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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itique

리부트 전성시대에 걸맞은 덕목

UpdatedOn September 26, 2019

내년에는 <고스트버스터즈 3>가 개봉한다. 2016년 여성 4인조와 남성 비서라는 성 치환 개념으로 리부트된 바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원작의 후속 편을 만든다. 2016년 <고스트버스터즈>를 무시한 데는 팬들의 반발도 있을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유튜브의 2016년 <고스트버스터즈> 티저 영상에는 ‘dislike’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할리우드에서 리부트는 일상이다. 실사화된 디즈니 오리지널들, <미녀삼총사> <사탄의 인형> 등 셀 수 없이 많다. 소재 고갈을 꼬집자는 것은 아니다. 과거 작품이 현시대에 재탄생될 때는 현재의 트렌드, 정신이 담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을 것이다. 시대정신이 기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훼손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리부트에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EDITOR 조진혁

수익성과 재해석 그리고 오리지널리티

<에이스 벤츄라> <미녀 삼총사> <총알 탄 사나이> <캐리비안의 해적> <특전 유보트> <듄>(한국 개봉명 ‘사구’) <13일의 금요일> <도망자> <메이저리그> <스타게이트> <그린 호넷> <그렘린> <시스터 액트> <스폰> <인어공주> <슈렉> <젠틀맨 리그> 등등, 페이지를 더 채울 수도 있는 이 목록은 대부분 과거 우리가 열광하며 봤던, 이제는 고전이 된 작품일 뿐 아니라 ‘리부트’를 추진 중인 영화들이다.

리부트란 무엇인가? 기존 작품을 원작으로 삼되 연관된 이야기가 아니라 전혀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리부트는 <슈퍼맨> <배트맨> 등과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여기도 리부트, 저기도 리부트, 리부트가 판친다. 올여름만 해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알라딘>과 <라이온 킹>을 실사로 리부트하여 한국 박스오피스에서만 각각 약 1천2백40만과 4백60만 관객(8월 13일 기준)을 모으며 크게 성공했다.

리부트의 이유? 결정적으로 돈이 되어서다. 과거 작품을 다시 만든다고 하니 원작을 봤던 ‘올드’ 팬들은 지금 시대에 맞게 어떻게 개비되었을까 궁금해 극장을 찾고, ‘젊은’ 세대는 우리 부모님이 내 나이였을 때 좋아했던 작품이라는데 과연 볼 만할까, 호기심이 샘솟는다. 리부트는 제작사 입장에서 검증된 원작으로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어 모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일종의 ‘저비용 고수익’ 모델이다.

고수익 플랫폼은 극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OTT, 즉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망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극장을 찾지 않아도 안방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극장 영화와 차별되는 오리지널 작품으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가 독주하는 가운데 디즈니가 디즈니 플러스를 론칭하여 2020년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그만큼 콘텐츠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리부트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올해 초 20세기 폭스사를 인수한 디즈니는 최근 폭스의 프랜차이즈 시리즈 영화 <나 홀로 집에>와 <박물관이 살아 있다>와 <열두 명의 웬수들>과 <윔피 키드> 리부트를 발표했다. 이들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각각 7억 달러, 13억 달러, 3억 달러, 1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리부트 성공의 첫 번째 덕목은 제목만 대면 알 정도로 전 세계적 ‘대중성’을 갖추는 것이다.

<듄>(1984)과 <스폰>(1997)은 개봉 당시만 해도 엄청난 기대작이었지만, 전 세계 흥행이 다 뭐야, 덜 떨어진 완성도로 미국 관객도 외면한 영화다. 흥행 실패에도 불구, 리부트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작이 지닌 폭발력 때문이다. <듄>은 SF 소설의 거장 프랭크 허버트가 20년에 걸쳐 쓴 우주 대서사의 걸작이고, <스폰>은 베놈 캐릭터를 만든 토드 맥팔레인이 악마와 계약한 안티히어로 콘셉트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코믹스다.

<듄>은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어렵게만 보이던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을 우아하게 완성한 드니 빌뇌브가 연출을 맡아 2020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스폰>은 <파라노말 액티비티> <위플래쉬> <겟 아웃> 등 독특한 아이디어의 저예산 영화로 지금 가장 ‘핫’한 블룸하우스가 제작사로 참여했다. 드니 빌뇌브와 블룸하우스는 기존 작품을 재해석하는 데는 정평이 나 있어 리부트에는 제격인 감독과 제작사로 통한다.

그러니까 리부트 성공의 두 번째 덕목은 ‘재해석’이다. 디즈니의 CEO 밥 아이거는 폭스 프랜차이즈 네 편의 리부트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세대에 맞게 재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디즈니는 리부트로 가장 큰 재미를 본 제작사다.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기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세대에 맞는’ 감성으로 여성과 인종과 성소수자 같은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리부트로 호평을 끌어냈다.

<미녀와 야수>에는 디즈니 영화 최초의 ‘성소수자’ 캐릭터가 나오고 <알라딘>에는 아버지의 반대를 거스르고 술탄이 되려는 ‘여성’ 자스민이 등장하고 <뮬란>의 실사 영화에는 ‘중국’ 배우 유역비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디즈니뿐만 아니라 최근 리부트 영화의 대부분은 다양성을 필수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공포물에서 피해자 위치에 머물렀던 여성이 <할로윈>(2018)에서는 가해자를 반격해 물리치는 지위로 올라섰고, <젠틀맨 리그>의 리부트는 원작의 남성 일색 주인공을 여성이 중심에 서는 이야기로 바꿔 진행 중이다.

‘다양성’은 시대의 요구이면서 저항도 만만치 않아 원작의 빨간 머리 백인 인어공주에 흑인을 캐스팅한 <인어공주>는 과도한 ‘PC’함(정치적 공정성)이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관해서는 <젠틀맨 리그> 리부트의 프로듀서 존 데이비스의 말을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원작 영화의 뿌리를 잊지 않고 팬들이 정말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서지만, 슈퍼히어로물이자 액션 영화라는 장르의 특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다.”

즉, 리부트 성공의 세 번째 덕목은 ‘오리지널리티 존중’이다. 원작이 관객에게 사랑받았던 요소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재해석하는 것이야말로 리부트 성공을 위해 창작자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이를 ‘리부트의 창의력’이라고 해도 좋을까. 영국의 스타일 매거진 <데이즈드> 인터넷판은 8월 2일자 기사 ‘할리우드의 분별없는 리부트 프로젝트가 우리 시대에 말하는 것(What Hollywood’s unbearable obsession with reboots says about our times)’을 통해 할리우드의 트렌드로 급부상한 리부트를 비판했다.

할리우드의 유력 제작사들이 자사 보유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해 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기사의 요지다. 기사를 쓴 에디터는 창의력이 제한적인 리부트에서 영화감독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지만, 부분적으로 박탈당한 연출 능력을 기록적인 흥행 수입으로 보상받고 있다며 한탄한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공룡으로 군림하는 산업의 흐름을 거스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해결책은 영화를 잘 만드는 거다. 리부트 전성시대에 필요한 대중성과 재해석과 오리지널리티 존중에 감독들은 창의적인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 거기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WORDS 허남웅(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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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허남웅(영화 평론가)

2019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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