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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믈리에 최은식의 와인 이야기

피노누아

On March 18, 2015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 최은식이 품종별로 차근차근 짚어주는 쉽고 재미있는 와인 이야기. 이달은 이름마저 우아한 피노누아에 대해 알아본다.

항상 고민하게 되는 질문, “지금까지 마신 와인 중 최고의 와인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자연스레 그 와인을 만든 품종에 대한 애정으로 귀결된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그렇다. 내 인생 최고의 와인이 피노누아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이상하리만치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을 마주하면 설렘과 기대감에 들뜬다. 그런데 사실 피노누아 베이스의 와인은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성공률이 낮고 무엇보다 접근성이 만만치 않다.

‘난 그렇게 쉬운 와인이 아니야!’라고 외치는 듯 도도한 피노누아. 와인과 음식에 조예가 깊은 한 단골손님의 말이 구구절절 공감된다. “피노누아는 그 문턱이 높지. 가격은 높은데 열 번을 따면 한두 번만 맛있다고 생각되니 가성비로 따지면 엉망이야. 그래도 그 맛있는 한두 번의 감동이 특별한 데다 오래오래 기억되니 거참, 안 좋아할 수도 없고….”

피노누아는 외부 자극에 예민하게 영향을 받는 품종이다. 생장에 필요한 기후 조건과 양조 과정 중 생산자의 의도에 따른 추출 방식, 사용하는 오크 종류의 선택에 따라 때때로 모든 개성을 상실할 정도다. 거기에 피노누아는 원천적인 결함이 있다. 껍질이 얇아 병충해에 취약하고 강한 햇빛에 과실이 타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왜, 이토록 까다로운 피노누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걸까?

와인이 주는 궁극의 감동과 가치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품종과 차별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 아닐까? 꽤 오래, 많이 와인을 마셔봐야 비로소 피노누아 특유의 섬세함과 미묘한 차이를 찾아낼 수 있고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하니 웬만한 사람이라면 감동을 받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피노누아에 한 번 눈을 뜨면 그 감동이 평생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피노누아’ 하면 연상되는 단어를 적으라 하면 필자는 ‘까다로움’, ‘예민함’, ‘미묘함’, ‘다루기 어려움’을 적을 것이다. 그리고 ‘섬세함’, ‘우아함’, ‘깊이’, ‘감동적’이라는 단어도 빼놓지 않을 것이다. 물론 피노누아의 성향을 단어의 나열로만 일반화하기란 어렵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피노누아의 성지이자 기준인 부르고뉴 지방의 코트도르(Cote d’Or)다. 피노누아 최고의 산지인 코트도르에서조차 그 안의 작은 마을에 따라 성향이 나뉜다. 샹볼-뮈지니는 우아하고 제브레-샹베르탱은 견고하며 뉘이-생-조르주는 타닌의 맛이 강하다. 이렇게 피노누아가 자라나는 테루아의 미세한 차이와 양조장 스페셜리스트들의 손길 앞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피노누아의 성향이 무색해지고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생산 국가에 따라 기본 성향이 크게 갈리기도 한다. 때문에 피노누아 베이스의 와인을 선택할 때는 국가뿐만 아니라 생산자까지 세심히 고려하며 자신의 기호에 맞는 와인을 찾아가야 성공률이 높아진다. 피노누아는 ‘양날의 검’이다. 최고의 감동을 주기도 하고 최악의 선택이 되기도 하는, 그래도 꼭 도전할 가치가 있는 품종임은 확실하다.

 

 


 

1 도멘 세렌, 이븐스테드 리저브 피노누아
Domaine Serene, Evenstad Reserve Pinot Noir

테이스팅 노트 재배부터 숙성, 병입까지 피노누아 특유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세심하게 만들어진 와인. 풍부한 부케와 토스트 향, 산뜻한 미네랄 풍미에 흙내음, 라즈베리와 체리의 향이 섬세하게 조화를 이룬다. 은은한 과일 향과 숙성된 타닌, 풍부한 산미와 뛰어난 집중력에 긴 여운의 깔끔한 피니시가 돋보인다.

음식 매칭 등심스테이크, 치즈
종류 레드와인 원산지 미국, 오리건
품종 피노누아 100% 수입사 비티스
가격 23만원/750mL

 

 

2 크리스탈룸, 피터 막스 피노누아 
Crystallum, Peter Max Pinot Noir

테이스팅 노트 발효 과정 중 어떠한 상업적인 효모도 사용하지 않고 포도 송이째 발효, 최소한만을 추출해내 순수한 피노누아 본연의 풍미가 표현되는 와인. 스모키한 오크 향과 숲 속의 내음, 스파이시한 향과 달콤한 스트로베리, 블루베리와 카시스의 풍미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감미로우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음식 매칭 닭고기 요리, 오리구이
종류 레드와인 원산지 남아공, 워커베이
품종 피노누아 100% 수입사 케이프와인셀러
가격 7만원/750mL

 

 


 

3 펠튼 로드, 피노누아
Felton Road, Pinot Noir

테이스팅 노트 야생 효모를 이용해 발효를 진행하는 등 가장 전통적인 방법을 이용해 제조한 피노누아. 장미와 제비꽃의 풍미, 풍부한 과실 향에 시나몬과 클로브 등의 스파이스 향, 높은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에 긴 피니시가 특징이다. 센트럴 오타고 지역 세 곳의 포도밭에서 난 피노누아를 블렌딩해 농장별 특징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음식 매칭 파테, 테린 등 샤르퀴트리, 햄 등
종류 레드와인 원산지 뉴질랜드, 센트럴 오타고
품종 피노누아 100% 수입사 비티스
가격 21만원/750mL

 

 

4 도멘 필립 파칼레, 제브레-샹베르탱
Domaine Philippe Pacalet, Gevrey-Chambertin

테이스팅 노트 테루아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와인을 만드는 필립 파칼레. 제브레-샹베르탱도 역시 인위적인 간섭 없이 자연 효모로 발효, 피노누아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붉은 체리와 산딸기, 스파이시한 향과 옅은 흙내음이 생동감 넘치는 미네랄의 산미와 조화를 이뤄 섬세하게 표현된다.

음식 매칭 치즈
종류 레드와인 원산지 프랑스, 부르고뉴
품종 피노누아 100% 수입사 비티스
가격 34만원/750mL
 

 

 

최은식 씨는 와인의 매력에 푹 빠져 3년간 프랑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와인을 공부하고 부르고뉴 CFPPA 소믈리에 과정을 수료, 프랑스 정부 공인 ‘BP Sommelier’를 취득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 소믈리에 대회에서 2013년 1위를 차지하며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로 인정받았다.

국내 최고의 소믈리에 최은식이 품종별로 차근차근 짚어주는 쉽고 재미있는 와인 이야기. 이달은 이름마저 우아한 피노누아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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