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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정통 픽업트럭에 대한 우려와 기대

On September 27, 2019

라이프스타일은 변한다. SUV가 산과 들로 놀러 가길 부추겨왔고, 스포츠카가 레이싱의 참맛을 일깨운 것처럼 특정한 형태의 자동차는 생활 양식에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정통 픽업트럭은 어떤 효과를 창출할까? 산악자전거나 서프보드를 실은 픽업트럭을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에서 보는 상상을 한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대형 SUV가 잘 팔리는 걸 보면 어쩌면 픽업트럭도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혹은 과거 반짝 등장했다 사라진 다코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고. 좁디좁은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정통 픽업트럭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EDITOR 조진혁

픽업트럭은 비호감 1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 비호감 차종 3대장은 해치백·왜건·픽업 트럭이다. 자동차라는 존재는 참 묘해서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른다는 기본 목적은 같아도 형태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지역까지 곁들이면 호불호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픽업트럭은 우리나라에서 희귀 차종인데 미국은 모든 차종 통틀어서 픽업트럭이 늘 판매 1위를 달린다.

비호감 3대장 중에서도 픽업트럭은 처한 상황이 판이한 두 차종과 좀 다르다. 해치백은 국산 차나 수입차 모두 생산되고, 왜건은 국산 차는 없지만(하나 있던 현대자동차 i40가 얼마 전에 단종됐다) 종류가 적고 판매량이 많지 않아도 수입차가 꾸준하게 들어온다. 픽업트럭은 국산 차와 수입차 통틀어서 단 한 종류밖에 없다. 3대장 중에서도 비호감 1등이다. 쌍용자동차가 무쏘·액티언·코란도·렉스턴 픽업트럭으로 명맥을 이어갈 뿐이다. 수입차는 픽업트럭 역사를 살펴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2000년대 이후만 보자면 닷지 다코타와 포드 익스플로러 스포츠 단 두 종만 들어왔다. 수입 픽업트럭이 성공했다면 픽업 시장이 지금처럼 죽어버리지는 않았을 터다. 폭삭 망해서 비호감 3대장 중 1위로 가는 길만 공고히 다졌을 뿐이다. 비교적 최근에 중국산 픽업트럭도 잠깐 들어왔지만 파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하다.

다코타나 익스플로러 스포츠나 레저용으로는 아주 제격이었지만, 단점을 덮을 만큼 장점이 크지 않았다. 우리 시각 기준으로 단점이라면 짐차 이미지, 연비 낮은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 수입차라 비싼 가격, 우리 도로에 맞지 않는 큰 덩치 등 열거하면 끝이 없다.

수입차만 놓고 보았을 때 픽업트럭의 무덤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에서 픽업트럭이 관 뚜껑을 열고 부활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픽업트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가기 때문이다. 희소한 차를 찾는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희소성을 아직 간직한 분야는 아이러니하게도 비인기 차종이다. 그중에서도 대중화의 때가 덜 묻은 분야가 픽업트럭이라서 새로운 수요가 생길 수 있다. 아웃도어와 레저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그런 활동에 적합한 차를 찾는 사람도 늘어난다. 실제로 병행 수입업자를 통해 해외 픽업트럭 모델을 사는 사람도 일부이지만 존재한다.

픽업트럭이 퍼지려면 차종이 늘어야 하는데 국산 차 한 종류 외에는 없다. 국산 차인 쌍용 픽업트럭은 그래도 선방하는 편인데, 픽업트럭의 본질적 장점보다는 낮은 세금과 동급 SUV 대비 저렴한 가격이 큰 영향을 미친다. 다른 국산 차 업체는 픽업트럭 생산 계획이 없고, 결국 수입차 업체가 픽업트럭을 들여와야 한다. 강산이 바뀌어 픽업트럭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생겼으니 시험 삼아 가져와볼 만하다. 요즘에는 대형 가솔린 SUV도 잘 팔리고, 수입차 가격에 대한 저항도 줄어서 과거보다는 조건이 좋아졌다.

다만 픽업트럭을 원하는 목소리는 걸러 들을 필요는 있다. 예쁜 해치백, 수동변속기 모델, 왜건 등 비인기 차종을 들여와달라는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있으면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픽업트럭도 수요의 외침이 들리지만 아주 소수에 그치리라 예상한다. 소수를 위해 수익과 무관하게 픽업트럭 보급에 힘쓴다면 모를까, 큰 성공을 기대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픽업트럭이 잘 팔리는 나라를 보면 생활 속에서 아주 유용하게 쓴다. 픽업트럭이 생활을 영위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니 잘 팔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픽업트럭을 유용하게 탈 만한 환경이 아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는 픽업트럭도 소수를 위한 차 범주에 들어간다. 자기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싶은 사람이 타는 차여서 큰 수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픽업트럭에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지만 부활을 막는 걸림돌도 새롭게 생겨난다. 요즘 SUV 열풍은 픽업트럭 부활을 가로막는다. SUV와 픽업트럭이 친척 관계로 보이지만 촌수는 상당히 멀어서 남이나 다를 바 없다. SUV가 잘된다고 픽업트럭도 같이 흥하지는 않는다. SUV의 인기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한 대로 여러 대 효과를 얻는 것이 큰 장점이다. 픽업트럭의 역할을 SUV가 대부분 해내는데 굳이 픽업트럭을 살 이유가 없다.

다행인 점은 몇몇 업체가 픽업트럭 도입을 직간접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이 팔겠다는 의도보다는 소수를 상대하며 간을 보려는 목적이다. 그런 시도만 해도 어딘가. 픽업트럭이 국내 시장에 정착하면 몰고 올 긍정적인 변화는 생각보다 크다. 다만 변화를 일으킬 규모가 안 될 뿐이다. 작은 시도라도 일단 시작한다는 사실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

산으로 바다로 가는 길에 커다란 레저 장비를 싣고 달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멋있다. 차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픽업트럭이 레저에 적합한 차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레저만으로는 수요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생활 속 차가 되지 않고서는 무덤에서 부활하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국산 픽업트럭은 본질보다는 세금 등 다른 요인이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어쨌든 픽업트럭의 영역 확대에는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낸다. 수입 픽업트럭 역시 우리 실정에 맞는 매력 요소를 찾아내 알려야 시장을 조금이라도 키울 수 있다.

작은 수요라도 만들어내는 것을 성공 기준으로 삼는다면 픽업트럭도 잘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중화 수준을 바란다면 아직 멀었다. 비호감 3대장 1등 탈출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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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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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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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