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 스토리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LIFE

경동시장에서 찾은 제철 식재료로 차렸다

한의사 이상재의 약이 되는 밥상

On May 27, 2014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움튼 봄철 식재료는 그 자체로 최고의 약재가 된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이상재 교수가 경동시장에서 찾아낸 제철 식재료로 차린 약이 되는 밥상.

“절기로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두툼한 외투를 입고 다니죠. 우리 몸은 여전히 겨울의 생체리듬에 맞춰 있지만,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찍 봄을 맞습니다. 일찍 찾아온 봄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몸이 나른하고 무기력하며 입맛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춘곤증’입니다.

봄의 기운을 가리켜 ‘생기(生氣)’라고 합니다. 만물이 생겨나게 하는 기운이라는 뜻인데, 생기의 계절에 걸맞게 춘곤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움츠리지 말고 내 몸을 깨워줘야 합니다.움츠렸던 몸을 깨우는 데에는 쓴맛과 향이 강한 봄나물이 명약입니다. 냉이, 달래, 쑥, 방풍 잎, 두릅, 돌나물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봄 주꾸미, 도다리 등 해산물을 곁들이면 원기를 북돋아주지요. ‘봄나들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생기가 만연한 봄에는 기를 발산하기 위해 자꾸만 야외로 나가고 싶기 때문입니다.

따사로운 햇볕 아래 푸릇푸릇한 잔디에 앉아 도시락 먹는 것을 상상만 해도 좋지만, 실상 알레르기나 황사로 인해 야외로 나가는 것이 꼭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이럴 때는 봄나물을 사다가 반찬으로 만들어 먹고, 말려서 차를 만들어 마셔도 좋아요. 그럼 봄에 약이 되는 식재료를 찾아 시장에 나가볼까요?”

1. 봄나물 향을 맡기만 해도 기운이 솟는 것 같네요~
2. 이상재 교수의 어머니는 머위를 '상재가 좋아하는 머위'라고 부른다. 봄나물 중 가장 좋아하는 머위를 젤 처음으로 구입했다.
3. 봄 식재료 사러 왔어요!

경동시장에서 찾은 약이 되는 봄 식재료

1 목련 황사로 고생하는 봄날에 호흡기에 좋은 차를 자주 마시면 도움이 된다. 봄을 알리는 목련을 차로 우려 마시면 알레르기성 비염에 좋다.
2 봄동 달고 사각거리며 씹는 맛이 좋아 입맛을 돋운다.
3 은달래 달래보다 향이 더 짙은 은달래는 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이 있어 양기를 북돋는다.
4 냉이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하며 독이 없는 식재료로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식이 섬유 등이 풍부하다. 맛이 순하기 때문에 위에 좋으며 간에 쌓인 독을 몸 밖으로 배출한다.
5 주꾸미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듯, 제철을 맞은 주꾸미는 타우린 성분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어 피로 해소에 좋다.
6 홍옥 야생 사과 열매인 산사는 한방에서 소화작용이 뛰어나 자주 사용되는 약재인데, 산사가 구하기 힘들면 홍옥으로 대체해도 좋다. 소화가 잘 안되는 봄날에 간식으로 즐겨 먹으면 좋다.
7 부추 겨울을 이겨내고 움을 터 처음 자른 부추는 가족끼리만 먹는다는 말이 있듯이, 초봄의 부추는 약이 된다.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특유의 쑥 향을 내는 시네올(cineol) 성분은 소화액을 분비시켜 음식물 소화를 도와 소화불량 등에 효과적이다.
돌나물 돗나물, 돈나물이라고도 불리는 돌나물은 식욕을 촉진해 봄철 입맛이 없을 때 물김치로 담가 먹으면 좋다.
머위 대표적인 알카리성식품으로 비타민 A, 무기질, 섬유질이 풍부하다. 수분이 96%로 유럽에서는 항암 효능을 인정받은 식품이기도 하다.

경동시장에서 이상재 교수가 직접 골라 사 온 건강한 식재료들을 꺼내 정리하면서 무슨 음식을 만들지 고민을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한약재와 식재료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효능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즐겨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쓰고 신 것이 약재로 사용되었을 뿐입니다. 보통 쓴맛이 강한 뿌리 부분은 약재가 되고, 쌉싸래한 잎은 식재료로 취합니다. 대표적인 봄나물인 땅두릅의 새순은 살짝 데쳐 숙회로 먹고, 뿌리는 독활(獨活)이라 불리는 한약재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이른바 약식동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과 뜻을 같이합니다.

약(藥)과 음식 선(膳)을 합친 말인 약선은 요즘 건강한 식단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일상 요리에 사용하지 않는 한약재를 많이 사용해서 만드는 약선은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제철 식재료로 그 계절에 필요한 기를 보완하는 약선의 기본에 충실한 음식은 보약보다 더 나은 약이 됩니다.”

1. Monday 삼채봄동겉절이

유난히 찌뿌둥하고 피로한 월요일에는 산뜻한 봄나물 겉절이로 한 주를 시작해보자. 아삭한 봄동과 쓴맛, 단맛, 매운맛이 나는 삼채를 곁들여 입맛을 돋워준다. 봄의 별미인 도다리쑥국을 함께 밥상에 올리면 기운을 북돋워준다.

2. Tuesday 주꾸미두릅볶음

봄바람은 은근히 매섭고 쌀쌀하기까지 하다. 두릅은 바람을 막아줘 관절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향긋한 향이 춘곤증을 없애준다. 타우린이 함유된 주꾸미와 두릅을 매콤하게 볶아 뜨끈한 밥과 함께 차리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두릅의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데친 두릅을 완성 직전에 넣어 볶는다.

3. Wednesday 돌나물산사물김치

입맛이 없을 때 한의원을 찾아가면 한약재에 꼭 산사를 넣어 약을 달여준다. 무기력하고 입맛이 떨어지는 봄날에 냉침으로 우린 산사 물에 아삭한 돌나물을 넣어 물김치를 만들면 입맛을 돋운다. 새콤한 홍옥, 알싸한 부추를 송송 썰어 넣으면 영양도 맛도 배가된다.

4. Thursday 죽순무밥

기력이 없으면 입맛이 떨어지게 마련이고, 입맛이 없는데 꾸역꾸역 밥을 먹다 보면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기력이 없는 봄에는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천연 소화제로 알려진 무를 채 썰어 야들야들한 죽순과 함께 솥밥을 짓고 은달래간장에 슥슥 비벼 먹으면 일품이다.

5. Friday 봄나물비빔당면

부산 남포동의 명물인 비빔당면에서 착안한 메뉴로 봄나물로 만든 별미. 단맛이 도는 냉이와 시금치는 데치고, 쪽파는 초록빛이 돌도록 기름에 볶고, 돌나물은 깨끗이 씻어 새콤달콤한 고추장소스에 당면 불린 것을 함께 비벼 낸다.

6. Saturday 머위쌈밥

약초로도 쓰이는 머위는 소화력을 높이고 해독 작용이 있어 나들이용 쌈밥 도시락으로 제격이다. 데친 머위에 밥을 올린 뒤 간장, 고춧가루, 깨, 식초, 잔멸치를 섞어 빡빡하게 만든 양념장을 끼얹어 감싸면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바람이 잦은 봄날, 나들이 나갈 때 감기 예방을 위해 모과차를 함께 준비한다.

7. Sunday 봄잎차와 쑥버무리

향긋한 봄잎차와 쑥버무리를 소담하게 차려 주말을 평온하게 마무리해보자. 새순이 돋는 봄 채소는 말려서 차로 만들기 좋다. 차를 만들 때 손으로 잎을 비벼서 만드는 과정이 있는데, 잎이 상처가 나면 지니고 있는 향을 더욱 발산하기 때문에 맛있는 차를 만들 수 있다. 당귀 잎이나 감잎 등을 손으로 비벼 그늘에 말리면 된다. 보통 차를 덖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덖지 않고 말려서 찻잎을 만들면 고유의 향을 그대로 지니고 있어 더욱 맛이 좋다. 쑥은 데친 뒤 그늘에 말려 차를 만든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움튼 봄철 식재료는 그 자체로 최고의 약재가 된다.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이상재 교수가 경동시장에서 찾아낸 제철 식재료로 차린 약이 되는 밥상.

Credit 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