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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NESS

건강하게 숙면하기

다음 날 아침, 가벼운 몸으로 일어날 수 있는 숙면 리추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밤이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수면의 질은 달라진다.

On December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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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냉증 환자의 겨울

가만히 있어도 추운 이 계절을 보내는 수족냉증 환자의 비애.

누군가에게 겨울은 낭만적인 계절로 정의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음을 체감케 하는 형형색색의 전구, 날씨와 대조되는 따뜻한 실내의 공기는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설렘까지 안겨준다. 하지만 나에게 겨울은 비애의 계절이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수족냉증 때문이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 온몸을 녹여도 수족냉증 환자의 발은 쉽게 고집을 꺾지 않는다. 춥지 않은 날에도 종종 발에 한기가 느껴질 때가 있는데, 겨울밤은 예외 없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음장 같은 발이 다른 신체 부위를 스치기라도 하면 깊은 잠에 들었다가도 눈이 떠진다. 한의학에서는 혈액순환의 문제가 수족냉증 발병 요인이라고 지적했으나 슬프게도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100세 시대, 앞으로 맞이할 겨울이 족히 50번은 남았는데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겨울밤이 무섭고 지겨운 나에게 위로가 돼주는 존재는 수면 양말이다. 그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면양말을 신고 잠을 청했다. 어딘가 불편한 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답답함에 신경이 곤두서는 날이면 ‘차라리 발이 시린 게 낫다’는 마음으로 벗어 던지기 일쑤였다. 양말과 겨울, 차가운 발이라는 삼각관계에서 수면 양말의 등장은 이들의 관계에 평화를 불러왔다. 부들부들한 극세사 재질은 동물의 털이 발을 감싸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고 쓰임이 명확한 이름도 매력적이다. 나를 비롯해 수족냉증 환자 동지들을 위한 선물인 게 틀림없다.
그와의 첫 만남은 수줍었다. 엄마의 손에 들려온 안양시장표 수면 양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도트 무늬로 귀여운 자태를 자랑했다. 바닥이 전부 닳아 털이 망가질 때까지 수많은 밤을 함께한 첫 수면 양말이었다. 수면 양말은 심플하고도 확실하게 숙면을 보장하는 아이템이다. 발의 온도를 높여주는 것은 물론 재질의 포근함이 빠르고 깊은 수면의 길로 나를 이끌었다. 실제 연구에서도 증명된 결과다.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돕는단다.

모든 게 빠르게 변화는 시대 속 수면 양말도 진화와 변형의 시기를 겪었다. 수면 잠옷, 수면 장갑 등 다양한 형태로 말이다. 수면 잠옷과 양말의 조합은 흡사 이불을 덮고 자는 느낌이다. 질 좋은 수면이 간절하다면 이 조합을 강력하게 추천해본다. 겨울의 악몽으로부터 온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수면 양말 덕분에 지치는 밤과의 싸움에서 조금은 멀어졌다. 이 자리를 빌려 수면 양말을 처음으로 개발한 분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꽃길은 물론 돈길만 걸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족냉증 동지들이여, 무사안일하게 이 계절을 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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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는 여자

샤워. 야릇하게 들리는가? 내겐 숙면을 위한 경건한 행위다.

나는 ‘샤워’를 좋아한다. 씻는다는 행위보다는 ‘저스트 샤워’를 좋아한다. 비누나 샤워 젤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적당히 뜨거운 물로 몸을 ‘적시는’ 행위는 나의 하루 일과 중 가장 경건한 시간이다. 이 행위는 내게 숙면과 위안과 힐링을 준다. 좀 거창하다 싶지만, 거창하다. 숙면은 내게 중요하니까.

그러니까 나는 숙면을 위해 단칼에 커피와 손절한 사람이다. 무심코 마시던 서너 잔의 커피가 나의 숙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달은 순간 미련 없이 손절했고, 단 한 번도 커피의 유혹에 흔들린 적이 없다. 하지만 커피 못지않게 매혹적인 티가 많다는 걸 새삼 알게 됐고, 현재는 티 지옥에 빠져 있다. 숙면하지 못하는 자, 행복하지 않다. 숙면하지 못하는 자, 네 정신이 네 정신이 아니다. 숙면하지 못하는 자, 유죄!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는 사람이야말로 건강한 사람이다. 아, 나의 숙면이여.
나의 샤워에 대한 집착은 이렇게 시작됐다. 애초에 나는 사우나마니아였다. 헬스장에 갈 때면 운동을 하러 가는지 사우나를 하러 가는지 모를 정도로 ‘사우나’에 집착했다. 사우나의 패턴은 이렇다. 온탕과 냉탕을 서너 번 오가고, 그사이 중간중간 ‘막’에 들어간다. 막 안에선 온몸에 소금을 바르기도 하고(구비돼 있다), 작은 접시 비스름한 도구로(역시 구비돼 있다) 옆 턱 라인이나 목을 문지르며 경락 마사지 효과를 낸다. 림프선을 따라 잘 문지르면 혈액순환에도 좋고, 얼굴 부기도 기가 막히게 빠진다. 곡물을 으깨어 만든 ‘이금희피부밥 팩’을 얼굴에 바른 뒤 막에 들어가 촉촉함을 유지하며(팩이 건조하면 주름이 생긴다) 피부에 깊숙이 스며들게 한다. 뭐, 그런 거창한 의식을 맘껏 할 수 있는 곳이 사우나 아니더냐.

그렇게 나의 사우나 인생은 10여 년간 지속됐다. 이전엔 왜 사우나를 몰랐을까? 사우나를 모르고 지낸 지난 시간이 후회될 만큼 사우나는 버릴 게 하나 없는 아름다운 행위였다. 사우나를 하고 있어도 사우나가 그립다고나 할까. 어쨌든 사우나를 다녀온 날엔 여지없이 숙면을 취했다. 그래서 나는 사우나가 참 좋았다.

코로나19 이후 사우나와의 손절을 감행해야 했다. 살기 위해 했던 사우나를, 살기 위해 못 하게 됐다. 그때부터 나는 샤워, 그러니까 숙면을 위한 물 샤워에 집착했다.
나는 잠들기 전 물 샤워를 하며 내일 할 일을 정리하고, 오늘을 되돌아본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휴대전화 스피커폰으로 친구와 수다를 떨기도 하고, 간혹은 스쿼트를 하기도 한다. 물론 샤워라는 행위에 오롯이 집중하기도 한다. 샤워는 내게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일기 쓰는 시간과 흡사하다. 이렇듯 샤워는 내게 경건한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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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취침

과제는 간단명료하다. 짧은 시간 동안 깊이 자는 것. 효율적으로 잠을 자기 위해 침실 환경을 점검했다.

타고나길 잠이 많다. 잠을 능력치로 따진다면 만렙이랄까? 언제,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잠을 잘 수 있고 깨우지 않으면 최대 21시간까지 잘 수 있는 능력과 쪽잠을 자면 에너지를 회복하는 능력도 갖췄다. 잠자기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1등이라는 수많은 이들의 극찬(?)을 받는 나의 고민은 조금 더 오래 자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서울로 자차 출퇴근을 하는 워킹맘으로서 수면의 양을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선의 방법은 주어진 시간 동안 깊이 자는 것이다. 숙면에 방해되는 요소를 없애고자 침실 환경부터 점검했다.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는 생각에 침구를 구스 베딩으로 바꿨다. 이불을 덮지 않은 것처럼 가벼우면서 덮고만 있으면 체온 유지가 잘되는 터라 만족도가 높다. 그리고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 암막 커튼은 쉬지 않고 반짝이는 속세의 빛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찬 바람까지 막아줘 침실을 더 포근하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사실 침구와 암막 커튼을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온수 매트와 가습기였다. 추위를 많이 타지만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자지 못하는 탓에 체온 유지를 위한 제품이 필수였다. 남편과 아기는 더위를 많이 타 집 전체를 덥게 만들 순 없었다. 자연스레 온수 매트로 눈이 갔다. 전기 매트에 비해 전자파에서 자유롭고 좌우 분리 난방이 가능하며, 타이머 설정이 가능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단점이라면 디자인이었지만 침구로 가리면 그만이었다.

다음은 적절한 습도 유지를 위해 가습기 찾기에 나섰다. 건조한 공기는 코와 목 등 호흡기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숙면을 방해하고 면역력 저하를 유발하기에 겨울철엔 침실의 습도 조절이 필수적이다. 가습기를 고르는 조건은 3가지였다. 모든 구성품을 세척할 수 있도록 구성품이 완벽하게 분해될 것, 수조가 클 것, 자연기화식일 것. 물을 머금은 가습 필터에 바람을 쏘는 방식의 자연기화식은 미생물이 번식해 분무될 우려가 없어 안심됐다.

자, 침실 환경은 숙면에 알맞게 조성됐다. 이제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볼 차례다. 웹툰은 책의 작은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넷플릭스 영상은 정신이 사나운 나에게 최적화된 콘텐츠다. 그림과 짧은 대사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에 집중하면 금세 졸음이 쏟아지고, 온갖 걱정에서 멀어진 채 잠들 수 있다.

요즘엔 티빙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술꾼 도시 처녀들>과 ‘다시어트’인 나에게 운동 욕구를 대리만족시키는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 언젠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블랙윈터>와 <여주실격>을 즐겨 보고 있다. 침대에 누워 웹툰을 보는 10분은 하루 중 유일하게 세상만사에서 한 발짝 떨어질 수 있는 값진 시간이다. 자, 이제 행복하게 잠들 시간이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연주, 하은정, 김지은
일러스트
슬로우어스
2021년 12월호

2021년 12월호

에디터
김연주, 하은정, 김지은
일러스트
슬로우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