리는 명아주 지팡이는 짚고 다니면 신경통과 중풍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야들야들한 명아주는 흰 가루를 털어 내고 끓는 물에 데치면 시금치 맛이 난다. 살짝 데쳐 무쳐 먹는다.

쇠별꽃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는 쇠별꽃은 도심 공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철은 봄이지만 햇볕이 드는 곳에서 잘 자라 1년 내내 찾아볼 수 있다. 특별히 손질할 것 없이 데쳐서 된장국에 넣어 끓이거나, 양파, 잔새우와 함께 튀김을 만들면 맛있다. 기름진 맛과 잘 어울리므로 무침을 할 때 땅콩과 함께 무친다.

달개비 담백하고 맛이 좋아 풍뎅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달개비. 닭의장풀이라고도 하는데, 생명력이 질겨 마디가 땅에 닿기만 해도 금방 뿌리를 내린다. 초여름에서 가을에 자라는 것을 채집하는데, 줄기 끝의 새싹을 따야 보들보들해 맛있다. 데쳐서 무침이나 샐러드로 먹는다. 파란색 꽃은 장식용으로 올리면 시원한 느낌을 전한다.

개망초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개망초는 예로부터 소화를 도와준다고 전해져 개화 전에 채취해 햇볕에 말려 차로 우려 마시거나, 개화 전에 잎을 떼어 나물로 무쳐 먹는다.

쇠뜨기 5~7월에 채취해 그늘에 말려 차로 우려 마시는데, 민간요법에서는 이뇨 작용을 돕는다고 전해진다. 외국에서는 화장품이나 샴푸, 린스 등의 재료로 사용한다.

떡쑥 봄이 되면 양지바른 밭둑이나 길가에 노란 꽃을 피운다. 예전에는 쑥 대신 떡쑥의 어린싹으로 떡을 만들기도 했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에 잎을 따서 죽에 넣어 먹거나 떡의 재료로 사용한다.

돌콩 ‘돌’자가 붙은 대부분의 식물이 그렇듯이 돌콩은 지금 우리가 먹는 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야생 콩인 돌콩의 잎과 줄기, 뿌리는 식은땀을 멎게 해줘 가을철 개화 후에 채취해 햇볕에 말려 차로 우려 약용으로 쓴다. 돌콩은 초여름에 꺾으면 야들야들해 샐러드 재료로 제격이다.

삼백초 습기가 있는 길가에 자라는 삼백초는 잎은 하트 모양이고 잎맥과 가장자리가 적자색이다. 봄에 꽃이 피기 전에 잎을 떼어 튀김을 해 먹으면 독특한 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뿌리는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데, 살짝 데쳐서 하룻밤 물에 담가두었다가 간장 조림을 해서 먹는다.

돌나물꽃 돌나물은 5~6월이 되면 노란 꽃을 피운다. 초봄에 꽃이 나지 않는 잎만 먹어왔는데, 작고 아담한 노란 꽃잎 또한 먹을 수 있다. 아삭거리며 수분이 많으므로 생으로 먹는 샐러드나 비빔밥, 생채 나물로 제격이다.

오늘의 풀 요리

풀은 한 종류만 먹는 것보다 여러 풀을 섞어 먹는 것이 맛있다. 다양한 풀의 맛과 향이 어우러져서 색다른 풍미를 낸다. 또한 대부분 성분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야생초이니 한 가지 종류만 장기간 다량 먹게 되면 몸이 붓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몇 가지를 섞어 먹는 것이 좋다. 야들야들한 채소는 생으로, 질깃한 것은 다져서 조리하듯이 풀 또한 마찬가지다.

풀죽 일본에서는 음력 1월 7일에 7가지의 풀을 넣은 풀죽을 먹는다. 이른 봄에 싹을 틔운 강인한 풀을 죽에 넣어 먹음으로써 한 해를 건강하게 지내자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먹는 흰죽에 7가지(냉이, 쇠별꽃, 떡쑥, 질경이, 민들레, 꽃마리, 순무 잎) 풀을 다져 넣으면 된다. 죽에 넣는 풀은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제철에 구할 수 있는 풀을 넣으면 된다.

풀두부무침 물기를 제거한 두부를 으깨어 요구르트와 고루 섞는다. 일본 된장과 소금으로 간한 뒤 각종 풀을 잘게 썰어 섞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무침이 완성된다.

풀소면찬푸르 일본어 ‘찬푸루(チャンプル)’는 여러 가지를 섞은 볶음 요리를 말한다. 팬에 현미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다가 잘게 썬 모둠 풀을 넣는다. 그러고 바로 졸깃하게 삶은 소면을 넣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하면 담담한 볶음국수를 맛볼 수 있다.

풀채소튀김 향이 독특한 야생풀을 고온에 튀기면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향긋한 내음의 튀김을 맛볼 수 있다. 튀김 반죽에 개똥쑥, 각종 풀, 가늘게 채 썬 고구마와 당근을 함께 섞어 현미유에 튀긴다.

풀토마토소스를 곁들인 가지조림 작게 썬 죽순과 가지, 버섯을 볶다가 잘 익은 토마토를 다져 넣어 걸쭉해질 때까지 약한 불에 졸인다. 토마토소스에 간장, 소금, 된장으로 간한 뒤 마지막에 생강 간 것과 다진 풀 모둠을 넣는다. 노릇하게 구운 가지에 풀토마토소스를 곁들여 낸다.

1 겟토우차
2 풀죽
3 풀소면찬푸르
4 풀두부무침
5 풀토마토소스를 곁들인 가지조림
6 풀채소튀김

오늘의 차

겟토우차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열매로 생강과 식물이다. 소화를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위를 안정시킨다. 따라서 식전이나 식후에 마시면 좋다. 물 1L에 겟토우 15개를 넣고 5분 정도 끓이면 되는데, 3~5회 우려낼 수 있다.

오키나와에서 온 풀 선생님 카와시마 요우코 씨. 생소한 직업을 가진 그녀를 홍대 비건 카페 ‘수카라’에서 만났다. 수줍은 듯 당당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 같은 그녀. 아스팔트 길 사이에 자라는 풀은 어떤 이에게 한낱 잡초일 뿐이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마음을 치유해주는 약초가 된다고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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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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