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DHL이라는 世界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DHL은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다. 이런 로고, 저런 로고를 거론하면 단박에 알 만한 작업물이 많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

UpdatedOn July 16, 2021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571-459918-sample.jpg

연한 하늘색 수트 MR P. by 미스터포터, 슬리브리스 H&M,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이덕형, 아니 지금부터는 (영문 이니셜이자 아티스트 표기명인) DHL이라 칭할게요. 당신의 커리어를 살펴보면 2000년대 중반부터 형성된 한국 클럽 신의 전성기 시절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서브 컬처 범주에서의 활동들이 현재 DHL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클럽 신은 음악이 주가 되는 분야잖아요. 당시 파티 포스터들을 보면서 그래픽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럼 내가 이쪽에서 역량을 발휘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죠. 파티는 클럽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열리니 다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에요. 그때 자유분방한 디자인을 많이 했죠. 지금의 정제된 모습도 당시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거고요.

파티 크루들 사이에서 DHL은 유명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진 사람은 아니었어요. 브랜드 디자인을 변용하면서, 일련의 과정이 당신을 널리 알리게 한 것 같은데요.
맞아요. 제가 브랜드 ‘DHL’을 패러디한 후 버질 아블로의 오프화이트에서 패러디가 나왔고, 베트멍에서도 그 브랜드를 패러디했죠. 브랜드에서 내용증명이 날아오고, 또 그 일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대중이 저를 인지하게 된 것 같아요.

글로벌 기업에서 덜컥 내용증명이 날아왔을 때, 어릴 때였죠. 조금 겁나기도 했을 것 같아요.
겁이 나진 않았어요. 역사적으로 제프 쿤스나 데미언 허스트 등이 아티스트로서 잘 풀려간 과정을 보면 다 그런 일이 있잖아요.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앤디 워홀이나 장 미쉘 바스키아도 그렇고요. 과감한 시도 때문에 문제가 발발하고, 그게 발전하면서 일종의 새로운 컬처가 된다고 생각해요. 제게 날아든 내용증명도 운이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역으로 큰 기업이 미약한 제게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건 제가 일정 부분 영향력이 있다는 거니까요. 또 기업과도 잘 해결했고요. 되려 나중에 함께 할 일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도 했어요.

DHL의 DHL 패러디는 꽤 흥미로웠어요.
당시 좀 도전적이긴 했어요. 사실 한국의 패러디 문화나 부틀렉 문화가 자리 잡히지 않은 시기에 파인 아트적 측면에서 로고를 회화로 풀어내는 작업이 과연 어떤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인가에 대한 저의 개인적 의문이 있었거든요. 단지 그림을 그리는 행위일 뿐인데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내용증명이 날아왔죠. 하하.

앞서 말한 것처럼, 지금 아주 잘나가는 신의 동생들이 있어요. 그들과 크루로서 함께할 기회가 많았을 텐데 굳이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요? 그들과 함께했으면 지금쯤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말이죠.
지금은 커진 힙합 레이블, 또 잘나가는 크루들이 몇 있었죠. 그런데 제겐 창작에서 얻는 만족감이 삶의 기반이거든요. 제 힘으로 뭔가를 이루어내고 싶거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를 바란다고 할까요? 이미 형성된 명성과 더불어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일궈내고 싶은 게 있었어요. 사실 유명한 카드 회사에서도 제의가 왔었거든요. 하지만 거절했죠.

IWC의 빅파일럿 43과 관련된 모션 그래픽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당신에게 전달된 건 워치의 히스토리와 약간의 텍스트, 그리고 사진이 전부였는데 말이에요.
빅파일럿 43의 블랙 다이얼을 보면 아주 미니멀하잖아요. 그 심플함이 발산하는 오라가 있어요. 굳이 모션 그래픽에 컬러를 입히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 블랙과 화이트가 이번 빅파일럿의 명징한 색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어떤 사물 또는 제품이 가진 역사를 좋아해요. 긴 시간의 역사를 단시간 내에 축약해서 보여주는 행위가 ‘쿨’하다고 느껴요. 그래서 연도에 비례한 다이얼의 축소 히스토리를 40초 안에 담아보려 했어요.

DHL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유명세를 떨쳤고, 지금은 비주얼 아티스트로 다방면에서 활동해요. 근래에는 순수 미술에까지 도전하고 있어요. 이쯤에서 DHL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묻고 싶어요.
‘손맛’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요. 그게 주는 의외성이 아주 흥미로워요. 디자인은 구획된 그리드가 존재하고, 그 속의 타이포그래피는 자간과 간격이 중요해요. 그래서 디자인은 수학적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그 딱딱함을 벗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제가 디자이너로 활동해오면서 항상 딱딱한 생각, 정적인 표현 등에 약간 식상해진 것도 있어요. 그 프레임을 탈피하고 싶었죠. 붓으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실수도 하고, 또 그걸 덮어가는 과정에서 의외성을 발견하곤 해요. 그 실수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게 완성되었을 때, 그 속에서 작업의 시간이 느껴져서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변화를 잘 바라볼 수 있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시선을 가지려 해요. 시대의
흐름을 보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거죠.”

 

아티스트로서 자신이 걸어온 시간들이 있을 거예요. 일종의 ‘마이 웨이(My Way)’죠. 어때요? 잘 걸어온 거 같아요?
딱히 후회한 적은 없어요. 안 좋은 일도 있었고, 불합리하고 힘든 시간들도 있었죠. 그걸 미워하지는 않아요. 그 시절과 노력이 있어서 지금 보상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거든요. 또 과거의 시간들이 만들어준 좋은 습관들도 있고요. 예를 들어 이번 작업을 하면서도 시간을 정확히 지킨다든가 하는 약속의 개념들.

그럼 앞으로 DHL이 나아가고 넓혀야 할 길은 어떤 것일까요?
사실 저는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다가올 고작 하루, 이틀 정도의 시간을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4차 산업혁명이 어떻고, NFT라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 거론되는 등 미래는 너무 빠르고 복잡한 개념이잖아요. 이 엄청난 스피드의 변화는 피땀 흘려 노력한 이들에게 패배감을 안겨줄 수도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변화를 잘 바라볼 수 있는 어느 정도 자유로운 시선을 가지려 해요. 시대의 흐름을 보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거죠. 어렵게 말한 것 같은데, 요컨대 저는 미래보다는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싶다는 말이에요. 시간은 언제나 의외의 연속이니까요. 저희가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것처럼요. 무엇보다 저는 창작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그러니 뭔가를 만들어낼 수만 있으면 아무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3 / 10
흰색 셔츠·팬츠 모두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흰색 셔츠·팬츠 모두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 흰색 셔츠·팬츠 모두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흰색 셔츠·팬츠 모두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 흰색 셔츠·팬츠 모두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흰색 셔츠·팬츠 모두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571-459919-sample.jpg

검은색 재킷 C.P. 컴퍼니, 흰색 셔츠·팬츠 모두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 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upload/arena/article/202107/thumb/48571-459921-sample.jpg

가죽 블루종 누마레, 선글라스 모델 소장품.

지름 43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오토매틱, 셀프 와인딩, IWC 자체 제작 82100 칼리버, 60시간의 파워리저브, 스테인리스 스틸 브레이슬릿, EasX-CHANGE 시스템, 수압 저항 기능 10bar의 빅 파일럿 워치 43 1천2백만원 IWC 제품.

<에스엠라운지>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FEATURE EDITOR 이주영
FASHION EDITOR 최태경, 김성지
PHOTOGRAPHY 고원태
HAIR & MAKE-UP 이은혜
ASSISTANT 김지현

2021년 07월호

MOST POPULAR

  • 1
    Art Piece with Fashion #이광호
  • 2
    박찬욱 감독과 디테일
  • 3
    여름을 위한 니트
  • 4
    NCT 정우, 살며 알아야 할 것들
  • 5
    바다를 담은 향수

RELATED STORIES

  • INTERVIEW

    Craftsmanship Of Seoul #수리수리 협동조합

    세상은 무정하게 변한다. 열심히 살면 무엇이 남나. 들어버린 나이와 늙은 음악과 촌스러운 영화들만 주변에서 반복된다. 그럼에도 살아 있으니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도한다. 세월에 무임승차해 지나간 풍경을 곱씹으며 인생이 고장 났던 순간만 복기할 따름이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일정하게 정차한다. 간이역에서 책임질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빈손으로 다시 열차에 오르길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다. 그때쯤 차창 풍경에도 무심해진다. 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업력도 능력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는 사이 기회는 스무 살의 꿈처럼 구름 뒤로 사라지고 열차는 황혼에 들어선다. 이달 우리는 장인들을 만났다. 50년간 구두를 수리했거나, 60년간 시계를, 40년간 기타를, 60년간 오디오를 수리한 사람들 . 한 가지만을 고쳐온 장인들에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직할 수 있었던 힘에 대해 물었다.

  • INTERVIEW

    Craftsmanship Of Seoul #영신사

    세상은 무정하게 변한다. 열심히 살면 무엇이 남나. 들어버린 나이와 늙은 음악과 촌스러운 영화들만 주변에서 반복된다. 그럼에도 살아 있으니까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도한다. 세월에 무임승차해 지나간 풍경을 곱씹으며 인생이 고장 났던 순간만 복기할 따름이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는 일정하게 정차한다. 간이역에서 책임질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빈손으로 다시 열차에 오르길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다. 그때쯤 차창 풍경에도 무심해진다. 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업력도 능력도 키워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을 해볼까. 고민하는 사이 기회는 스무 살의 꿈처럼 구름 뒤로 사라지고 열차는 황혼에 들어선다. 이달 우리는 장인들을 만났다. 50년간 구두를 수리했거나, 60년간 시계를, 40년간 기타를, 60년간 오디오를 수리한 사람들 . 한 가지만을 고쳐온 장인들에게 변하는 세상에서 우직할 수 있었던 힘에 대해 물었다.

  • INTERVIEW

    Art Piece with Fashion #이규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국내 가구 디자이너 4인.

  • INTERVIEW

    Knitted To Last A Lifetime

    덴마크의 대표적인 세일러 니트 브랜드 안데르센-안데르센은 다음 세대에 물려줄 니트, 다음 세대를 위한 방식을 근사하게 여긴다. 여름의 첫 자락에 안데르센-안데르센의 CEO 카트린 룬드그렌 안데르센(Cathrine Lundgren-Andersen)과 나눈 인터뷰.

  • INTERVIEW

    Art Piece with Fashion #이광호

    패션 브랜드와 협업한 국내 가구 디자이너 4인.

MORE FROM ARENA

  • INTERVIEW

    DKZ 재찬, “많은 사랑을 받으니 나도 바뀌었다”

    DKZ 재찬, 강렬하고 관능적인 화보 미리보기

  • REPORTS

    진성의 진심

    양진성은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숨길 것 없다는 표정으로.

  • INTERVIEW

    뉴이스트, 어른이 된 소년들 미리보기

  • DESIGN

    Full Throttle

  • CAR

    전설의 롱테일

    경량화에 성공한 맥라렌의 2인승 컨버터블 슈퍼스포츠카 600LT 스파이더가 한국에 입고됐다. 다이어트는 영국 워킹에 위치한 맥라렌 프로덕션 센터에서 수작업으로 이뤄냈다고 한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