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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서은수의 케미컬 퀴진

오븐으로 저온 조리한 돼지안심

On March 29, 2016

최근 미식가나 셰프들 사이에서는 덜 익힌 핑크빛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인기다. 돼지고기 정말 덜 익혀 먹어도 될까?

아주 예전부터 우리는 돼지고기를 꼭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돼지고기를 웰던보다 살짝 덜 익힌 미디엄 웰던이나 심지어 미디엄으로 주는 레스토랑이 늘어나고 있다. 돼지고기, 과연 덜 익혀 먹어도 될까? 돼지고기를 바싹 익혀 먹어야 되는 이유는 바로 유구조충(T. solium) 때문이다. 이 기생충은 돼지와 사람을 오간다. 유구조충에 감염된 돼지고기를 통해 사람의 몸속에 들어온 유충은 몸 안에서 자라 성충이 된다.

그 성충의 알이 변을 통해 나오면 그 알을 돼지가 먹어 돼지 몸속에서 알이 부화해 유충이 되어 몸속 여기저기에 보금자리를 만든 다음, 다시 사람에게 먹혀 성충이 되어 소화기관에 머무는 것이 전반적인 기생충의 생활사다. 사실 계속 이렇게만 돌아간다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이 유충이 아닌 알을 먹었을 때 생기는데, 돼지에게 일어나는 일이 똑같이 사람에게 일어난다.

즉, 유구조충의 유충이 몸속에 부화해 자리를 잡아 집을 만들고 낭미충이 되는데 뇌에 갈수도, 눈에 갈수도, 근육에 얌전히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을 낭미충증이라고 부른다. 이 기생충이 무서운 이유가 뇌같이 중요한 장기에 들어앉아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냥 돼지고기만 먹어서는 이 무서운 질병에 걸리지 않고 사람의 대변을 통해 유구조충의 알을 먹게 되는 상황이어야 비로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런 분변구강 전파를 통한 2중의 감염 경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리 쉽게 걸릴 것 같지 않지만, 사람이 무의식중에 상당히 비위생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화장실에 갔다 씻지 않은 손을 무심코 입에 갖다 댈 수도 있고, 연인의 입에 갖다 댈 수도 있으며,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통해 이리저리 전파될 수도 있다.

낭미충증에 걸리지 않는 방법은 이 기생충의 생활사를 끊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고, 이미 고기 안에 존재하는 알이나 유충을 죽이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그런데 이미 첫 번째 방법에서 우리나라는 성공했다. 사육 환경의 개선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돼지는 유구조충을 옮기지 않는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 수입되는 돼지들은 감염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걱정 마시라. 낭미충은 -5℃에서 4일, -15℃에서 3일, -24℃에서 하루면 죽는다. 즉, 냉동하면 죽는다. 외국에서 수입된 냉동 돼지고기는 적어도 보름 이상 냉동되어 있었으므로 안전하다. 또한 56℃ 이상의 온도에 수초 이상 노출되면 죽는다.

그래서 교과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개 -10℃에서 9일 이상, 56℃에서 5분 정도 열을 가하면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즉, 미디엄 레어(보통 심부 온도 55~60℃) 정도면 안전하다. 미국 USDA는 조금 더 엄격해서 소, 돼지, 양고기 모두 덩어리 고기는 심부 온도가 62.8℃에서 3분간, 갈아놓은 고기는 71.1℃가 되도록 가열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요새는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를 먹어서 낭미충증에 걸릴 확률보다 낭미충증이 빈번하고 음식의 위생 상태가 불량한 나라로 여행하다 걸릴 확률이 더 높다. 위험 지역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확실히 익힌 음식을 먹고 안전한 물을 마시기 바란다. 이제 걱정 없이 미디엄 레어로 익힌 돼지고기를 먹어보자.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돼지고기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랄 것이다.
 

서은수 씨는…

의사이자 유명 푸드 블로거. ‘Luke’s Tasting Note’라는 블로그 (blog.naver.com/luke_suh)를 통해 레스토랑 후기와 일반인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범상치 않은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취미로 요리를 하지만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셰프들에게 질문하고 다양한 조리과학서를 찾아가며 요리 실력을 쌓았다. 매달 <에쎈> 지면을 통해 과학적, 의학적 지식을 더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돼지안심

돼지안심

45min(굽는 시간·사과처트니 조리는 시간 제외), 4인분
재료 : 돼지고기 통안심 1덩어리, 올리브유 적당량,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사과처트니 : 사과 2개, 셜롯 3개(또는 양파 ½개), 레몬 ½개, 버터·코리앤더파우더·꿀 1큰술씩, 시나몬파우더·너트메그파우더 1작은술씩, 카옌페퍼 ½작은술
단호박퓌레 : 단호박 900g, 소금 2g, 잔탄검 1g
  • 1

    STEP 1 안심 굽기
1. 돼지고기 안심은 통째로 준비해 소금, 후춧가루를 표면에 고루 뿌린다. 
2. 뜨겁게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안심을 올려 겉면만 노릇해지도록 굽는다. 
3. 70℃로 세팅한 오븐에 심부 온도가 56~58℃가량 되도록 1시간 30분 정도 익힌다. 
4. 오븐에서 꺼낸 돼지고기를 뜨겁게 달군 팬에 한 번 더 시어링한 다음 5분간 휴지시킨다.

    STEP 1 안심 굽기
    1.
    돼지고기 안심은 통째로 준비해 소금, 후춧가루를 표면에 고루 뿌린다.
    2. 뜨겁게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안심을 올려 겉면만 노릇해지도록 굽는다.
    3. 70℃로 세팅한 오븐에 심부 온도가 56~58℃가량 되도록 1시간 30분 정도 익힌다.
    4. 오븐에서 꺼낸 돼지고기를 뜨겁게 달군 팬에 한 번 더 시어링한 다음 5분간 휴지시킨다.

  • 2

    STEP 2 사과처트니 만들기
1. 사과는 사방 0.5cm 크기로 다지고, 셜롯은 사과보다 작은 크기로 다진다.
2. 냄비를 중간 불에 달군 뒤 버터를 넣어 갈색이 돌면 셜롯을 먼저 넣어 볶은 뒤 사과를 넣어 볶는다. 
3. 코리앤더파우더, 시나몬파우더, 너트메그파우더, 카옌페퍼, 꿀을 넣고 잘 섞는다. 
4. 레몬즙을 짜 넣어 잘 섞은 뒤 뚜껑을 덮고 1시간 정도 약한 불로 끓인다. 중간중간 열어서 타지 않도록 젓는다.

    STEP 2 사과처트니 만들기
    1.
    사과는 사방 0.5cm 크기로 다지고, 셜롯은 사과보다 작은 크기로 다진다.
    2. 냄비를 중간 불에 달군 뒤 버터를 넣어 갈색이 돌면 셜롯을 먼저 넣어 볶은 뒤 사과를 넣어 볶는다.
    3. 코리앤더파우더, 시나몬파우더, 너트메그파우더, 카옌페퍼, 꿀을 넣고 잘 섞는다.
    4. 레몬즙을 짜 넣어 잘 섞은 뒤 뚜껑을 덮고 1시간 정도 약한 불로 끓인다. 중간중간 열어서 타지 않도록 젓는다.

  • 3

    STEP 3 단호박퓌레 만들기
1. 단호박은 얇게 썰어서 랩을 씌운 뒤 전자레인지에 10분 정도 돌려 익힌다.
2. 익힌 단호박을 적당한 그릇에 옮겨 담고 블렌더로 고루 간다. 필요하다면 물을 ½~1컵가량 넣어 간다.
3. 소금 2g과 잔탄검 1g을 넣고 1~2분 정도 더 간다. 
4. 체에 걸러 더 고운 퓌레를 완성한다.

    STEP 3 단호박퓌레 만들기
    1.
    단호박은 얇게 썰어서 랩을 씌운 뒤 전자레인지에 10분 정도 돌려 익힌다.
    2. 익힌 단호박을 적당한 그릇에 옮겨 담고 블렌더로 고루 간다. 필요하다면 물을 ½~1컵가량 넣어 간다.
    3. 소금 2g과 잔탄검 1g을 넣고 1~2분 정도 더 간다.
    4. 체에 걸러 더 고운 퓌레를 완성한다.

Tip

- 처트니를 만드는 데 정석은 없다. 좋아하는 향신료를 취향대로 듬뿍 넣으면 좋다. - 잔탄검(xanthan gum)은 미생물 발효로 얻는 다당류인데, 식품에서는 점도증진제로 주로 사용된다. 잔탄검을 넣으면 점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압력이 가해질 때는 점도가 낮아지고 압력이 없어지면 점도가 높아지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된다. 즉, 플레이팅을 위해 그림을 그릴 때는 쉽게 그려지고 이후에는 굳어서 잘 흐르지 않는 성질을 지니게 된다. 또한 특유의 광택이 나서 분자 요리를 하는 요리사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식품첨가물이다. 보통 재료 무게의 1% 이하를 첨가하면 된다.

최근 미식가나 셰프들 사이에서는 덜 익힌 핑크빛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인기다. 돼지고기 정말 덜 익혀 먹어도 될까?

Credit Info

기획
김은희 기자
요리
서은수
사진
문성진
어시스트
권예은
디자인
김보람

2016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은희 기자
요리
서은수
사진
문성진
어시스트
권예은
디자인
김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