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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의 진화

On January 04, 2016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 속 들어 있는 팥소처럼 달콤한 추억을 선사하는 붕어빵. 추억의 맛을 상징하던 붕어빵이 이제 하나의 트렌디한 디저트로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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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 붕어빵은 추억의 맛이다. 어린 시절 붕어빵 한 봉지를 가슴에 품고 퇴근하는 아버지를 오매불망 기다린 기억, 눈 내리는 겨울날 노점상의 비닐 지붕 아래 서서 갓 구운 따끈한 붕어빵을 호호 불어가며 먹던 기억 등. 붕어빵은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에게 저마다의 달콤한 추억을 선물한다. 그러나 사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붕어빵은 ‘추억’이란 단어보단 ‘눈물’이란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붕어빵이 정확히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

하지만 일본의 다이야키, 즉 도미빵이 1930년대에 한국에 들어오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붕어빵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는 1960년대 전후다. 한국전쟁 이후 모두가 가난했던 그때 그 시절, 누군가는 구호물자로 나눠준 밀가루를 묽게 푼 반죽으로 만든 붕어빵을 팔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리고 누군가는 저렴한 붕어빵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곤 했다.

붕어빵의 태생은 눈물 젖은 빵이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추억이 담긴 빵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요즘엔 트렌디한 간식으로 다시 한 번 더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시작은 다양한 소를 채운 붕어빵과 미니 붕어빵의 등장이었다. 물론 이전에 몸통이 좀 더 길어지고 반죽에 찹쌀을 섞은 잉어빵이 등장했지만 외관상으로나 맛으로나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슈크림을 비롯해 초콜릿, 고구마앙금, 단호박앙금, 피자 토핑 등 다양한 소가 든 붕어빵이 탄생하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등장한 미니 붕어빵은 조금씩 다양한 맛을 골라 먹는 재미까지 선사했다.

그리고 미니 붕어빵과 다양한 소를 채운 붕어빵에 사람들이 익숙해질 무렵 붕어빵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이 브랜드들은 비닐 천막 아래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붕어빵을 어엿한 가게로 불러들이며 값싸고 소박한 길거리 간식이라는 이미지를 탈피시켰다.

한 개에 길거리 붕어빵 한 봉지의 가격을 웃도는 이 붕어빵들은 묽은 밀가루풀 대신 버터가 잔뜩 들어간 파이지를 사용해 풍부한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내기도 하고 와플처럼 양면을 대칭으로 구워낸 빵 사이에 햄, 달걀, 베이컨, 크림치즈 등을 넣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기도 한다. 또한 몸통의 반은 일반 붕어빵처럼 소를 넣고 굽되 반은 속을 비워 아이스크림을 올린 붕어빵은 붕어빵이 겨울철 군것질거리란 이미지 대신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간식이란 이미지를 부여했다.

이처럼 붕어빵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눈물 젖은 빵에서 달콤한 추억의 빵으로 그리고 이제는 ‘인스타 감성’에 어울릴 법한 트렌디한 간식으로 말이다. 물론 지금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붕어빵은 사람들의 관심이 식으며 붕어빵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붕어빵, 그 자체만큼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다.

 

미니 붕어빵

엄지손가락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붕어빵. 일반 붕어빵의 변화에 발 맞춰 미니 붕어빵 역시 다채로운 소를 채워 넣었다. 덕분에 여러 가지 맛을 조금씩 다양하게 즐기기 좋다.

 

다양한 소를 채운 붕어빵

붕어빵이 트렌디한 간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의 서막을 연 장본인. 슈크림 붕어빵이 가장 보편적이지만 초콜릿, 고구마무스, 단호박무스, 피자 토핑 등을 채운 붕어빵이 등장해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킨다.

 

페이스트리형 붕어빵

밀가루풀 반죽 대신 파이지로 구워내 페이스트리처럼 고소한 버터의 풍미와 바삭한 식감을 지닌 것이 특징. 필링을 채우지 않은 플레인부터 로투스잼, 크림치즈 등 다양한 필링 중 고를 수 있다.

 

샌드형 붕어빵

붕어 모양으로 구운 빵 사이에 갖가지 속 재료를 넣었다. 생크림, 잼과 크림치즈 등을 넣은 것은 디저트로 즐기기 좋고 햄, 베이컨, 달걀 등을 넣은 것은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붕어빵 아이스크림

꼬리부터 몸통 중간까지는 반죽 안에 소를 채우고 뻥 뚫린 몸통 중간부터 머리까지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채워 넣었다. 브랜드에 따라 과자, 과일, 초콜릿시럽, 과일시럽 등 다양한 토핑을 뿌려준다.

말랑말랑한 밀가루 반죽 속 들어 있는 팥소처럼 달콤한 추억을 선사하는 붕어빵. 추억의 맛을 상징하던 붕어빵이 이제 하나의 트렌디한 디저트로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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