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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쿠킹으로 차린 코스 요리

Taking it slow

On December 02, 2013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익혀 재료의 맛이 진하게 배어들고 영양소 파괴가 적은 것이 슬로쿠킹의 매력이다. 오븐과 주물 냄비, 슬로쿠커를 사용해 슬로푸드 코스 테이블을 차렸다. 스산한 가을,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따뜻한 시간.

슬로쿠킹을 위한 3가지 조리 기구

오븐 보통 160~180℃로 예열해 조리나 베이킹에 사용하는 오븐의 다이얼은 100~120℃에서 시작한다. 이 낮은 온도대를 잘 활용하면 영양소 파괴도 적고 맛도 좋은 저온 조리, 슬로쿠킹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식품건조기 없이도 드라이드 토마토나 감자 칩 등을 만들 수 있고 장시간 끓이는 스튜나 찜의 경우에는 불에 올리는 대신 냄비째 하룻밤 오븐에 넣어두면 신경 쓸 필요 없어 간편하다. 식혜를 담글 때에는 보통 전기밥솥을 활용하는데 100℃의 오븐에 넣으면 2시간 30분~3시간 만에 발효가 끝나 시간이 절약된다.
최근에는 고기를 저온 조리해 장시간 익히는 것이 세계적인 유행인데 오랜 시간 서서히 익으면서 단단한 조직이 끊어져 살결이 부드러워지는 장점이 있다. 이때 허브나 과일을 함께 넣어 구우면 그 향이 고기 속 깊숙이 배어 은근하고 깊은 맛이 난다.
돼지고기 목살이나 등심 등 저지방 부위는 바싹 익혀 먹으면 살이 뻑뻑해져 맛이 떨어지는데 오븐에서 오랫동안 저온 조리하면 훨씬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돼지고기는 높은 온도에서 익혀 먹어야 안전하다는 상식과는 반대로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심부 온도 63℃로 조리한 뒤 3분간의 레스팅(휴지) 과정만 거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육즙이 최대치가 된다고 한다. 주물 냄비 열전도율과 보존율이 모두 높은 주물 냄비는 약한 불에서 뭉근하게 오랜 시간 끓이거나 찌는 요리에 적합하다.
특히 뜨거운 냄비에서 가열된 재료에서 수분이 빠져나와 수증기로 기화했다가 무거운 뚜껑과 부딪치며 다시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방식으로 재료 그 자체만으로 조리하는 저수분 요리에 필수다. 저수분 요리로 찜 등을 만들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진해지고 영양 파괴는 적다.
오랜 시간 재료의 맛을 우려야 하는 스톡이나 스튜를 만들 때 주물 냄비 자체를 오븐에 넣어 활용해도 좋다. 단, 주물 냄비는 급격한 온도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냉장고에 넣었던 주물 냄비를 바로 불에 올리거나 오븐에 넣는 것은 피한다.
슬로쿠커 장시간 저온 조리를 위해 만들어진 전기 조리 기구로서 죽이나 찜, 스튜, 한약재 달이기 등 오래 우리거나 찌는 요리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재료가 눌어붙거나 탈 위험이 있는 냄비나 오븐과는 달리 재료를 넣기만 하고 그대로 두면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요리가 완성되는 간편함이 최대 장점이다. 저수분 요리가 가능해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고 영양소 파괴가 적어 주부들의 사랑을 받는다. 국내에서는 찜 요리나 한약재를 달이는 데 주로 활용하는데, 해외에서는 수프나 스튜에서부터 고기 조리와 디저트 만들기까지 한층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멸치나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낼 때에도 높은 온도보다는 낮은 온도에서 우리는 것이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데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육수 내는 데 활용하는 이들도 많다. 커리를 만들 때에도 재료를 모두 넣고 한약 달이듯 하룻밤 고아 내면 한층 깊고 진한 풍미가 난다. 요구르트나 구운 달걀 등 건강 간식 만들기에도 좋다.

1. Slow roasted Tomato & Carrot Soup 오래 구운 토마토와 당근 수프

토마토를 오븐에 1~2시간 구운 뒤 끓이면 진한 풍미의 수프가 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토마토 품종은 수프나 소스 등 요리에 활용하기에는 맛이 묽어 적합지 않은데 허브와 함께 오븐에 구워 사용하면 맛이 한결 깊어진다. 캔으로 판매되는 홀 토마토도 오븐에 구워 사용하면 고급스러운 풍미가 난다. 토마토 외에 파프리카, 양파 등도 수프에 넣기 전에 오븐에 바싹 구우면 훈연 풍미가 더해져 감칠맛을 더할 수 있다. 오븐에 구운 토마토와 갖은 재료를 주물 냄비에 넣고 푹 끓이면 물이나 우유 등의 첨가물 없이 토마토와 채소에서 나온 즙만으로 100% 영양 가득하고 진한 수프가 된다. 슬로쿠커가 있다면 자기 전에 모든 재료를 한데 넣는 것만으로 초겨울 아침 따끈한 수프로 배 속을 데우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2. Prawn Oil Pasta 새우오일파스타

새우 껍질을 오일에 담가 오랜 시간 푹 우리면 갑각류의 진한 풍미가 오일 가득 배고, 이 오일로 파스타를 볶으면 기가 막힌 맛이 난다. 팬에서 새우 껍질과 갖은 허브를 볶다가 주물 냄비에 오일과 함께 넣어 약한 불에서 1시간 이상 끓이거나 오븐에 넣고 낮은 온도에서 2~3시간 구워도 된다. 슬로쿠커에 넣어 장시간 고아 내면 맛이 더 진해진다. 새우 껍질뿐 아니라 게 껍데기나 랍스터 껍데기 등 갑각류 껍데기는 다 가능하다. 이때 페페론치노(이탈리아 고추)나 마른 고추를 함께 넣으면 매콤한 칠리새우오일이 된다.

3. Pulled pork mini burger 풀드포크 미니버거

풀드포크만 있으면 5분 만에 간단하게 준비할 수 있다. 풀드포크 자체에 깊은 양념 맛이 배어 있어 별다른 소스도 필요 없고 기호에 맞는 채소만 곁들이면 파티의 핑거 푸드나 애피타이저로도 손색없다. 간단한 식사 대용이나 피크닉 도시락, 아이들 간식으로도 좋다.

4. Pulled pork lettuce salad 풀드포크 양상추샐러드

풀드포크로 손쉽게 완성하는 별미 샐러드. 양상추를 잘게 찢지 않고 둥근 잎 모양을 그대로 살려 그릇으로 활용해 속을 넣으면 식탁이 한결 근사해진다.

5. Pulled pork 풀드포크

돼지고기 목살이나 앞다릿살을 양념과 함께 장시간 푹 쪄 낸 풀드포크는 언뜻 장조림이 연상되지만 그보다 훨씬 부드러운 살결이 매력이다. 오랜 시간 저온 조리해 허브 향과 양념이 고기 깊숙하게 배어들고 살의 조직이 부드럽다. 별다른 과정 없이 갖은 양념과 고기를 오븐이나 슬로쿠커, 아니면 전기밥솥에 넣고 하룻밤 찌기만 하면 완성되기 때문에 미국 등지에서는 손쉬운 가정 요리로도 사랑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슬로쿠커로 주로 갈비찜을 만든다면 미국에서는 풀드포크를 만든다. 활용법도 무궁무진하다. 빵과 샐러드만 곁들여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고 결대로 찢어 번 등에 넣어 햄버거 스타일로 즐기거나 샌드위치에 활용해도 좋다. 파스타 재료로 활용하거나 감자튀김 위에 치즈와 함께 얹어 먹어도 맛있다. 샐러드 고명으로 활용하면 든든한 식사용 샐러드가 된다. 멕시코 요리에도 두루 활용할 수 있는데 타코나 부리토의 소로 넣거나 칠리 콘 카르네에 얹어 먹는다. 풀드포크 조리시 칠리파우더와 커민파우더 등을 넣으면 멕시코 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6. Slow cooking pears in vanilla syrup with toasted sponge cake and whipping cream 3시간 익힌 배와 바닐라시럽, 생크림을 곁들인 스펀지케이크

과일을 구우면 단맛은 진해지고 식감은 부드러워져 크림이나 케이크 등과 잘 어우러진다. 배를 오븐에 2시간 이상 굽고, 또 그것을 바닐라시럽에 넣어 1시간 이상 콩포트해 진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냈다. 여기에 생크림만 곁들이면 섬세하고 우아한 디저트가 완성된다. 그대로 즐겨도 좋고 스펀지케이크에 곁들여도 좋다. 생크림 대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을 수도 있다. 진하게 내린 커피나 은은한 홍차와 두루 잘 어울린다.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익혀 재료의 맛이 진하게 배어들고 영양소 파괴가 적은 것이 슬로쿠킹의 매력이다. 오븐과 주물 냄비, 슬로쿠커를 사용해 슬로푸드 코스 테이블을 차렸다. 스산한 가을, 음식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따뜻한 시간.

Credit Info

요리
진호(레스토랑 ‘호우’ 헤드셰프)
포토그래퍼
강태희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