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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8K는 그림의 떡

On September 30, 2019

8K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의 QLED 8K TV를 선보였고 올해는 소니, LG전자도 8K TV를 출시했다.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 2위 TV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 TV를 잇달아 출시하며 이제 8K TV는 대중화의 문턱에 섰다. 하지만 현실은 공중파나 IPTV에서 4K로 방송을 송출하는 경우는 드물고, FHD도 제대로 송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5G가 개통된 시대에 여전히 FHD 수준에 머물고 있는 TV 방송. 문제는 무엇일까.

EDITOR 조진혁

8K는 그림의 떡이다?

8K의 장점은 분명하다. 4K보다 4배, 풀HD보다 16배 더 세밀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3300만 화소로 찍은 사진이 연속으로 재생되는 셈이다. 소비자는 고화질 카메라로 찍은 쨍한 영상을 원없이 즐길 수 있다. 돈만 많다면 말이다.

제조사 측면에서도 8K의 장점이 크다. 4K TV의 화면 사이즈는 대부분 65~75인치급이다. 이유가 있다. 일반적인 가정의 시청 거리인 3m 수준에서 최적의 TV 사이즈는 65~75인치다. 4K의 도트 크기 때문이다. 더 시청 거리가 가까워지거나 화면이 커지면 도트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그런데 4K보다 4배 더 촘촘한 8K TV는 80~100인치까지 화면을 키워도 도트가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8K TV가 보급되면 현재 65~75인치가 주로 팔리는 TV 시장이 더 비싸고 큰 대형 화면 TV 시장으로 전환될 수 있다. 현재 출시되는 8K TV는 65인치급부터 시작되지만 80인치 이상 100인치 크기 정도가 주력 제품이다. 계속해서 후발 주자들과 격차를 유지해야 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에게는 군침이 도는 시장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콘텐츠다. 8K 콘텐츠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물론 8K TV는 업스케일링을 지원해서 4K나 풀HD 콘텐츠도 8K로 뻥튀기해서 보여준다. 하지만 원본의 화질이 안 좋다면 아무리 우수한 업스케일링 기술로도 한계가 있다. 특히 풀HD를 8K로 뻥튀기한 화질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오리지널 8K 콘텐츠가 필요하다. 근시일 내에 공급되는 8K 콘텐츠가 하나 있긴 하다. 내년에 열리는 도쿄 올림픽이다. 도쿄 올림픽은 8K로 생중계될 예정이다. 소니가 서둘러 8K TV를 출시한 배경이다. 하지만 올림픽(그것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 일본에서 열리는)만을 보기 위해서 값비싼 8K TV를 구입하기는 꺼릴 것이다. 한 번 구입하면 10년을 쓰는 TV지만 10년 안에 과연 8K 콘텐츠가 일반화될지 궁금한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언젠가는 많이 생기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을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생각보다 난관이 많다.

우선 영화부터 살펴보자. 일단 과거 아날로그 필름 영화는 디지털 변환 시 8K 해상도로 변환하면 8K 상영이 가능하다. 디지털 영화도 업스케일링하면 8K 감상이 가능하다. 다만 이 방식은 진정한 8K 콘텐츠라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8K 카메라로 찍고 편집하는 영화는 얼마나 될까? 현재는 거의 없다. 지금 개봉되는 영화는 대부분 4K 이하의 카메라로 촬영한다. 앞으로는 어떨까? 영화는 대부분 기획 기간이 2~3년인데 지금 준비하는 영화 중 8K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메이저 영화사는 없다. 적어도 향후 2~3년은 8K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8K로 제작할 경우에는 제작비가 더 상승하는 부담이 있다. CG 비용도 훨씬 더 소모된다. 수요는 많지 않은데 굳이 제작비를 더 들여가며 8K로 만들 이유가 없다.

방송 쪽은 더 암담하다. 4K 콘텐츠도 많지 않다. 방통위는 몇 년 전 지상파에 UHD 의무 편성 비율을 2019년 15%, 2020년 25%, 2023년 50%까지 늘리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에게 그럴 여력이 있을까? 4K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는 편집 장비부터 저장장치 등 다양한 부분에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지상파 광고 매출이 줄어들면서 시설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4K 카메라는 겨우 샀지만 제대로 편집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편법을 생각해냈다. 4K로 찍고 풀HD로 전환한 후에 편집하고 다시 4K로 업스케일링하는 방법이다. 황당한 방법이다. 4K 콘텐츠는 맞지만 실제로는 일반 풀HD와 큰 차이가 없는 화질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 지상파의 4K 콘텐츠는 세상에서 가장 구리다. 앞으로는 어떨까? 시설 투자가 이뤄진다고 해도 방송사들은 꺼릴 수밖에 없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4K로만 촬영해도 제작비가 2배 가까이 드는데 8K로 찍으면 제작비가 더 상승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과의 경쟁으로 광고 수익이 떨어지고 있는 방송사에게 8K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심지어 앞으로 10년 후인 2030년이 돼도 4K 체제로 완전히 전환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 같은 IPTV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은 어떨까?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니까 자체적으로 8K 콘텐츠를 찍으면 된다. 유튜브는 지금도 8K 콘텐츠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8K 콘텐츠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플랫폼은 인프라의 문제가 부각된다. 우선 8K 영상 재생을 위해서는 전송 속도가 최소 120Mbps여야 한다. 한국은 1Gbps급의 랜이 일반화됐지만 해외는 아직도 대부분 100Mbps 이하급이다. 세계적인 인터넷 인프라 개선이 없다면 넷플릭스도 8K 콘텐츠를 쉽게 송출할 수 없을 것이다. 무선 방식은 어떨까? 5G의 경우 전송 속도를 120Mbps 이상 기록하기 때문에 8K 콘텐츠 재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8K 콘텐츠를 5G로 재생할 경우에 엄청난 데이터 사용량으로 인해 망사업자들의 장비 투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5G를 재생할 수 있는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는 화면 사이즈의 한계로 인해 8K 콘텐츠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는 4K도 과하다. 10인치 이하에서는 2K 콘텐츠가 최적이다.

마지막으로 더 민감한 문제도 있다. 환경문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에 이상 고온 현상이 생기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는 에너지 생산을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이다. 그런데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들의 유행으로 데이터 센터와 네트워크 운영에 들어가는 전력 소비량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만약 8K로 화질이 업그레이드된다면 전력 소비량은 더 늘 수밖에 없다. 영화를 더 선명하게 보겠다고 지구 환경을 망쳐야 하는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다. 앞으로 디즈니와 애플이 OTT 사업에 뛰어들면 전력 소모량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콘텐츠들이 8K 콘텐츠로 전환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네트워크 장비와 데이터 센터가 필요하게 된다. 인류를 위해서라도 8K 콘텐츠는 ‘반드시’ 그림의 떡이 돼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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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김정철(IT 칼럼니스트)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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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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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