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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이야기 영농조합법인의

행복한 돼지 이야기

On December 27, 2013

따스한 볕이 드는 톱밥 돈사에서 자유로이 뛰어노는 아기 돼지들, 사람도 동물도 모두 행복한 동물복지 농장 ‘강산이야기’의 풍경이다. 땅끝마을 해남의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 선순환적 친환경 양돈을 실천하는 돈사 농가들이 모인 영농조합법인 ‘강산이야기’를 찾았다.

청정한 자연 속에 사람과 돼지가 함께 살다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 싱그러운 초록색이 줄짓고 그 끝에 새파란 하늘이 맞닿은 땅끝마을 해남. 시원하게 뻗은 푸른 지평선과 맑은 공기가 청정 지역임을 말해준다. 돼지 축사가 모여 있는 ‘강산이야기’ 농장의 푯말 앞에서 숨을 들이쉬어도 역시나 상쾌한 공기. 축사에서 나는 독한 분뇨 냄새는 전혀 느낄 수 없다. 한겨울에도 낮에는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날씨가 온화한 이곳에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중인 영농조합법인 ‘강산이야기’의 제1농장과 제2농장, 본사 사무실과 공장이 모여 있다. 동물복지형 농장의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해 모돈 220두와 자돈 1,500두가 있는 제1농장으로 발걸음을 떼자 직원이 방역복과 마스크를 건넨다. 무항생제 사육을 하는 대신 돼지들의 잔병치레를 줄이기 위해 외부인 출입 시 방역에 만전을 기하기 때문. 우주복처럼 생긴 옷을 입고 농장으로 향한다.

동물복지 축산농장인증제란?
열악한 사육 환경에 놓여 있는 농장 동물의 복지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인증 제도로서 2012년 산란계에서 시작해 올해 말부터 돼지에 도입, 내년에는 육계, 후년에는 소 등으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산란계의 경우 현재 45개의 농장이 인증을 받았다. 양돈농장의 동물복지 인증 주요 기준으로는 모든 스톨 사육 금지, 모돈에 깔짚 제공 의무화, 관행적으로 실시되는 자돈의 꼬리와 견치 절단 금지, 수의사 처방 없이 사료에 항생제 등 동물용 의약품 첨가 불가 등이 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생산하는 축산물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국내 동물복지형 돈사

제1농장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임신돈사’. 새끼를 밴 모돈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너무 큰 소리나 행동으로 어미들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배가 두둑한 어미들은 톱밥이 깔린 축사에서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다른 돈사에 흔히 있는 스톨(우리)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계속해서 새끼를 낳는 모돈들은 보통 몸을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너비 60~80cm의 좁은 스톨에서 평생을 지내는 처지, 하지만 이곳의 모돈은 마리마다 구획된 스톨 없이 널찍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하루를 보낸다. 바닥에 깔린 폭신한 톱밥은 딱딱한 시멘트 바닥에 비해 한결 편안하게 앉거나 눕기에 좋다. 그뿐 아니라 이 톱밥은 황토 미생물을 넣고 발효시킨 것으로 분뇨를 자연 발효해 악취가 덜할 뿐 아니라 미생물이 발효되며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어 모돈이 따뜻한 바닥에 배를 깔고 누울 수 있다. 그래서일까, 모돈들은 부른 배에도 표정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좀 더 걸어가다 보면 출산이 임박한 모돈의 축사가 나온다.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은 모돈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출산까지의 과정이 진행되는 곳으로 ‘돼지 산부인과’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모돈이 최대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다. 건강한 출산을 기원하며 더 걸음을 옮기니 귀여운 아기 돼지 그림이 걸린 축사가 나온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자돈이 모여 있는 곳. 축사에 들어가자마자 우르르 몰려다니는 꼬마 돼지들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이 축사 역시 자유 개방형 톱밥 돈사로 장난기 많은 돼지들이 서로 물고 뜯으며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르르 말린 귀여운 돼지 꼬리에서도 동물복지형 농장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보통은 돼지들이 서로 장난치느라 물고 뜯거나 너무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등의 극심한 스트레스로 서로 몸을 물어뜯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미-꼬리 자르기-와 견치 절단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강산이야기는 최대한 돼지가 고유의 습성을 그대로 유지, 발현할 수 있도록 한다.

1 볕 좋은 날은 풀밭으로 산책나오기도 한다.
2 생후 8주 까지는 이유식을, 그 뒤에는 무항생제 사료를 먹으며 자라나는 아기돼지들.
3 사육밀도가 낮아 생활공간이 널찍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4 임신돈들의 안정을 위해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임신돈사.

강산이야기의 특별한 동물복지

선순환적 친한경 양돈
강산이야기에서는 주변에 직접 유기농 벼 농장을 운영하는데 벼는 수확해 소비자에게 보내고, 남은 볏짚으로 무항생제 돼지 사료를 만든다. 건강한 사료를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돼지들의 분뇨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어 친환경 퇴비가 되어 다시 벼 농장에서 사용한다. 분뇨가 자연 발효되기 때문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없을 뿐 아니라 주위 상수원을 오염시킬 일도 없다. 이렇게 친환경 퇴비를 사용한 농장의 벼 생산량은 평균(70~72%)보다 높은 수율인 80~82%를 자랑한다. 벼는 돼지를 살찌우고 거기에서 나온 퇴비는 벼를 익게 하는 선순환인 것이다.

톱밥 개방 돈사로 따스하고 폭신한 보금자리
이곳의 돼지들은 좁은 우리에 갇혀 있는 대신 톱밥이 깔린 돈사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시멘트 돈사의 경우 바닥이 딱딱해 몸이 무거운 돼지들이 다리를 접질리는 등 다치는 일이 잦은데 폭신폭신한 톱밥 위에서는 돼지들이 뛰어다녀도 다칠 위험이 적다. 바람이 통하는 개방형 축사의 한쪽 면에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다. 아침에는 블라인드를 올려 따스한 햇살이 돈사 깊숙이 들어오게 하고 한낮에는 반 정도 내려 뜨거운 햇살은 막고 환기는 되도록 조절한다. 햇볕에 의해 자연 발효되는 톱밥은 돼지의 배를 따뜻하게 보호한다. 2주 정도 지난 톱밥은 다시 논밭에 살포해 퇴비로 활용한다.

낮은 사육 밀도로 널찍한 생활공간
수익을 생각하면 좁은 공간에 더 많은 돼지를 사육하게 되어 1평에 4~5마리가 비좁게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에 반해 강산이야기는 사육 밀도가 그 반도 안되는 1평당 2마리, 돼지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공간을 보장한다. 몸을 옴짝달싹할 수도 없는 좁은 공간에서와 달리 자유롭게 노니는 돼지들은 운동량이 많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항생제 대신 직접 생산한 농산물 별식과 자연 치유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사료로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강산이야기, 그 대신 직접 재배한 친환경 인증 벼에서 나온 볏짚으로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하고 고구마 순이나 미나리 등 다양한 농산물을 가공한 별식으로 영양과 면역력을 높인다. 사료는 돼지들의 몸에 좋은 유용 미생물을 넣어 충분히 발효시킨 것이 특이한데, 발효 식품이 사람의 장운동을 돕고 건강에 좋은 것에서 착안, 돼지들의 건강관리에 활용한다. 건강에 좋은 천연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고 깨끗한 자연에서 자라난 돼지들은 그 자체로 자가 면역력이 높아져 잔병치레가 적다.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는 대신 출입하는 이들의 방역을 철저히 하는 등 축사 위생에 만전을 기하고 전문 수의사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돼지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보살핀다.

5 천연 미생물 발효로 돼지들의 장 건강에 이로운 무항생제 사료.
6 옴짝달짝 못하는 작은 스톨에 같혀 평생을 보내는 타 농장의 모돈들과 달리 넓은 생활 공간을 제공받는다.
7 블라인드를 조절해가며 따가운 햇볕은 막고 환기는 되도록 조절한다.

돼지의 습성을 그대로 인정
사람들은 돼지가 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돼지만큼 섬세한 동물도 없다. 그만큼 예민하기도 한 돼지, 그런데 사람들이 돼지 본래의 습성을 억압하려고 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호기심이 많고 장난을 좋아하는 돼지는 무리를 지어 뒹굴며 놀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거나 좁은 우리에 갇힌 돼지가 꼬리를 서로 물어뜯기도 한다. 그런 상황을 방치하기 위해 하는 것이 단미와 견치 절단이다. 강산이야기에서는 단미와 견치 절단을 일절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충분한 운동량을 보장한다. 진흙에서 뒹굴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돼지들을 위해 머드 목욕을 시키기도 하는 등 돼지가 좋아하는 것, 돼지의 습성을 관심 있게 살피고 관찰한다. 여기에는 돼지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보는 강산이야기의 굳은 신념과 철학이 담겨 있다.

사육에서 식탁까지 수직 계열화된 믿을 수 있는 먹거리
강산이야기에서는 무항생제 사료를 먹여 키운 돼지를 고객의 식탁까지 안전하게 제공하기 위해 생산, 가공, 제조, 유통까지 수직 계열화하고 전 사업장이 HACCP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농산물로 인증받은 강산이야기의 고기는 돼지의 운동량이 많아 단백질 함량이 높을 뿐 아니라 육질이 쫄깃하고 부드럽다. 비선호 부위는 본사 공장에서 햄과 소시지, 훈제육 등으로 가공해 전남 지역 일대의 학교 급식 등에 공급한다. 특히 가공육도 일체의 발색제와 향미 증진제, 증량제, 보존제, 인공색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으로 가공육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깬다. 현재 고기는 전라도의 친환경 매장과 서울 일부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가공육의 경우 도매 위주로 판매하는데 차츰 판로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따스한 볕이 드는 톱밥 돈사에서 자유로이 뛰어노는 아기 돼지들, 사람도 동물도 모두 행복한 동물복지 농장 ‘강산이야기’의 풍경이다. 땅끝마을 해남의 청정한 자연환경 속에 선순환적 친환경 양돈을 실천하는 돈사 농가들이 모인 영농조합법인 ‘강산이야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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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정문기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