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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과 서울을 오가며 두 집 살림 재미에 푹 빠진

효재의 살림풍류

On February 24, 2016

서울 성북동의 살림을 나누어 충북 제천으로 새로운 살림 공간을 마련한 효재의 요즘은 그야말로 생활 여행자다. 서울 성북동과 시골 제천을 오가며 새로운 살림 놀이에 푹 빠진 그녀의 얼굴이 마치 꽃봉오리 터지는 봄날같이 환하다. 그리고 그 이중생활 이야기를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녀의 살림 냄새 폴폴 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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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재의 뜰

효재의 뜰

효재의 뜰

살림+놀이터=살림터

효재의 시골 살림 엿보기 하나.

제천 효재의 시골 살림은 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담쟁이넝쿨로 가득한 집이다. 효재는 유난히 담쟁이 잎을 좋아한다. 성북동 집에도, 그전 삼청동 집에도 담쟁이넝쿨이 꼭 함께했다. “담쟁이 잎은 쓸모가 많아요. 만두 찔 때, 밥상 차릴 때 온갖 깔개로 사용하니 교통이 불편한 집에 사는 나에게는 상비약처럼 구비해놓는 살림인 셈이죠.” 가구로 선을 그어 공간을 나눈 거실도 효재의 냄새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한눈에 들어오는 주방과 거실을 소꿉놀이하듯 찬장 하나로 금을 그어 주방과 거실로 나누었다. 모던한 소파는 수놓은 이불로 덮어 누가 봐도 효재의 공간임을 드러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두 번째 효재의 시골 살림은 수다 떨며 자수 놓는 공방 ‘효재의 뜰’이다. 주부들에게 자수 놓은 행주 하나쯤은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한 공간이다. 여고 시절 가정시간처럼 수다 떨며 자수를 놓는 시간은 추억까지 수놓을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다도방도 있다. 돌 딛고 들어가는 다도방은 다도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차를 마실 수도 있는 공간이다. 큰 창문 그대로 살리고, 가구 대신 병풍을 세웠더니 그걸로 충분히 효재스러운 분위기가 됐다.

세 번째 공간은 옥토끼처럼 약초 밥상 짓는 요리 스튜디오 ‘달’이다. “원래 있던 둥근 양은집에 80만원 주고 철물점에서 사온 철삿줄을 천장에 매달아 완성했어요. 나머지는 있는 살림 나르고, 말린 옥수수며 돌은 자연에서 가져왔어요. 비용은 적게 들었지만, 공간의 균형미를 맞추는 데 두 달이나 걸린 공간이랍니다. 철삿줄 걸어놓고 한참을 보고 또 보면서 조금씩 완성했죠.  

담쟁이넝쿨 집

담쟁이넝쿨 집

담쟁이넝쿨 집

요리 스튜디오 ‘달’

요리 스튜디오 ‘달’

요리 스튜디오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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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친구들

효재의 시골 살림 엿보기 둘.

“서울과 제천을 오가는 생활이지만, 바람난 남자처럼 내 마음은 늘 제천에 가 있어요.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의 모습 그대로, 신기할 것도 없이 익숙한 그 모습. 나만 뻥튀기처럼 뻥 튀겨져 늙어 있어요. 어린 시절 보고 자랐던 모습들이 반가워 시골살이의 인연들을 부지런히 서울로 실어 나르고 있어요. 혼자 누리기엔 어쩐지 아까워서 말이죠.” 효재가 제천에 내려와서 재미있는 이유에는 살림뿐 아니라 동네 인연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최덕순 씨 댁 가마솥 손두부는 전날 밤 불린 콩을 오전 내 한 솥 끓여내 만드는데, 그 양이 고작 24모다. 귀한 손두부가 아닐 수 없다.

효재는 서울에 올 때 꼭 이 손두부를 아이스박스에 담아 가지고 와 형님들과 나눈다. 다들 명품 두부 왔다며 반긴다. 가을을 기다리게 하는 제천 사과도 효재의 동네 인연 중 하나다. “막 잡은 생선이 맛있는 것처럼 과일도 나무에서 막 땄을 때가 제일 맛있어요. 과수원 선별장으로 가면 그날 딴 사과를 바로 살 수 있는데, 직접 딴 사과만 할까요. 황순옥 여사에게 사과 따는 요령을 금세 배워서 먹을 만큼 따서 바구니에 담아 오는 길이면 만선의 선장처럼 기쁨이 넘친답니다.” 청풍명월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방사는 효재의 마실 코스 중 하나다. “바위산을 병풍 삼아 그림처럼 앉아 있는 정방사에 오르면 시야가 넓어지면서 청풍호가 360도로 보여요. 구름을 이불처럼 깔고 있는 청풍호를 넋을 잃고 바라보다 석간수까지 챙겨 마시고 다시 되짚어 내려오는 게 마실 코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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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음식

효재의 시골 살림 엿보기 셋.

먹다 남은 와인 처분하는 날 갈비찜
“갈비 2kg에 500cc 계량 국자로 간장 두 국자를 넣어요. 냄비에 5cm 두께의 무 반 토막, 양파 두 개, 청양고추 네 개, 손바닥만 한 다시마, 파 한 대를 넣고 끓이다 국물이 5cm 졸아들면 건지는 건져내고 누리끼리한 맑은 물에 갈비와 와인을 넣고 다시 끓여요. 갈비가 쪼그라들어 아슬아슬하게 갈비뼈가 빠지겠다 싶을 때 불을 끕니다. 접시에 낼 때는 갈비와 다시마, 밤톨같이 깎은 무를 국물 없이 내는데 모양은 스테이크 같지만 맛은 갈비찜이죠. 남은 국물은 곤약도 조리고, 마늘도 조려요. 마지막 찌꺼기에는 꽈리고추와 메추리알도 넣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릴레이 반찬 만드는 법이지요.”

마늘 대신 마늘종 넣어 만드는 고등어찜
“토막 내 사온 생고등어를 묵은 김치로 치마폭에 감싸듯 돌돌돌 말아놓아요. 한편에서는 싱크대 위에 빨래판을 걸쳐 놓고 마늘종을 물기 없이 굵은소금 한 주먹으로 비비면 마늘종의 껍질이 벗겨지고 간이 배면서 진초록이 되죠. 후들후들해진 마늘종을 다섯 줄기씩 묶어 채반에 한 시간쯤 널어두면 수분이 날아가 꾸들꾸들해지는데, 냄비에 김치 말아놓은 고등어와 꾸들꾸들해진 마늘종을 넣고 맛국물 부어 자박자박해질 때까지 조리면 고등어 비린내는 온데간데없이 김치조림 향 가득한 고등어찜이 완성됩니다.”

서울 성북동의 살림을 나누어 충북 제천으로 새로운 살림 공간을 마련한 효재의 요즘은 그야말로 생활 여행자다. 서울 성북동과 시골 제천을 오가며 새로운 살림 놀이에 푹 빠진 그녀의 얼굴이 마치 꽃봉오리 터지는 봄날같이 환하다. 그리고 그 이중생활 이야기를 한 권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녀의 살림 냄새 폴폴 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Credit Info

진행
김수영(프리랜서)
자료제공
<효재의 살림풍류>(스타일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