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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On July 04, 2012

바람만 사뿐히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여자 아나운서들이 꽃잎 같은 입으로 야구에 대해 말한다. 사심이 안 생길 수 있나.

KBS N SPORTS
아나운서
최 희
최희에게 말했다.
“결혼해줄까?”


사람들이 야구 여신이라고 부른다. 부담된다. 회사에선 식신이라고 부르는데.
많이 먹나? 진짜 많이.
회사에서 인기 많지? 솔직히 예쁘잖아. 여자로서 인기 있는 게 아니라 후배로서 인기 있다. 선배들은 나 같은 여자가 싫다고 했다.
왜? 술값은 많이 드는데 취하지 않는다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야구장에 가면 선수들한테 인기 많을 텐데….  나는 스튜디오에 있어야 하니까….
그러면 스튜디오에서 모든 야구 경기를 다 보나? 야구 끝날 때까지 해설위원들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다 본다. 중요한 거 적으면서.


해설위원이 되면 최희랑 야구 볼 수 있겠다. 그런가? 
재미있나? 만날 모든 경기를 다 보면 지루하지 않나?
솔직히 <아이 러브 베이스볼> 시작했을 때는 재미없었다. 지금은 너무 재미있다. 쉬는 날에도 야구장에 간다. 좋아하는 투수가 선발로 나오면 미친다. 김병현 선수를 좋아한다.
김병현이 돼야겠다. 허허허. 재미있는 질문 없나?
에이, 남자가 여자에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질문은 다 야한 거다. 에이, 그런 거 말고.
어떤 질문 받고 싶었나? 평소 성격이 어떤지.
그게 재밌나? 평소 성격은 어떤가? <아이 러브 베이스볼> 진행하는 거 보면 여성스러울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생각 안 했는데. 똘똘한 여자애 같던데.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 여자 어른이 아니라 머리 쓰다듬고 싶은 애. 만지고 싶고 사귀고 싶은 여자여야 좋은 건데.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내가 여성스러울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론 여성스럽지 않다. 털털하다.


거울 보면 예쁜가? 음… 가끔 그런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 인기 많았나? 도서관에서 쪽지랑 커피 많이 받았다. 버스에서 따라 내리는 사람도 있었고. 지금은 들이대는 남자가 없다.
연예인 하고 싶진 않나? 별로. 아나운서도 유명해지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내 이름이 인터넷에 처음 인기 검색어로 떴을 때도 친구한테 문자가 와서 알았다. ‘야, 너 지금 네이버 검색 순위에 떴어.’ 그때 학교에 있었다. 바로 컴퓨터로 검색해봤는데 내 이름이 있었다. 울고 싶었다.
왜? 무서워서. 나는 그런 걸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금도 누가 사인해달라고 하면 창피하다. 내가 뭐라고.
어떤 남자가 좋나? 남자다운 남자. 나를 좋아하고 나도 좋아할 수 있는 남자. 이게 어렵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보다 여우다.


돈 많고 잘생긴 남자가 좋겠지? 제일 중요한 조건은 남자다워야 한다는 것. 의리 있고 용감한 남자. 
나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아? 
즐거운 시간이었다. 끝났나, 인터뷰? 더 재미있는 거 물어보면 좋겠는데. 취미가 뭐냐, 결혼은 언제 하냐, 이런 거.
아, 정말 그런 게 재밌나? 말하고 싶은가 보지. 결혼 언제 할 건가? 빨리.
해줄까? 하하. 빨리 하고 싶은데 이런 말 하는 것도 두렵다. 결혼하려고 아나운서 한다고 할까봐.  결혼해도 일할 거다. 다만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다. 언제 결혼이 제일 하고 싶은지 아나? 내가 밤에 일이 끝나잖나. 집에 오면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다. 그런데 그럴 사람이 없다.
전화하지. 술 진짜 잘 먹는다. 안 취한다. 술 마시는 게 취미다.
안 취하면 매력 없다. 그런가?

베이지 비즈 드레스는 디올, 반지는 케이트 앤 켈리 제품.

 


KBS N SPORTS
아나운서
공서영
공서영에게 말했다.
“나랑 자전거나 탈래?”
hair 민희  make-up 파니(컬처앤네이처 청담)


야구장에서 현장 인터뷰도 많이 하던데 사심을 드러낸 선수는 없나? 없을 순 없다. 그런데 나이가 있다 보니 이성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나이 들었나? 요즘 일도 많고 몸이 안 좋아서 얼굴이…. 여자는 볼에 살이 있어야 예쁘다. 원래 되게 통통했다.
볼에 지방 넣어야 되겠다. 그러니까. 오늘 사진 찍으면서 충격 받았다.
나이가 더 어린 여자 아나운서를 보면 샘나나? 부럽다. 나는 안타까운 게 많다. 가수 활동하다 5년을 쉬고 이 일을 시작했으니까.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한창 예쁠 때 집에서 놀고 있었던 거다.
놀면서 뭐했나? 야구 봤나? 맞다. 야구 봤다. 어느 날 집에서 갑자기 야구를 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밖에 안 나가고, 친구하고 약속 있어도 번번이 깨고 집에서 야구 봤다. 그러다가 이러고 놀 거면 이걸 일로 해보자, 그래서 시작했다. 그런데 야구하고만 연애를 하다 보니 요즘은 남자랑 연애하고 싶다. 보기와는 다르게 연애를 많이 안 해봤다. 남자랑 자전거 타고 싶다.
자전거 타줄까? 아하하. 괜찮다.


어떤 남자가 좋나? 듬직하고 무뚝뚝하지만, 비 오는 날 나를 위해 우산을 가져오는 남자?
말이 쉽지. 남자가 그러긴 힘들다. 나는 그럴 수 있다.
비 오는 날 우산 좀 갖고 와라. 쓰고 가줄 테니까. 아하하. 내 남자친구 아니잖아.
스포츠 아나운서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만두고 연기를 하거나, 더 화려한 걸 하고 싶진 않나?  어우, 나는 그런 마음 없다. 스포츠 팬들이 나를 원하지 않아서 떠밀리고 떠밀려 다른 일을 하게 된다면 모를까, 그런 게 아니라면 이 일을 오래 하고 싶다. 그런데 스포츠 아나운서, 여자 아나운서가 수명이 짧다.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다. 다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여자 아나운서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MBC 스포츠 플러스 김민아 아나운서는 똑 부러진다. 야구에 대해 많이 안다. 경력도 제일 오래됐다. SBS ESPN 배지현 아나운서는 사랑스럽다. 슈퍼모델 출신이라 몸매도 예쁘다. 최희 아나운서는 같은 방송사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여자가 봐도 너무 예쁘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사람이 예쁘다. 주변 사람들도 다 좋아한다.
공서영은? 나는 제일 늦게 시작했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도 올해 투입됐다. 그런데 나이는 많다.
예쁘고 말도 차분하게 하던데. 다른 분들은 회사에 입사해서 야구를 배웠지만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 나는 야구가 정말 좋다. 물론 다른 분들도 야구를 좋아하겠지만.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최희 아나운서와 나눠서 진행한다. 당신이 주말에 한다.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너무 맡고 싶었다. 좋아하던 프로그램이었으니까. 잘할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 맡아 방송을 하는데 너무 떨었다. 당황했고, 속상했다. 6회까지도 그랬다. 


소개팅에 갔다. 공서영과 최희가 앉아 있다. 당신이 남자라면 누구를 선택하겠나? 최희. 솔직히 나는 음… 되게 별로다.
뭐가 별론데? 나는, 내가 생각해도 감당이 잘 안 된다. 곰 같은 면이 있다. 그런데 최희 아나운서랑 나랑 남자 보는 스타일이 비슷하다. 그래서 꼭 확인한다. 같이 인터넷으로 뭐 보다가 저 남자 괜찮지 않아 하고 물어보면 최희 아나운서도 괜찮다고 한다. 최희 아나운서가 괜찮다는 남자는 내가 봐도 괜찮다.
둘이 사이가 좋겠지만 남자 때문에 싸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언젠가…. 싸우면 다시 안 볼 것 같고.
싸울 일 절대 없지만, 그나마 싸운다면 남자 때문이지 않을까? 하하. 설마.
음… 둘 다 나를 좋아하면 곤란한데.
아, 이 분위기 뭐지.

검은색 드레스는 디올, 뱅글은 케이트아이린 제품.

 


SBS ESPN
아나운서
배지현
배지현에게 말했다.
“꽃다발 하나 보낼까?”

hair&make-up 김지혜

방송국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이스볼 S> 진행자가 됐다. 슈퍼모델 출신이어서 그런가? 그래서 초반에 굉장히 힘들었다. 진행 논란도 있었고, 슈퍼모델 타이틀 믿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이미지 없애려고 노력 많이 했다. 야구는 공부해도 해도 끝이 없다.
예쁜 것도 실력이다. 질투하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데 나는 예쁘지 않다. 키만 크지. 그냥 편해 보이는 것 같다.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자 아나운서 중에 누가 제일 예쁜 거 같나?
외모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힘들고, MBC 스포츠 플러스 김민아 아나운서가 연차가 많아서 그런지 포스도 있고 일에 대한 열정도 제일 많은 것 같다. 만나면 털털하게 후배들도 잘 챙겨준다. 그래서 나는 김민아 아나운서를 닮고 싶다. 아무도 못 따라갈 것 같다. 나도 주 6일 하고 김민아 아나운서도 주 6일 한다. 6일 하는 게 정말 힘들다. 김민아 아나운서는 주 6일 할 뿐만 아니라 야구 경기 쉬는 월요일에 다른 것도 한다는 것 같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올까. 나는 금요일만 되면 지친다. 여기 입술 터진 거 봐라.


진짜? 그러네. SBS ESPN 이놈들. 감히 누구를 혹사시키는 거야. 주말과 주중을 나눠서 하면 좋을 텐데. 내부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막상 나뉘면 신경 쓰일 거다. 비교를 하니까. 주말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가 나보다 잘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그리고 발전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 주말에 방송을 안 하면 그라운드에 나가서 선수들하고 얘기라도 한마디 더 해볼 수 있다. 
선수들하고 얘기를 한다고? 안 돼. 허락할 수 없어. 그냥 6일 내내 해라. 하하.
어떤 팀 좋아하나? 아무래도 아는 선수가 많은 팀을 응원하게 된다. 


방송국에 팬레터나 선물도 오나? 손에 꼽을 정도로. 그런데 야구장 가면 많이 주신다. 음료수랑 사탕 많이 받았다.
내일 방송국으로 꽃다발 하나 보낼까? 하하. 정말?
<베이스볼 S>는 다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뭐가 다른가?
<베이스볼 S>가 제일 늦게 시작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한다. S가 의미하는 것 중 하나가 스피드다. 야구팬들이 야구 중계 보고 채널 돌리면 바로 시작하는 콘셉트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도 시작 시간이 빨라지는 추세다.
S가 S라인이 아니었구나. 하하.


인터넷에서 이름 검색해본 적 있나? 아침에 한 번 정도. 그런데 안 한 적이 있었다. 작년에 한 두세 달.
왜? 처음에는 내 이름 검색하는 게 재밌었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이 무작위로 올리는 글에 상처받을 때가 어쩔 수 없이 있다. 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가 갑자기 관심을 받았다. 그러니 적응을 못한 거지. 그래서 안 봤다가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에 대한 평가를 아예 안 보는 건 무책임한 것 같아서. 


검색창에 여자 아나운서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가 노출, 비키니, 이딴 거다. 최근에 연관 검색어 중에 ‘엉덩이’가 추가됐다. 검색어가 ‘배지현 엉덩이’다. 놀라서 클릭했더니 아무것도 안 나왔다. 
남자들 별로지? 자꾸 그런 것만 클릭하니까. 
방송 중에 패널과 이야기 주고받다가 말문이 막힐 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나? 많았다. 당황하고 더듬거리는 게 표정에 드러나니까, 불편하다는 시청자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여유를 좀 갖게 됐다. 웃어넘기거나 패널에게 농담을 건넨다.


여자 아나운서는 수명이 짧은 것 같다. 이후에 대해 생각하나? 김민아 아나운서를 보면 희망이 생긴다. 시청자들이 김민아 아나운서를 좋아하는 건 전문성 때문이기도 하다. 전문성을 키우면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중계 쪽도 해야 할 것 같다. 중계는 수명이 좀 길다. 나도 방송을 서른 중·후반, 마흔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 포기할 건 포기할 거다. 그런데 받아준다면 중계 쪽은, 얼굴이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거니까 해보고 싶다.

빨간색 드레스는 디올, 팔찌와 반지는 모두 엠주 제품.

 

 

바람만 사뿐히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여자 아나운서들이 꽃잎 같은 입으로 야구에 대해 말한다. 사심이 안 생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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