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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K의 행복한 천연 발효빵 도전기 9

통밀 씨앗 브뢰트헨

On December 06, 2013

‘빵’을 뜻하는 독일어 브로트(Brot)에‘작다’는 뜻의 접미사 헨(-chen)이 붙은 브뢰트헨(Brotchen). 이름대로 작고 앙증맞은 모양과 구수한 맛에 절로 손이 간다. 반 갈라 버터나 치즈, 잼을 두툼히 발라 아침 식사로 즐려도 좋고 메인 요리에 곁들여 먹거나 한 입 크기 샌드위치로 활용해도 좋은 브뢰트헨을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 구웠다.

독일의 아침을 여는 브뢰트헨

독일의 빵집은 새벽부터 손님들로 북적인다. 그들이 하나같이 집어 드는 빵은 브뢰트헨, 진열대에 놓기 무섭게 속속들이 빠져나간다. 독일의 아침 식사를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브뢰트헨은 빵 반죽의 특징보다는 빵 크기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에 밀가루로만 만든 것에서부터 잡곡을 섞은 것, 호밀로 만든 것에 유지가 들어간 것까지 그 종류가 무궁무진하다. 씹을수록 담백하고 구수한 맛에 은은한 발효 풍미를 내는 브뢰트헨이 주를 이루는데, 독일 빵 자체가 유지와 설탕을 넣지 않고 다양한 곡물을 섞어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새하얀 빵을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밀가루와 호밀, 귀리, 보리, 옥수수, 쌀, 기장 등 다양한 곡물을 섞어 만들어 거친 듯 구수한, 우리네로 치면 잡곡밥과도 같은 건강한 맛을 내는 게 독일 빵의 매력이다. 우유나 버터를 넣은 브뢰트헨도 있지만 유지가 들어가지 않은 브뢰트헨은 버터와 치즈를 곁들여 먹으면 그 맛이 배가된다. 갓 구운 따끈한 브뢰트헨에 잼, 치즈, 버터, 달걀 등을 곁들이는 것이 독일의 일반적인 아침 식사다. 동글동글 부담 없는 크기의 브뢰트헨은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 때도 즐겨 사용되는데 별다른 소스나 채소 없이 햄과 치즈 한 장, 소시지만 끼워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양한 속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간 샌드위치에 익숙한 이에게는 시시해 보일 수도 있지만 한 입 먹어보면 무엇보다 진하고 명료한 그 맛에 반하고 만다.

그날그날 만들어 먹는 브뢰트헨, 며칠 두고 먹는 브로트

같은 반죽이라도 성형 크기에 따라 빵의 맛과 살결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같은 반죽으로 작은 브뢰트헨과 큰 덩어리 빵을 뜻하는 브로트를 구운다면 브뢰트헨이 브로트보다 상대적으로 더 잘 부풀어 올라 밀도가 낮은 부숭부숭한 살결을 낸다. 반면 브로트는 촉촉하고도 묵직한 살결을 낸다. 크기가 작으면 고온에서 짧은 시간에 빨리 구울 수 있기 때문에 껍질도 얇고 파삭하다. 아침 식사용으로 브뢰트헨을 즐겨 먹는 이유는 비단 크기뿐 아니라 밀도나 식감 등에서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데다 유지가 들어가지 않은 브뢰트헨은 수분 증발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에 하루만 지나도 급격하게 맛이 떨어지고 딱딱해져 그날 만들어 그날 먹는 것이 좋다. 매일매일 빵을 굽거나 사기 귀찮은 이들에게는 2~3일 두고 먹어도 좋은 브로트를 추천하지만 갓 만들어 본연의 향을 폴폴 풍기는 신선한 브뢰트헨으로 아침을 여는 매력을 포기하기 어렵다.

  • 액종르뱅 만들기
    1 물에 세척해 기름기를 제거한 건포도 100g에 미지근한 물 600g을 붓고 상온에 둔다. 2~3일간 하루에 한 번씩 뚜껑을 열어 가스를 빼고 상태를 봐가며 건포도 액종을 만든다. 유리병에 작은 기포가 가득 올라오고 향긋한 발포의 풍미가 올라오면 액종이 완성된 것.
    2 완성된 액종의 액체만 걸러 액종 400g에 중력분 300g을 넣고 날가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잘 섞어 그릇에 담은 뒤 랩으로 밀봉해 구멍을 내거나 밀폐 용기에 담아 상온(18~24℃)에서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3 반죽이 부풀어 오르고 복잡한 향을 풍기면 반죽에서 360g을 떼어 중력분 500g과 물 400g을 더하여 새로 반죽하는 리프레싱 과정을 거친 다음 다시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반죽의 발효력이 불충분하다 싶으면 하루 더 리프레싱 과정을 반복한다.
    4 반죽이 활발한 발효력을 보이면 반죽에서 360g을 떼어 여기에 중력분 500g, 강력분 60g, 소금 8g, 물 500g을 넣고 잘 섞은 뒤 상온에서 하룻밤 숙성시켜 최종 단계의 원종을 만든다.
    ※ 최종 단계의 원종은 냉장고에 넣어 3~4일간 보관해두고 사용할 수 있고, 매일 리프레싱을 반복할 경우 잘 보존하면 계속해서 사용 가능하다.
    5 빵을 만들기 전날 최종 단계의 원종을 꺼내 원종 240g, 강력분 450g, 통밀가루 180g, 물 900g을 넣고 잘 섞어 상온에서 하룻밤 숙성시켜 액종르뱅을 완성한다.
재료&tip

재료 강력분 1000g, 통밀가루 200g, 소금 18g, 액종르뱅 1000g, 따뜻한 물 300g, 몰트액 50g, 호박씨·해바라기씨·흑임자 적당량씩
※ 높은 오븐스프링에 부숭부숭한 속살이 브뢰트헨의 매력으로, 확실히 부풀어 오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인스턴트 이스트와 천연 발효종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에는 액종르뱅만을 이용하지만 더 확실한 결과물을 얻고 싶은 이들이라면 인스턴트 이스트를 함께 사용해도 좋다.
※ 독일에서는 빵의 표면에 다양한 씨앗과 곡물을 더하기도 하는데 브뢰트헨에도 호박씨나 흑임자 등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토핑하면 씹는 맛과 고소함을 더할 수 있다.
※ 물 대신 우유를 넣으면 우유 브뢰트헨이 된다.

반죽 및 1차 발효

1 강력분과 통밀가루, 소금을 볼에 담고 고루 섞은 뒤 액종르뱅과 몰트액, 따뜻한 물(40℃ 가량)을 부어가며 반죽한다.
※ 기온이 낮은 가을과 겨울에는 반죽에 따뜻한 물을 이용하면 발효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 된다.
2 반죽이 어느 정도 뭉치면 손바닥으로 눌러 힘을 주어 앞으로 밀었다 다시 접으며 마치 빨래하는 식으로 20~30분간 치대어 반죽한다. 반죽의 한쪽을 잡고 작업대 위에 세게 내려친 뒤 반죽을 접어 다시 내려치는 과정을 10~15번 반복한다. 반죽에 탄력이 생기고 표면이 보들보들해지면 볼에 담고 랩이나 면포를 씌워 상온(18~24℃)에서 상태를 보아가며 1~2시간 발효한다.

분할 및 둥글리기, 벤치 타임

1 반죽이 2배가량 부풀어 오르고 반죽을 들어 올렸을 때 거미줄과 같은 조직을 보이면 발효가 된 것. 스크레이퍼를 이용해 반죽을 80g씩 분할한다.
2 분할한 반죽을 손바닥에 올리고 다른 한 손은 달걀 한 알을 쥐듯이 동그랗게 만들어 반죽을 손 안에 넣고 반죽의 밑면이 손바닥에 붙어 있는 상태로 둥글게 회전시킨다. 반죽 겉면이 늘어나 얇은 막으로 표면이 감싸져 매끄러운 상태가 되게 한다.
※ 둥글리기는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초보자에게는 은근히 까다로우면서도 제빵에서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둥글리기를 함으로써 1차 발효 중 생성된 가스를 뺌과 동시에 분할할 때 상처 난 부위를 감싸 넣고 글루텐이 골고루 배치되어 반죽이 안정화된다. 빵 표면에 매끈한 막이 형성돼 그것이 구웠을 때의 껍질이 되는데 둥글리기를 할 때 반죽을 너무 거칠게 다루면 막이 찢어지기 쉬우므로 아기 다루듯 조심조심 하는 것이 좋다. 치아바타나 바게트 등 기공이 큰 빵의 경우에는 둥글리기를 아주 살짝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둥글리기를 제대로 하도록 한다.
3 덧밀가루를 뿌린 팬에 올린 다음 젖은 면포를 씌워 15분간 벤치 타임을 준다.

성형 및 2차 발효

1 반죽을 하나씩 도마에 올리고 스프레이로 표면에 물을 살짝 뿌린 뒤 반죽 밑면을 조심스럽게 잡고 도장 찍듯 윗면에 살살 씨앗을 묻힌 다음 잡은 면이 아래쪽에 오도록 덧밀가루를 묻힌 팬에 올린다.
※ 씨앗이 표면에 잘 달라붙도록 스프레이를 뿌린다. 만약 반죽 상태가 너무 질다면 스프레이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씨앗을 묻혀도 된다.
2 젖은 면포를 씌어 상태를 봐가며 1시간가량 발효한다.

굽기

1 반죽이 2배가량 부풀어 오르면 230℃로 예열한 오븐에 넣고 스팀을 넣어 8분가량 황금빛이 돌 때까지 굽는다.
2 오븐에서 꺼낸 빵을 식힘 망에 올리고 30분 이상 식힌 뒤 먹는다.

그 결과는?
대부분의 업장에서 브뢰트헨을 만들 때 오븐스프링을 좋게 하기 위해 인스턴트 이스트를 섞는다는 말을 듣고 액종르뱅만으로 제대로 구워질지 염려했는데 토실토실, 보기에도 흐뭇하게 잘 부풀어 오른 브뢰트헨이 구워졌다. 크기가 작은 빵이라 둥글리기나 성형 등의 과정에 손이 많이 가지만 동글동글한 모양의 브뢰트헨 한 부대를 일렬로 세우니 어찌나 앙증맞은지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살짝 토스트된 견과류의 향이 솔솔 풍기는 가운데 얇고 바삭한 크러스트의 황금빛 껍질을 가르면 구수한 통밀과 천연 발효종의 은은한 내음이 올라온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속살은 씹을수록 고소하고 여기에 호박씨, 해바라기씨, 흑임자의 씹는 질감까지 더해져 자꾸만 손이 간다. 따뜻한 브뢰트헨을 반 갈라 차가운 버터를 두툼히 발라 먹으니 꿀맛, 술술 넘어간다. 매일 아침 브뢰트헨을 굽는 것은 무리이더라도 특별히 느긋하게 아침을 즐기고 싶을 때 여유로운 행복을 보장하는 빵인 것만은 확실하다.

‘빵’을 뜻하는 독일어 브로트(Brot)에‘작다’는 뜻의 접미사 헨(-chen)이 붙은 브뢰트헨(Brotchen). 이름대로 작고 앙증맞은 모양과 구수한 맛에 절로 손이 간다. 반 갈라 버터나 치즈, 잼을 두툼히 발라 아침 식사로 즐려도 좋고 메인 요리에 곁들여 먹거나 한 입 크기 샌드위치로 활용해도 좋은 브뢰트헨을 천연 발효종을 이용해 구웠다.

Credit Info

촬영협조
오월의 종 단풍나무잼(02-749-9481)
감수
정웅(오월의 종 셰프)
포토그래퍼
강태희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