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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정의선 시대 스타트!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20년 만에 총수가 교체된 것이다.

On October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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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이미지 벗고 도약하나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0월 14일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2018년 9월, 부회장에서 수석부회장으로 승진된 지 약 2년 만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긴 했다. 정의선 회장의 부친 정몽구 전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농단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룹 경영권을 아들에게 일임했고, 정의선 회장은 회사 의사결정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갔다.

이번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회장 취임 역시 부친 정몽구 전 회장의 의사로 이뤄졌다. 정몽구 회장은 지병 치료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데, 가족들이 모두 병원에 모인 자리에서 아들 정의선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넘겨줄 것을 밝혔다고 한다. 정몽구 회장의 장기 입원과 코로나19로 인한 그룹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의선 회장은 누구?

그렇다면, 현대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를 이끌게 된 정의선 회장에 대해 알아보자. 1970년생으로 올해 만 50세인 정의선 회장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회장직을 이어받게 됐다. 정몽구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한 게 1999년 3월이기에, 20여 년 만에 3세 경영 시대에 돌입하는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위로 총 3명의 누나가 있다. 첫째 누나 정성이(59세) 씨는 이노션 고문, 둘째 누나 정명이(57세) 씨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부문 대표와 현대커머셜 총괄대표, 셋째 누나 정윤이(53세) 씨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을 맡고 있다. 그리고 가장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는 아들인 정의선 회장 몫이었다. 보수적인 현대그룹 문화를 감안할 때 자연스러웠다는 게 재계의 평이다.

정 회장은 휘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과정을 밟은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샌프란시스코 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부인 정지선 씨와의 결혼 과정도 주목받았다.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것도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때. 어릴 적부터 돈독한 사이를 이어오다가 정 회장의 유학 시절,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했다. 부인 정지선 씨는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로,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재원이기도 했다. 정의선 회장의 부친 정몽구 회장과 정지선 씨의 부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간 인연도 한몫했다. 경복고 선후배 사이인 양가 친분이 일찍이 인연을 만들어줬던 셈이다. 다만 두 사람의 결혼은 난관에 부딪혔다고 한다. 두 사람의 성이 ‘정’으로 똑같았기 때문이다. 집안 반대에 부딪힌 상황에서, 정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해결사로 나섰다. 두 사람의 본이 달라 동성동본이 아니라 판단하고, 결혼을 허락했다.

1995년 결혼에 골인한 정 회장 부부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세계 3대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의 이규성 공동대표와 가진 대담에서 “제 딸(대학생)은 미국에서 싼타페를 샀는데, 아들(대학생)은 운전면허 딸 생각을 안 한다”며 두 자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정몽구 명예회장을 구속기소했다. 혐의는 1,000억원대 비자금 조성과 횡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당시 정의선 사장 역시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과 함께 본텍 유상증자 과정에서 저가 배정을 통한 업무상 배임 등 혐의가 있지만 주 책임자인 아버지 정몽구 회장만 기소했다. 아들인 정의선 회장은 기소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당시 수사 흐름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 처벌하는 것은 과하다는 게 검찰 수사의 기본 논리 중 하나”라며 “덕분에 현대차라고 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창업 2세대에서 3세대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올해 82세인 정몽구 회장도 그동안 지켜본 정의선 회장의 경영 능력이 충분히 검증됐다고 판단, 회장직을 넘기기로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주요한 배경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7월 대장게실염 수술을 마친 후 서울아산병원에 세 달째 입원 중인데, 대장게실염은 대장벽 바깥쪽으로 주머니가 돌출, 이물질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통상 회복에 2주가량이 필요한데, 정몽구 회장의 경우 고령으로 입원 기간이 3달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셀카 찍는 수석부회장, 반바지 문화도 도입

정의선 회장은 수석부회장 당시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한 현대차 기업문화 혁신을 이뤄냈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은 직원 1,200명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파격이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대강당에서 임직원과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마주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형식을 벗어났다. 행사 주제인 ‘함께 만들어가는 현대기아차의 변화’에 대해 직원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직원들이 즉석에서 던진 질문에 정 회장이 곧바로 답하는 과정도 있었다. 각본 없는 진행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직원들이 수석부회장의 줄임말인 ‘수부’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에는 수부와 직원의 셀카 타임도 이어졌다.

의상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사내에 완전 자율 복장을 도입했다. 청바지에 운동화는 물론, 반바지를 입은 직원들도 생겨났다. 검은색 양복, 짧고 단정한 머리로 대표되던 현대차그룹의 기존 문화와 비교할 때 단연 ‘파격’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그 외에도 ▲승진 연차 폐지 ▲업무 평가 방식 절대평가로 전환 ▲ 호칭 체계 단순화 등의 시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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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인으로서 몇 점?

그렇다면 경영인으로서 정의선 회장은 어떨까? 2010년 현대차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V80과 G80 등도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네시스 판매량(1~9월)은 7만 7,358대로 벤츠(5만 3,571대)와 BMW(4만 1,773대)를 뛰어넘었다. 작년 동기 대비 73.5% 증가한 수치다.

수소·전기차 분야에서도 정 회장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현대차는 올해 7월 기준 2,879대의 수소차를 판매했다. 수소차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기록이다. 세계 최초로 30톤급 수소 전기 대형 트럭을 양산해 스위스에 수출하기도 했다. 덕분에 코로나19 여파로 반토막 났던 주가가 가파르게 회복됐다.

연초 12만원대였던 현대차 주가는 6만원대로 급락했다. 코로나19로 생산과 판매가 중단되면서다. 그러나 시장 예상과 달리 코로나19 여파에도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실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했던 정의선 회장은 90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당시 현대자동차 주식 58만 1,300주와 현대모비스 주식 30만 3,800주를 각각 매입했다. 평균 매입가는 현대차는 6만 9,793원, 현대모비스는 13만 5,294원이었다. 10월 현재, 현대차·현대모비스 주가는 각각 17만원대, 23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주요 대기업 3세 경영 본격화

현대차그룹까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장에 오르면서 삼성(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52세), LG(구광모 회장, 42세), SK(최태원 회장, 59세), 현대차그룹 모두 4050세대가 총수가 되는 체제가 만들어졌다. 이 중 SK그룹을 제외하면 모두 3세 경영인에 해당한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대기업 오너 일가 중 2세 경영 체제인 곳은 SK와 롯데그룹(신동빈 회장) 정도만 남았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부사장(37세)이 지난달 말 인사에서 사장·대표이사로 승진했고,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45세)도 지난해 4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곧바로 경영권을 이어받으며 3세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최근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 역시 아들 정용진 부회장과 딸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증여하면서 세대교체 준비 작업에 나서는 등 창업주 3·4세대가 전면에 나서는 ‘세대교체’가 완성돼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CREDIT INFO

에디터
하은정
사진
이준형, 현대차 제공
2020년 11월호

2020년 11월호

에디터
하은정
사진
이준형, 현대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