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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aste of spain

과학과 자연의 만남, 스페인을 맛보다 (3)

On May 29, 2014

스페인을 미식의 성지로 만든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과 셰프들
미식의 판도를 바꾼 ‘페란 아드리아 셰프’

2014년 1월, 마드리드 퓨전(Madrid Fusion)이 열렸다. 세계적인 셰프와 저널리스트, 미식가들이 모여 그 해의 음식 트렌드를 예측하는 행사다. 올해로 12번째 맞이하는 마드리드 퓨전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게 된 계기에는 페란 아드리아 셰프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부엌의 살바도르 달리’, ‘미식의 혁명가’ 등의 극찬을 받는 페란 아드리아 셰프의 분자요리를 보기 위해 세계적인 셰프들과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들이 첫 회를 맞이한 마드리드 퓨전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1990년대부터 스페인을 미식의 나라로 만들자며 스페인 정부, 학계, 업계가 힘을 모은 국가 차원의 조직적 힘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페란 아드리아 셰프의 ‘엘 불리’가 미슐랭 3스타를 거머진 1997년부터, 이미 미식 판도는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점점 옮겨가는 중이었다.

세계적인 음식문화를 이끌다

2011년 엘 불리가 문을 닫으면서 스페인의 분자요리가 북유럽의 자연주의 요리에 트렌드 선두를 빼앗기는 듯했다. 그러나 2013년 ‘엘 세예르 데 칸 로카’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로 선정되었으며, 4위 무가리스, 8위 아르삭 등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탑 10에 3곳이나 선정되었다. 이것은 스페인이 미식의 성지임을 입증한 결과이기도 하다. 참고로 미식의 종주국인 프랑스는 10위 안에 한 곳도 등재되지 않았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은 영국 요리 잡지 <레스토랑>이 주관하고 생수 회사 산 펠레그리노 & 아쿠아 파나가 후원한다. 이 순위는 매년 셰프, 요식업 관계자, 전문 기자 등 전 세계 요리 전문가 900명 이상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위 안에 링크된 스페인의 레스토랑은 셰프의 개성이 담긴 요리로 세계 미식가들의 이목을 모은다. 저마다 자신만의 색을 담아내지만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전통의 경의’, ‘로컬푸드’ 그리고 ‘혁신’이다. 엘 세예르 데 칸 로카의 로카 형제 셰프들은 그들의 고향 지로나의 맛에 현대적인 터치를 가미하고, 무가리스의 안도니 아두리스 셰프와 아르삭의 후안 마리 아르삭 셰프는 산세바스티안 근교의 험준한 산에서 고기와 치즈를 구하고 대서양의 비스케이 만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구해 바스크 전통 음식으로부터 혁신적인 음식을 선보인다. 아사도르 엑세바리의 빅토르 아르긴소니스 셰프는 산속 깊숙이 레스토랑의 자리를 잡고 나무마다 지닌 향을 주입한 전통적인 그릴 음식을 선보인다.

이들 셰프는 스페인 식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며, 주변에서 자라나는 풍부한 식재료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음식을 오롯이 그릇에 담아낸다. 스타 셰프들의 창의적인 음식의 기반은 ‘스페인의 것’들로 구성되어, 이들이 내는 음식 자체가 스페인의 맛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선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스페인에 열광할 수밖에 없다.

셰프들의 교류의 장

스페인에서는 이처럼 존경받는 셰프들이 자신의 비법이라 할 수 있는 기술, 그 주방에 들어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배경지식까지 여과 없이 보여주는 셰프의 모임이나 푸드 페어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산세바스티안은 미슐랭 레스토랑이 세계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지역이다. 이곳에서 42년간 요리한 페드로 수비하나 셰프는 ‘뉴 바스크 퀴진’의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라 누에바 코시나 바스카(La Nueva Cocina Vasca)’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서 바스크 음식의 발전을 위해 식자재와 레서피를 공유하고 과학자들에게 자문을 받아 과학과 음식을 접목하며 연구한 결과 현재 500명에 달하는 과학자들이 레서피 개발을 돕고 있다. 바스크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셰프도 참가할 수 있다. 또한 곧 다가오는 3월 말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알리멘타리아(Alimentaria 2014)’ 행사가 열린다. 세계적인 푸드 & 음료 전시회로 혁신적인 음식을 선보여 미슐랭의 별을 획득한 스페인의 스타 셰프 50명이 모여 워크숍과 쿠킹 클래스 등을 개최한다.

스페인 음식이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저력은 이처럼 지식의 나눔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나누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스페인 셰프들의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THE CHEFS
엘 세예르 데 칸 로카 EL CELLER DE CAN ROCA : Modern Spanish

chef 조안 로카(Joan Roca, head chef), 조르디 로카(Jordi Roca, pastry chef)
region 지로나(Girona)
‘어린 시절 추억을 되살리는 감성적 요리를 만드는 최고의 팀’이라고 극찬하며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로 꼽힌 엘 세예르 데 칸 로카의 주방에는 3명의 형제가 팀을 이룬다. 첫째 조안 로카가 헤드 셰프이고, 둘째 조셉 로카는 소믈리에, 셋째 조르디 로카는 페이스트리 셰프로 활동 중이다. 로카 형제들은 지로나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 어머니의 음식에서 영향을 받아 3명 모두 지로나의 요리 학교를 졸업해 지금까지 주방에서 일하고 있다. 음식을 책임지는 조안 로카는 지로나의 전통 음식에 분자요리를 접목한 모던 스패니시 퀴진을 선보이고, 조르디 로카는 향수를 이용한 환상적인 디저트를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2009년 미슐랭 3스타를 획득했으며, 2013년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위로 선정되었다.

무가리스 MUGARITZ : Natural Science of Cooking

chef 안도니 아두리스(Andoni Aduriz)
region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
오너 셰프인 안도니 아두리스는 바스크 요리를 공부한 뒤 1993년에 엘 불리 팀의 셰프로 1년간 일했다. 스페인 북부 산세바스티안에 무가리스를 1998년에 오픈해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인상적인 테이스팅 코스를 선보여 2006년 이후부터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10위권 안에 들었으며 미슐랭 2스타를 받았다. 산세바스티안의 풍부한 자연 식재료를 새로운 테크닉으로 요리한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을 선보여 ‘크리에이티브 셰프’로 불린다.

아르삭 ARZAC : Cutting-edge Basque

chef 후안 마리 아르삭(Juan Mari Arzak), 엘레나 아르삭 에스피나(Elena Arzak Espina)
region 산세바스티안(San Sebastian)
미식의 도시 산세바스티안 레스토랑에서 살아 있는 바스크 퀴진의 전설이라 불리는 아르삭 레스토랑은 후안 마리 아르삭 셰프와 그의 딸 엘레나 셰프가 함께 주방을 책임진다. 엘레나 셰프는 2012년 월드 베스트 여성 셰프로 꼽히기도 했다. 산세바스티안 최고의 로컬 식재료와 음식문화를 현대적인 기술을 가미해 재해석한 요리를 선보인다.

키케 다코스타 QUIQUE DACOSTA : Avant-guard Cuisine

chef 키케 다코스타(Quique Dacosta)
region 데니아(Denia)
분자요리를 연구하는 아방가르드 셰프이자 생태학자인 키케 다코스타는 데니아에 자신의 이름을 딴 ‘키케 다코스타' 레스토랑을 열었다. 지중해와 근접한 스페인 남부 해안 지역에 위치한 데니아는 쌀, 알로에, 각종 채소,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하다. 무수한 연구를 통해 스페인의 쌀 요리 권위자로 알려졌으며 알로에와 새싹채소에도 정통하다. 식재료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 요리를 만드는 그는 ‘the Local Universe’라는 테이스팅 코스 메뉴를 선보이는데, 반경 80km 이내에서 먹을 수 있는 모든 식재료를 모아 향을 더하고 텍스처를 덧댄다. 접시에는 두세 가지의 식재료만을 올려 재료가 지닌 맛과 향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아사도르 엑세바리 ASADOR ETXEBARRI : Ancient Techniques of Grill Cooking

chef 빅토르 아르긴소니스(Victor Arguinzoniz)
region 아촌도(Atxondo)
스페인의 전통 음식에는 나무를 태웠을 때 나는 향을 주입하는 그릴 요리가 있다. 안보토(Anboto) 산속 아촌도 골짜기 깊숙이 위치한 아사도르 엑세바리에서는 빅토르 셰프가 고심하여 선택한 나무들에 불을 지펴 각종 육류와 신선한 해산물, 제철 채소를 올려 굽는다. 올리브나무, 사과나무, 소나무 등을 태워 향을 입힌 그릴 음식은 원초적인 맛의 즐거움을 전한다. 아이스크림 또한 연기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색다른 디저트가 마지막을 완성한다.

디베르소 DiverXo : Fusion

chef 다비드 무뇨스(David Munoz)
region 마드리드(Madrid)
미슐랭 3스타가 없었던 마드리드에서 올해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함으로써 마드리드를 다양한 식문화의 메트로폴리탄으로 만드는 선봉 역할을 하는 차세대 천재 셰프인 다비드 무뇨스. 어릴 적부터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유니크한 음식’ 만들기를 꿈꿔왔던 그는 대담하고 독특하고 재미있고 놀라운 음식을 지향하며, 지중해 요리를 기본으로 일식, 중식, 동남아, 남아프리카 등의 세계 요리를 접목한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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