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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가 돼버린 조현병

On June 04, 2019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 사건의 범죄자가 조현병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현병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그런데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환자들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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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방화 살인범, 조현병

대한민국이 조현병 공포에 빠졌다. 지난 2016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2018년 강서구 PC방 및 강북삼성병원 의사 살인 사건 등 각종 사건의 범죄자들에게 조현병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것. 그러던 중 지난 4월 조현병에 대한 공포를 극대화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상남도 진주시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을 향해 칼을 휘둘러 21명의 사상자를 발생시킨 안인득이 조현병 망상으로 인한 범죄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경찰은 이 사건으로 숨진 여고생이 살고 있는 집 현관에 오물을 투척하는 등 난동과 폭력으로 8차례에 걸쳐 안인득 관련 신고를 받았지만 조현병 이력을 알지 못했고, 별다른 조치 없이 그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며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해 재판에 넘겨진 후 조현병 진단을 받고 5년간 68차례 진료를 받다 2016년부터 치료를 중단했음에도 지역사회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고 안인득을 관리 체계 밖에서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안인득의 친형은 안인득을 정신병원에 보호입원시키려 했지만 친형이 법적인 보호 의무자가 아니고, 환자가 전문의의 진단을 받지 않으면 보호입원이 불가하다는 제도적 벽에 부딪혔던 것으로 밝혀졌다. 참극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모두 놓친 것이다.

한편 경찰에 체포된 안인득은 자신이 억울한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하다 보니 화가 났다. 왜 이렇게 불이익을 당했는지 모르겠고 억울하다. 또 아파트 내에 정신 나간 것들이 수두룩하다"고 항변했다. 이를 두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권준수 교수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조현병 환자들은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다. '저 사람이 나를 해치려고 한다'는 생각을 갖고 주위에 항의를 한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먼저 해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가공의 분노를 쌓다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조현병 환자가 폭력성을 지녔고 위험한 것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은 조현병 자체가 아니라, 치료 없이 방치된 조현병이 무서운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제대로 관리를 받고 정기적인 약물 치료를 받으면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다. '조현병 환자=잠재적 범죄자'라는 사회적 편견은 오히려 환자들이 의심 증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고 음지로 숨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이 때문에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를 우려하기에 앞서 그들이 정신 질환을 앓는 환자라고 인식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초기 증상, 사춘기와 비슷해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이란 병명으로 불리던 질환으로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정신 질환이다. 편집성, 파과형, 긴장형으로 분류되는데 대부분이 편집성 조현병을 앓는다.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남을 비방하며, 모든 책임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특징이 있다. 이른바 '믿지 못하는 병'으로 병원이나 의사도 믿지 못해 치료나 약물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조현병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0.5~1% 정도이며 평생 한 번 이상 걸린 사람의 비율이 1%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조현병을 포함한 중증 정신 질환자의 수가 대략 50만 명으로 추정되며 진료 환자는 증가 추세인데, 아직까지 발병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진 쾌락 호르몬으로 알려진 도파민 경로에 문제가 발생한 뇌 질환이라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유전은 아니지만 부모 중 한 명이 조현병을 앓고 있으면 자식이 조현병에 걸릴 가능성은 8%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 생물학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고 설명한다. 결국 우리 중 누구나 조현병 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조현병 환자라고 해서 모두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다수가 겁이 많고 대인 관계를 기피하는데, 타인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증상은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무엇보다 증상이 악화되기 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다. 주로 청소년기에서 청년기에 발병하는데 사춘기 증상으로 오해하고 방치하다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기면 조현병을 의심해볼 만하다. ▲불결한 위생 상태 ▲막연한 통증 호소 ▲괜한 짜증·불안·긴장 ▲심한 감정 기복 ▲잦은 공격적 행동 ▲집중력 저하 ▲죽음에 대한 생각의 증가 등이다.

뇌의 병, 완치될까?

조현병 환자는 환청과 망상 때문에 상대의 말과 의도를 의심하며 자신만의 상상 속 세계에서 살아간다. 아직까지 완치하는 치료법이나 예방법이 없지만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이 브로콜리 새싹에서 추출한 화합물이 조현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로선 지속적인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약물 치료로 환청과 망상을 차단해 이상 행동을 제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치료 적기를 놓쳐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입원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면서 강제 입원 요건이 강화됐다는 것. 병원이 '사설 감옥'처럼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개정이었는데 환자가 거부할 경우 입원 절차가 행정적으로 복잡해진다. 이 법안 때문에 안인득의 친형이 그를 입원시키지 못한 것이다.

범죄 예방, 격리가 답인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현재 직계 혈족에 더해 4촌 이내의 친족이나 동거인도 정신 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신청할 수 있고,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도 법원이 중증 정신 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결정할 수 있는 '사법입원제'의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대부분의 주에서 법원이 강제 입원의 요건을 심사하고 환자를 심문한 후 영장을 발부해 치료 시설로 보낸다. 또 독일에서는 법원이 강제 입원 전에 환자의 항변을 듣고, 추후에 입원 여부를 판단한다.

그러나 정신장애인 단체는 강제 입원으로만 정신 질환자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정신 질환자가 지역사회와 고립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게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것. 이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현재 50만 명으로 추정되는 중증 정신 질환 환자 가운데 병원에서 나와 계속해서 치료를 받는 사람은 10만 명에 그치기 때문이다. 나머지 40만 명은 치료를 중단한 채 사회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조현병 치료의 핵심이 지속적인 치료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 감독을 뒷받침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지난 5월 5일 국회에서 정신 질환으로 인해 타인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입원한 자가 퇴원할 때는 그 사실을 사전에 환자에게 알리고 정신건강복지센터장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10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오는 2020년 10월부터는 정신의료기관장이 치료가 중단된 환자를 발견하면 시·군·구청장을 통해 외래 치료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의 사회화를 돕는 시스템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갈길은 멀었다. 2017년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에 따르면 정신 질환자의 범죄율은 0.136%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의 범죄율 3.93%의 3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만 봤을 땐 0.014%로, 전체 강력 범죄율의 5분의 1 수준이다. 지금 조현병 포비아를 앓는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는 혐오와 낙인찍기가 아니다. 그들이 조기 치료를 받고 사회 활동을 위한 재활 과정을 마친 후,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증상 체크리스트

조현병은 청소년기와 청년기에 발생하기 쉬워 전조 증상을 사춘기의 행동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자녀에게 갑자기 다음과 같은 변화가 생기면 조현병을 의심해볼 만하다.

 불결한 위생 상태
 막연한 통증 호소
 괜한 짜증·불안·긴장
 심한 감정 기복
 잦은 공격적 행동
 집중력 저하
 죽음에 대한 생각의 증가

진주 아파트 방화 및 살인 사건의 범죄자가 조현병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현병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그런데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환자들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2019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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