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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방법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 원장과 배우 오현경이 나섰다.

On March 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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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부모는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감내한다는 사실이다. 일과 육아, 가사를 동시에 해야 하는 워킹맘에게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따른다. 대한민국에서 완벽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것일까?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 원장과 배우 오현경의 인연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방송 복귀를 준비하던 오현경이 변호사인 이 전 원장 남편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이 전 원장을 알게 됐고, 보육 전문가인 이 전 원장에게 육아 고민을 상담하면서 친자매 같은 사이가 됐다.

이 전 원장은 서울대와 이화여대에서 교육·사회·여성학을 전공했다. 서울대 총여학생회장과 여성연구소 연구원을 지냈고, 한국보육진흥원 원장, 대통령실 여성가족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청와대와 행정부, 공공기관에서 보육·여성 관련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14살 딸을 둔 오현경은 현재 JTBC 예능 프로그램 <유자식 상팔자>의 진행을 맡고 있다.

이 전 원장과 오현경은 아이 얘기가 나올 때마다 때론 희망에 부푼 표정이기도 하고, 때론 근심이 가득한 모습을 보이며 육아와 일에 지친 대한민국 여성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서로 사는 모습과 가치관이 달라도 이들은 아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평범한 엄마다.
 

두 분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고 있나요?
이재인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신경을 못 써줬어요. 대신 저는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해주려고 노력했어요. 다만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강조했죠. 민주적으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고나 할까요.(웃음) 아이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며 책임 의식을 강조하니 아이들도 선택을 할 때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신중하게 선택한 만큼 옳은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현경 제 딸은 올해 14살이 됐어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그만큼 고민도 많이 하고…. 정답이 없으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다만 엄마로서 책임감을 가지며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그리고 아이에게 희생이 무엇인지 가르쳐요. 제가 연예인으로 살 수 있었던 것도 주위의 많은 사람이 희생했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아이에게 바라는 건 없어요. 희생의 감사함을 알고, 부모를 공경하며 따뜻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길 바랄 뿐이죠.

엄마로서 책임감은 무엇이 있을까요?
오현경
아이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저도 엄마를 보며 ‘나쁜 길로 빠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도 저의 영향을 받아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 거라 확신해요.
이재인 저 역시 아이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공부를 많이 해요. 저 나이 때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공부하는 게 힘들진 않은지, 아이의 고민을 해결해줄 방법은 없는지 등…. 중요한 건 아이를 위해 스케줄을 과하게 잡지 않는 거예요.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편이에요.

요즘 엄마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요?

이재인 예전 부모는 아이에게 특별히 바라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건강하게 잘 자라기만 바랐죠.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그렇지 않아요.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의 성적을 위해 학원에 보내죠. 물론 사교육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갈등의 소지가 될 수는 있어요.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고 학원에 보내느냐, 부모의 강요에 끌려가느냐의 문제인 거예요.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사라질 거라 생각해요.
오현경 엄마도 아이들처럼 공부해야 해요. 모 신문사에서 진행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한 적이 있어요. 3시간 앉아 있었는데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아이는 어떻겠어요. 한 번쯤은 아이 입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거예요. 우리 세대만 해도 엄마 혹은 형제자매를 통해 가족의 유대감과 정을 느끼며 자랐어요. 그 바탕에는 엄마의 희생이 있었고요. 그러나 요즘 엄마들은 예전 엄마들처럼 무조건적으로 희생하진 않는 것 같아요. 인간 대 인간으로 투자하는 느낌이랄까요? 세상이 변해선지 몰라도 무조건적인 희생이 사라진 거죠. 물론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부모마다 다르겠지만 요즘은 “내가 이 정도 해줬으니, 넌 이래야 한다”는 ‘기브 앤드 테이크’의 세상이 된 것 같아 아쉬워요. 개인적으로 이런 교육 방식은 옳지 않다고 봐요. 자식에겐 조건 없는 희생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워킹맘들의 고충은 상상 이상입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이재인 맞벌이 부부가 늘어난 만큼 부모가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엄마, 아빠가 직장 일과 육아를 원만하게 병행할 수 있도록 육아맘을 배려하는 직장 문화와 제도가 절실합니다. 특히 어린이집과 부모가 좋은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죠.
오현경 워킹맘이 늘어날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 자녀와의 유대 관계예요. 아무래도 엄마는 일에 치이다 보면 아이들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부모와 자녀 간에 유대 관계가 형성되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시간을 강제적으로라도 주어줘야 한다고 봐요. 그러기 위해선 기업의 워킹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워킹맘은 자녀와 함께하기 위해 휴가를 신청할 권리가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요구를 쉽게 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도화하거나 우리나라 사회 전체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죠.

한국은 산모를 위한 육아 교육 시설이 부족한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재인 선진국의 저출산 극복 정책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미국은 소아과에서 부모들에게 육아 교육을 해요.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몇 번 검진을 받아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죠. 한국도 미국처럼 제도적으로 육아 교육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 소아과 의료진은 산모의 조력자예요. 그들은 산모들에게 정확한 모유 수유 방법과 신생아 돌보기, 육아 상식 등 출산 후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진행하죠. 한국도 미국처럼 임신 전, 임신 중, 산전, 분만 후, 시기마다 육아 교육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태어난 아이를 위한 소아과 진료와 여성 종합검진 등 여성이 출산 전·후 과정에서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죠.
오현경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회사건 가정이건 여성들의 희생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기업은 워킹맘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육아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전적으로 공감해요.

아이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요?
이재인 육아에는 옳고 그름이 없어요. 제 경우 사춘기 때 속 썩이던 아이도 지금은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참 대견해요. 아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아이 셋을 키웠는데, 남들보다 3배로 힘들었던 만큼 지금 느끼는 보람도 남들의 3배라고 자부해요. 그래서 육아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부모가 있다면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훗날 보람이 그만큼 찾아오니까요.
오현경 맞아요.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아이한테 부끄럽지 않은, 열심히 사는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유자식 상팔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마다 성향이 다르다는 거예요. 부모가 끌어주는 대로 따라오는 자식이 있고, 끌어줘도 안 따라오는 아이가 있어요. 아이들은 본인이 흥미를 느끼면 굳이 부모가 이끌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한다는 걸 깨달았죠. 부모는 아이의 길라잡이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될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도 부모의 의도를 파악하고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모의 길라잡이가 돼야 하고요.

CREDIT INFO

기획
이예지 기자
취재
최형호(<여성경제신문> 기자)
사진
양문숙(<여성경제신문> 기자)
2016년 03월호

2016년 03월호

기획
이예지 기자
취재
최형호(<여성경제신문> 기자)
사진
양문숙(<여성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