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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유 셰프의 농가 맛집 기행

충남 공주 미마지 “시조부모님께 배운 손맛으로 대갓집 밥상을 차리다“

On September 03, 2014

<에쎈>과 토니유 셰프가 우리 향토 음식을 찾아 함께 떠나는 농가 맛집 기행. 청송 김씨 반가의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공주 미마지를 찾았다.

토니유 셰프는 음식을 향한 열정으로 본래 직업인 디자이너를 포기하고 세계 곳곳을 돌며 요리 기행을 시작, 해외 유수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배우며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그 후 한국에 돌아와 독특한 퓨전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사찰 음식에 관심이 높아 일 년 남짓 전국 사찰을 돌며 보고 배운 내공을 더해 퓨전 코리아 퀴진 레스토랑 ‘키친플로스’를 청담동에 오픈하며 ‘한식 레스토랑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마지 대표 도영미 씨의 남편은 청송 김씨의 4대 독자이자 저명한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의 아들이다. 그녀는 항공사에 다니며 도시 생활에 익숙하던 처녀 시절을 뒤로하고, 결혼과 동시에 시골 종갓집 살림에 파묻히게 되었다. 민속학자로 여러 분야의 전통 예술가들과 친하게 지내던 시부모 덕에 항시 밥상을 차려야 했고 상에 놓는 숟가락도 수없이 많았다. 별다른 일 없는 날도 2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예사, 이렇게 하루 세 번 밥상을 준비하고 치우고 하다 보면 금세 하루가 저물었다. 피곤하다고 한 끼라도 대충 만들 수도 없는 종가, 그래도 그녀가 견딜 수 있던 것은 다정했던 시할머니의 사랑 때문이다.

대외 생활이 많은 시부모 대신 80여 년간 주방을 지켜온 시할머니의 음식 솜씨는 유명했다. 자연스레 그녀도 음식 솜씨가 늘어갔다. 도영미 대표가 배운 것은 비단 반가의 음식뿐이 아니다. 풍류를 즐기는 시부모의 친구들은 한 번 오면 그대로 눌러앉아 몇 달씩 묵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대표는 그들로부터 다양한 기술을 전수받았다. 유명한 화가에게는 그림을, 서예가에게는 글씨를, 자수 명인에게는 동양자수를 배웠고 북춤까지 섭렵했다. 반가 음식 외에 시조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깨끼 바느질이다. 그녀는 한복 한 벌쯤은 거뜬히 지을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종갓집 맏며느리가 갖출 구색은 다 갖춘 셈이다.

1 머플러와 앞치마, 의류 등 밤껍질을 이용한 자연 염색 제품도 선보인다.
2, 3 유명 도예가가 선물한 것, 시조부모님이 쓰던 것 등 우리 도기가 많은 것도 매력.
4 민속박물관을 함께 운영하는 미마지는 백제의 향기가 묻어나는 다양한 전시품을 구경할 수 있어 체험학습장으로도 사랑받는다

‘손님은 빈속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가풍 이어 맛집을 열다

미국에서 마케팅을 공부한 남편과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도 대표는 ‘우리나라에도 전통문화를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결혼 후 아무 미련 없이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종가로 내려온 것이다. 이들 부부는 조상의 선산에 민속박물관을 개관했다. 몇 대째 내려오는 집안 유품과 예술 식객들이 밥값으로 놓고 간 기증품만으로도 작은 민속박물관이 꽉 찼다. 여기에 종이공예, 동양자수, 바느질 등 다양한 재주가 있는 도 대표가 문화 체험 강좌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손님은 빈속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가풍에 따라 그렇게 온 손님들에게 흰밥에 나물 몇 가지 올린 소박한 공주식 ‘반가 손님상’을 내놓다 보니 그 음식을 맛보러 더 많은 사람이 찾았고 결국 ‘농가 맛집’을 차리게 된 것이다. 그녀가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어느 국가 또는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데 ‘밥상’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이곳 이름 ‘미마지’는 과거 삼국시대에 백제 문화를 일본에 전파한 사절단을 가리키는 것으로 지역의 전통문화를 알리겠다는 뜻을 담았다.

  • 영업시간 100% 예약제
    메뉴 소민전골정식 3만원, 밤나무아래정식 2만5천원, 연잎밥상 2만원
    문의 041-856-5945
    주소 충남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357-2

1 밤전과 콩나물국 공주의 특산품인 밤으로 녹말가루를 내 반죽해 지진 밤전은 고소하면서도 쌉싸래한 맛을 내는 귀한 별미다. 여기에 무와 북어를 넣고 끓인 맑은 콩나물국만 더해도 요기가 된다. 미마지는 ‘농가 맛집’으로 지정되었지만 투박하기보다는 정갈하고 얌전한 맛으로 사실상 농가와는 다른 ‘반가 음식’에 가깝다.

2 밤묵과 생채겉절이 공주 지방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인 밤묵. 알밤을 곱게 갈아 체에 걸러 앙금을 가라앉히고 웃물을 따라 버린 뒤 앙금만 풀 쑤듯 걸쭉하게 끓여 틀에 붓고 굳힌다. 손이 많이 가기도 하지만 나오는 양도 적어 더 귀한 음식이다.

토니유 셰프 반가 음식이 일반 농가 음식과는 무엇이 다른지요?
도영미 대표 정갈한 맛이지요. 저희 집에서 내는 음식만 봐도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하는 자극적인 음식은 거의 없고 직접 담근 간장과 된장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립니다. 나물도 된장으로 무치고 생채보다는 숙채를 많이 올립니다. 그만큼 손도 많이 가지요.

토니유 셰프 반가 음식이라 하면 육류나 해산물 등 더 화려한 재료를 쓸 것 같은데 거의 채소 중심이네요.
도영미 대표 기본적으로 재료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지요. 하지만 모두 자연에서 직접 키우고 얻은 것이라는 점에서 더 귀한 재료인 셈입니다. 육류나 해산물은 딱 필요한 만큼만 지나치지 않게 냅니다. 정갈하게 조리해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한 맛이 살아 있는 상을 냅니다.

1 뒷산에서 딴 자연산 고사리. 묵히지 않은 자연산 생고사리만큼 맛있고 귀한 것도 없다.
2 토실토실 밤이 익어가는 계절, 미마지에서 쓰는 밤은 모두 직접 재배하거나 공주 지역 주변 농가의 것으로 아삭하고 단단한 과육이 일품이다.
3 세 가지 나물과 쌈 채소, 쌈장 청송 심가에서는 급히 찾은 손님도 빈속으로 보내는 적이 없었다. 그럴 때 내는 것이 쌀밥에 나물 서너 가지 올려 된장이나 쌈장에 비벼 먹게 하는 ‘반가 소반’. 직접 짠 들기름과 된장으로 살살 무친 나물 맛이 좋아 그것만으로도 훌륭하다.
4 백김치와 배추김치 본래 고추를 사용하지 않던 반가의 백김치와 최근 담그기 시작한 빨간김치. 충청도답게 젓갈 맛이 강하지 않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다.

토니유 셰프 어떤 품목을 직접 기르시는지요?
도영미 대표 각종 잎채소와 배추는 물론 장 담그는 콩과 곡식류도 모두 직접 재배합니다. 나물은 뒷산에서 나는 산나물을 직접 채취하고요. 하지만 워낙 큰 부엌살림이다 보니 직접 키우는 작물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부족한 부분은 모두 이 부근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해요.

토니유 셰프 직접 재배한 국산 콩으로 담근 장이라니, 그 맛이 기대되는데요?
도영미 대표 저희 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된장, 간장이에요. 예전부터 청송 심가가 장맛이 좋기로 유명했어요. 장 좀 나눠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서 새댁 시절부터 시할머님 밑에서 질리도록 장을 담갔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수월하게 장맛을 내게 됐지요.

1 영양연잎밥 찹쌀에 콩과 밤, 은행을 넣고 연잎으로 말아 찐 연잎밥. 간간하게 간이 밴 쫀득하고 구수한 찰밥에 종부의 솜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2 밤나무아래정식 직접 담근 각종 장아찌와 철 따라 바뀌는 나물, 귀한 밤묵과 밤전에 돼지등심밤갈비, 조기, 연잎밥까지 정갈한 맛이 돋보이는 반가의 음식을 체험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3 밤양갱 사박사박한 밤 입자가 달콤하게 느껴지는 촉촉하고 쫄깃한 밤양갱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미마지만의 후식이다.

토니유 셰프 오랜 시간 익혀온 손맛 외에 특별한 맛의 비법이 있을까요?
도영미 대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재료의 질이겠지요. 된장도 직접 재배한 콩, 맑은 물과 바람, 햇살로 뜬 메주로 만드니 맛있을 수밖에요. 짠 맛을 부드럽게 중화하기 위해 각종 곡식을 넣어 된장을 담급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곡식 역시 모두 무농약 농사로 지었어요. 쌈 채소의 경우만 해도 어떤 이들은 ‘그깟 이파리’라 생각하겠지만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의 힘으로 기른 것들이라 ‘약초’나 다름없지요.

1 청송 심가의 단골손님이라면 가장 먼저 찾는 ‘소민주’를 만드는 데 쓰는 누룩.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방법으로 만든 가양주인 소민주는 맑고 그윽한 향과 맛이 일품이다.
2 돼지등심밤갈비에 들어가는 방풍 잎. 특유의 쌉싸래한 향과 푸릇한 색을 더해 한층 맛을 돋우는 효과를 낸다. 방풍이 나지 않을 때에는 당귀 등 그때그때 텃밭에서 자라나는 각종 약초 잎을 넣는다.
3 된장 맛으로 유명한 미마지. 도 대표는 몇 년 묵은 된장을 먹고 싶어도 주위에서 하도 달라고 성화여서 조금씩 퍼주다 보면 어느새 다 사라져 매번 햇된장만 먹게 된다고 하소연한다.

토니유 셰프 밤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도 인상 깊습니다
도영미 대표 본래 저희 집 메뉴는 평소 시아버님이 가장 즐겨 드시는 전골 요리에 시아버님 호를 붙여 만든 얌전하고 깊은 맛의 소민전골정식과 연잎밥상이 다였어요. 그러다 공주 향토 음식의 특색을 더 살리기 위해 가장 유명한 특산물인 밤을 사용한 ‘밤나무아래정식’을 만들게 되면서 더 다양한 밤 요리를 개발했습니다.

토니유 셰프 음식에 밤이 들어가면 맛이 한층 고급스럽고 생밤을 얇게 채 썰어 올리면 아삭한 식감을 낼 수 있어 저도 한식 샐러드에 즐겨 쓰는 재료입니다. 그런데 아삭한 식감 외에도 밤전이나 밤묵 등 다양한 질감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군요.
도영미 대표 밤묵과 밤전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향토 음식입니다. 밤을 살짝 익혀 간장에 조린 밤겉절이도 그렇고요. 여기에 더해 새로운 메뉴도 개발했지요. 밤으로 만든 양갱, 밤을 넣은 돼지등심밤갈비 등이 있습니다.

토니유 셰프 돼지등심밤갈비,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데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저만의 요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1. 미마지의 밤돼지등갈비

질 좋은 돼지 쪽갈비의 핏물을 뺀 뒤 뜨거운 물에 튀겨 불순물 제거하고 특제 조림 간장에 졸여 누린내 없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미리 졸인 간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깊은 맛이 갈비살 속속들이 배어들어 오래 조리하지 않아도 되고 더욱 부드럽다. 달콤한 밤이 넉넉히 들어가 맛과 향을 더할 뿐 아니라 돼지고기의 차가운 성질을 밤의 따뜻한 성질이 보해 속이 편안하다.

2. 토니유 셰프의 밤퓌레를 곁들인 돼지등갈비구이

부드러운 밤퓌레와 쫀득한 등갈비, 감칠맛 나는 밤소스가 어우러져 기분 좋은 조화를 낸다.

밤퓌레를 곁들인 돼지등갈비구이

에쎈 | 2014년 09월호

  • 주재료

    돼지 등갈비 500g, 새송이버섯 3개, 토핑용 생밤 채·식용유 적당량씩, 소금 약간

  • 염지물

    소금 ½컵, 흑설탕 ¼컵, 물 2L

  • 밤퓌레

    밤 깐 것 300g, 우유 300g, 소금 약간

  • 밤소스

    밤 6개, 양파 ¼개, 볶은 은행 10개, 조청 2큰술, 집간장 1큰술, 식용유 적당량, 물 ½컵

만들기

1인분2~3인분

|

40min(등갈비 재우는 시간 제외)

  1. 1

    물에 소금과 흑설탕을 잘 풀어 염지물을 만든 뒤 먹기 좋게 손질한 등갈비를 넣어 3시간가량 염지한다.

  1. 2

    밤소스용 밤은 겉껍질만 벗기고 속껍질을 남긴 채 편으로 얇게 썰고 양파는 얇게 채 썬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밤과 양파를 볶다가 어느 정도 익으면 물을 부어 끓인다. 밤이 완전히 익으면 볶은 은행과 조청, 집간장을 넣어 국물이 자작하게 졸아들 때까지 뭉근히 끓인다.

  1. 3

    밤 깐 것과 우유를 믹서에 곱게 간 뒤 소금으로 간하고 잘 섞어 밤퓌레를 만든다.

  1. 4

    새송이버섯은 도톰하게 편으로 썰어 그물 모양으로 칼집을 가볍게 낸다.

  1. 5

    염지한 등갈비를 건져 물기를 제거한 뒤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1. 6

    같은 팬에 새송이버섯도 소금으로 간해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1. 7

    그릇에 밤퓌레를 깔고 구운 등갈비와 새송이버섯을 올린 뒤 밤소스를 뿌린다. 생밤 채를 올린다.

<에쎈>과 토니유 셰프가 우리 향토 음식을 찾아 함께 떠나는 농가 맛집 기행. 청송 김씨 반가의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공주 미마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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