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EATURE MORE+

극단적 커뮤니케이션

유럽에선 극우 정당이, 미국에서는 극우 집단이, 중국에서는 민족주의 세대가 자라난다. 극단주의는 무얼 먹고 자랄까. 그들만의 소통법을 살펴본다.

UpdatedOn July 17, 2021

3 / 10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574-459993-sample.jpg

 

피해야 할 얘깃거리가 늘고 있다. 동세대, 동향이라 할지라도 꺼내기 어려운 주제. 정치가 그렇다. 상대의 정치 성향을 알기 전까지는 정책이나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경제 이야기도 쉽사리 하기 어렵다. 부동산이든 소득이든 원인을 파헤치다 보면 정치가 거론되기 때문이다. 젠더 이슈도 마찬가지. 여기에 인종차별이나 난민 문제 등 입장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소재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상대가 논리를 펼치길 기다리는 관용적인 토론은 보기 드물다. 배타적인 태도는 내 주변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쇼비니즘의 시대가 도래했다.
 

1 유럽에 부는 애국주의 열풍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뜻하는 쇼비니즘이 유럽과 미국, 아시아 전역에서 일고 있다. 국수주의가 지지 받는 원인은 불안정한 경제나 급격한 사회 변화로 사회 구성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에 기인한다. 긴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8년 이탈리아에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끈 우파연합이 총선에서 승리한 바 있다. 지역 민족주의 정당의 인기에 힘입은 쇼비니즘의 승리였다. 하지만 그 이후 이탈리아의 경제 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이탈리아 외에도 2010년대 유럽에선 우파 정당이 큰 지지를 얻었다. 영국 노동당을 비롯해 독일과 프랑스 사민당 등 유럽 주요 좌파 정당들은 2010년대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영국은 보수당이 집권했고, 독일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우파가 여전히 강건하다.

프랑스는 중도 우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쇼비니즘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에 대한 지지가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으로는 프랑스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600만 무슬림에 대한 인종 갈등이 꼽힌다. 지난해 무슬림 10대 학생들에 의해 현직 교사가 거리에서 참수되는 사태 등을 겪으며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지 않은 무슬림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높아진 상태다.

우파 정당이 집권한다 하여도 쇼비니즘이 와해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선 네오나치즘을 주장하는 집단들이 등장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선 프라우드 보이스와 큐어넌이라는 극우 집단이 논란의 대상이다. 그들은 트럼프 대선 캠프 슬로건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아래 결집했으며, 백인과 남성 우월주의를 표방한다. 무슬림과 유대인, 페미니즘을 반대하는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수주의가 판치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에서 2000~2009년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 ‘링링허우’는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만큼이나 애국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수입품보다 국산품을 애용하고, 중국 공산당에 반대하는 타국의 문화나 정책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링링허우는 약 1억6천만 명이 넘는 인구수를 바탕으로 중국에 반하는 브랜드를 보이콧하며 경제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 2021년 현재도 쇼비니즘은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급진적인 움직임을 펼친다. 이는 국수주의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 세력의 발생과 확대는 그들만의 메신저를 통해 이루어진다. 국내에서는 특정 인터넷 커뮤니티로 함축해 표현되기도 하듯, 유럽과 미국, 중국에서도 특정 메신저들이 극단주의의 소통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2 프라우드 보이스는 비공개를 원한다

최근 소셜미디어 팔러의 CEO로 조지 파머(George Farmer)가 임명됐다. 영국 금융 서비스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그가 팔러의 대표직을 수용한 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가 팔러와 매우 잘 어울리는 인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9년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보수주의자 캔더스 오언스(Candace Owens)와 결혼했다. 그녀는 민주당이 흑인들을 이용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흑인들이 민주당을 벗어나야 한다는 ‘블랙시트(Blackexit)’를 주장해 미국 내 우파 지지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킨 인물로 평가 받는다.

조지 파머 또한 영국 우파 정당을 재정적으로 후원한 경력이 있다. 기업 대표의 정치적 색깔이 중요한 것은 팔러가 미국 내 극우 세력의 소셜미디어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난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이 정지되자 공화당을 비롯한 우파 세력은 트위터의 검열 기준에 반발하며 팔러로 대거 이동했다. 팔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안 플랫폼이다. 팔러의 주장에 따르면 그렇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검열이 느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 내에서 증오 콘텐츠로 불리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 우파 세력이 팔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당시 팔러는 앱스토어에서 한 주 동안 4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고, 무료 앱 중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트럼프 캠프 외 공화당 지지자들로 북적거린 팔러는 이 시기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프라우드 보이스와 큐어넌 등 극우 집단의 참여로 더욱 공격적인 콘텐츠들이 증가한 것이다. 혐오 콘텐츠에 대한 팔러 측의 검열이 이루어지지 않자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선 팔러가 공공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퇴출시키기에 이르렀다. 웹 호스팅을 제공한 아마존 역시 서비스를 중단하며 팔러를 옥죄었다. 팔러의 주된 사용자들인 우파 세력의 반발이 이어졌고, 극우 세력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으로 터를 옮겼다. 개방된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이며 세력을 확장하는 역할을 했다면, 폐쇄된 커뮤니티는 극단주의의 밀도를 높인다. 텔레그램 비공개방에서 활동한 프라우드 보이스의 백인우월주의는 더욱 강건해졌다. 그들은 비공개방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지난 1월 미국 의회를 점거했고, 사상자가 발생됐다.
 

3 링링허우는 이미지로 소통한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 강연에서 사랑받고 신뢰받을 외교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세적인 외교 전략인 전랑외교를 포기하고, 친근한 중국 이미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중국의 새로운 소비 세대인 링링허우는 쇼비니즘을 넘어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10대와 20대 초반인 링링허우는 시진핑의 과도한 애국주의를 교육받고 자란 세대로, 개방 개혁을 목격한 1980년대생들, 경제 호황기를 누린 1990년대생들보다 공산당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 공산당 찬양 랩에 환호하는 10대는 세상에 두 나라밖에 없을 거다.

링링허우는 IT 기술에 익숙하고, 소셜미디어로 사교 활동을 하는 Z세대의 특징도 보인다. 하지만 중국의 인터넷은 만리방화벽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해외 사이트 차단과 감시, 검열이 엄격한 곳이다. 따라서 링링허우는 폐쇄적인 중국 인터넷에 갇혀 자란 세대이기도 하다. 배타적인 민족주의 성향의 중국 Z세대가 극단적인 애국주의를 과시하는 곳 역시 온라인이다. 링링허우는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 인터넷에서 중국의 우월함을 강조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반하는 경우에는 사이버 불링을 가한다. 사이버 불링이 가해지는 곳은 ‘웨이신’이나 ‘웨이보’ 등 중국 내 대형 소셜미디어들이지만, 종종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국내 포털사이트 등에서도 이들의 강경한 어조가 발견된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세대 링링허우가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는 QQ다. QQ는 1992년에 등장한 오래된 메신저다. 지금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위챗이 카톡이라면 QQ는 버디버디인 셈. 링링허우는 대화창이나 디자인 스킨, 폰트 등 사용자가 꾸밀 수 있는 그래픽 요소가 많기 때문에 QQ를 선호한다고 한다. QQ는 재밌는 메신저이지만 토론과 논의에 적합한 도구는 아니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불편하고, 개인의 목소리가 강조되지 않는다. 링링허우가 선택한 메신저다.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게티이미지뱅크

2021년 07월호

MOST POPULAR

  • 1
    사막과 자유
  • 2
    SPA THERAPHY
  • 3
    올 가을엔 골프 칠 거야
  • 4
    MY OCTAGON IS HERE
  • 5
    마세라티의 첫 번째 하이브리드

RELATED STORIES

  • FEATURE

    메타버스, 욕망의 CtrlC-CtrlV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회사가 될 것이라 선언했다. 모바일의 용도가 소셜 미디어에서 메타버스로 옮겨간다는 주장이다.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관한 소설을 읽은 중학생 때부터 메타버스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럼 메타버스는 환상적인 곳인가? 그렇다. 가상현실은 환상을 충족시킨다. 누구나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권력에 대한 환상이 충족되는 곳이다. 그럼 메타버스는 유토피아인가? 권력욕을 비롯한 현실 욕망이 복제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디스토피아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선 익명으로 권력을 가진 사용자들이 어떤 해악을 저지를 수 있을까? 상상만 해도 기대, 아니 걱정된다.

  • FEATURE

    웃는 얼굴, 우상혁

    24년간 2m 34cm에 멈춰 있던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이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 비로소 깨졌다. 우상혁이다. 1997년에 이진택 선수와 함께 얼어붙어 있던 그 기록을 1996년생 우상혁 선수가 부쉈다. 7월 1일에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우상혁은 자신 있었고, 그 자신감은 앞으로 달려나가며 그가 띤 미소에서 발견됐다. 한국 신기록이 깨지기까지의 과정, 우상혁이 도쿄 올림픽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돌아본다. 기대되는 우상혁에 대해 말해본다.

  • FEATURE

    BOTTOM TO THE STAR

    BTS의 빌보드 장기 집권 소식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오히려 당연한 사실로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팝 본고장인 미국 시장에서, 그것도 63년간 탄탄하게 이어져온 빌보드 차트의 시스템을 허문 아시안 케이팝 스타 BTS의 퍼포먼스를 의심하는 축도 존재한다. 인기의 본질을 단순히 팬덤의 든든한 지원만으로 한정하기도 하며, 오히려 미국 시장에서 타 팝스타에 비해 활동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은 간과한다. 하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에, 바닥부터 별의 자리로 오르기까지 요구된 긴 시간과 노력에 집중한다면, BTS의 성공이 얼마나 정당한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 FEATURE

    위버스, 경쟁을 거부하는 1인자의 힘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덤 간 소통의 장 역할을 하는데, 이 소통의 장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BTS를 비롯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세븐틴, 그리고 하이브 소속이 아닌 매드몬스터나 최근에는 블랙핑크까지 품었다. 이외에 맥스, 뉴 호프 클럽 등 해외 아티스트까지도. 거대해지는 위버스는 단순히 입점 아티스트 수로만 승부하는 게 아닌,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위버스샵, 아티스트가 라이브를 선보이는 브이라이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위버스의 몸집이 어디까지 불어날지. 또 몸집만큼 위대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위버스를 들여다본다.

  • FEATURE

    제임스 건의 도발적인 유머에 접속하기

    전작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지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다르다. 제임스 건이 감독을 맡아서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마블 영화 패러다임을 흔든 제임스 건은 오락 영화의 문법을 잘 이해하고 쓰는 감독 중 하나다. 영화에 꼭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면 웃기고 세련되게 담아내는 것도 그의 힘. 가장 큰 힘은 특유의 유머다. 등장인물이 많아도 웃음으로 꽁꽁 묶어 이야기가 새어나가는 걸 막는다. 제임스 건의 웃기는 기술을 파헤친다.

MORE FROM ARENA

  • LIFE

    가장 동시대적 다도

    전통 다도에 색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는 실험적 공간이 생겼다.

  • FEATURE

    에릭&조안나 '자유의 밴'

    낡은 밴을 구해 캠퍼 밴으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캠퍼 밴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경이로움을 느끼는 움직이는 집. 밴 라이프를 실천 중인 7팀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 AGENDA

    도심의 롤러코스터

    가벼운 차체, 짧은 휠베이스, 경쾌한 출력. 쿼터급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이 꾸준히 인기 있는 이유다. 이젠 멋있기까지 하다.

  • ARTICLE

    [Episode.1] 이들은 누구일까요?

    백팩을 매고 보드 위에 올라 탄 소년과 말끔한 수트를 차림의 한 남성이 만났습니다. 이들은 누구일까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오직 <아레나>에서 계속됩니다.

  • FASHION

    여름이니까 Ⅲ

    뻥뻥 뚫린 구멍 사이로 바람이 통해 시원한 메시.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