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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앞치마 이야기

On March 03, 2014

한복 디자이너 효재, 요리 연구가 메이·김정은의 특별한 앞치마 이야기.

삶이 지루하거든 앞치마를 입으세요 꽃밭에 물을 줄 땐 꽃무늬의 앞치마를 부엌에서 일을 할 땐 줄무늬의 앞치마를 청소하고 빨래할 땐 물방울무늬의 앞치마를 입어보세요 흙냄새 비누냄새 반찬냄새 그대의 땀냄새를 풍기며 앞치마는 속삭일 거예요 그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금 더 기쁘게 움직여보라고 앞치마는 그대 앞에서 끊임없이 꿈을 꾸며 희망을 재촉하는 친구가 될 거예요 때로는 하늘과 구름도 담아줄 거예요
- 앞치마를 입으세요 (이해인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중) -

한복 디자이너, 살림꾼 효재 이야기 주부를 위한 파티복, 앞치마

양장점에서 맞춘 땡땡이 앞치마
“30년 전 친구들이 미제 청바지 사 입을 때 저는 양장점에서 앞치마를 맞춰 입었어요. 그때 ‘데드론’이라는 혁명 같은 원단이 개발되어 유행했는데, 여기 땡땡이 무늬 앞치마도 그걸로 만든 거예요. 빨간색이라 주로 김치 담글 때 입어요. 주머니 부분은 하얗게 색이 바랬지만 제일 좋아하고 아끼는 앞치마예요.”

영화 속 장면을 보고 만든 메이드 앞치마
“원하는 대로 앞치마를 만들어 입을 수 있다는 게 한복 디자이너가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하나예요. 내 몸에 딱 맞게, 손님을 맞을 때나 마당일을 할 때 동선을 고려해서 앞치마를 만들어 입어요. 영화를 볼 때 주인공 얼굴이나 스토리보다 그릇이나 의상을 눈여겨보는 편인데, 새하얗고 긴 이 앞치마는 서양 영화에 나온 메이드의 앞치마를 따라 만든 거예요. 타샤 튜더를 보고 만든 꽃무늬 앞치마는 꼬박 3일 걸려 만들었죠.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에요.”

1 효재의 앞치마는 뒷모습이 중요하다.
2 30년 동안 사용해 손때 묻은 앞치마를 가장 아낀다.

앞치마는 뒷모습이 매력
“앞치마는 뒷모습이 사랑스러워야 해요. 가족은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자주 보게 되니까요. 핏과 리본으로 뒷모습을 강조해요. 앞치마 길이가 길면 실루엣이 아름답고 걸음걸이도 춤을 추는 것 같아요. 또 하얀 앞치마를 두르면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지지요. 뭐가 묻지는 않을까 설거지도 우아하게 하고. 이렇게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면서 힘든 갱년기를 이겨낼 수 있었어요. 예쁜 앞치마를 통해 행동을 다스리고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부들의 파티복이자 무사의 갑옷
“앞치마는 손님맞이를 위한 주부의 파티복이에요. 무사에게 갑옷이 있다면 주부에게는 앞치마가 있어요. 무기는 살림 도구고요.”, “사람 몸이 나이에 따라 달라지듯 앞치마도 달라진 답니다. 몸에 딱 맞게 입어야 예쁜데 나이가 들면서 허리 살이 느니까 앞치마도 넉넉해져야죠. 길이를 자르기도 하고요. 요즘엔 주머니를 달까 생각 중이라 맘에 드는 원단을 찾고 있어요. 저기 포도주가 튄 앞치마에는 자수를 놓을 생각이에요.”

딸 수경 양과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하는 시간이 행복하다.

배화여대 전통조리과 김정은 교수 이야기 앞치마 컬렉터의 숨은 재미

엄마의 영향에 앞치마 스크랩북만 여러 권
“디자인 공부를 하신 엄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천을 끊어다가 여러 가지 옷을 만들어주셨어요. 집에서 소규모 양재 수업을 하셨는데 그때 간식이나 앞치마도 만드셨어요. 그런 걸 보고 자랐으니 당연히 요리며 앞치마에 관심을 갖게 되었겠죠. 일본으로 유학 갈 때 요리가 아니면 디자인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1993년부터 잡지나 책에서 오려 붙여 만든 앞치마 디자인 스크랩북이 몇 권이나 될 정도로 앞치마에 관심이 많았어요. 여행지에서 예쁜 앞치마를 구입하는 건 필수 코스지요. 최근에도 일본에서 구입했고요. 맘에 드는 디자인의 천을 발견하면 앞치마에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1 일본 유학시절 즐겨 하던 체크무늬 앞치마와 당시 메모해둔 레서피들.
2 20년 이상 모은 앞치마들은 스타일도 다양하다.

수십 장씩 만들어 선물하다 보면 순식간에 동이 나
“구상이 확실해지면 알맞은 천을 고르고 디자인해서 주문 제작을 하는데, 동대문에 엄마 때부터 30년 단골인 가게들이 있어요. 한 번에 50개씩 만들어도 어떨 땐 1주일 만에 없어져버리죠. 예쁘게 리본을 달아 지인들에게 선물하거나 수업받는 학생들에게 천값만 받고 주기도 하고요. 여자치고 예쁜 앞치마 선물을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어요. 설사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도요. 앞치마는 그 자체로 여자를 여자답게 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죠.”

캠핑 때 요긴한 청앞치마
“리넨 소재의 앞치마는 구김이 잘 가지만 손때 묻은 느낌이 좋아요. 또 몸에 부드럽게 착 감기죠. 요즘에는 짧은 청앞치마를 즐겨 입어요. 부담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어서 주로 앉아서 요리할 일이 많은 캠핑 때마다 애용하지요.”

딸과 함께 입는 커플 앞치마
“딸과 세트로 입는 앞치마는 요리 시간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죠. 함께 앞치마를 두르고 쿠키를 구워 아이싱으로 장식하거나 치라시스시 같이 쉬우면서 완성도가 높은 요리를 만들면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앞치마는 엄마와 딸을 이어주는 예쁜 고리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푸드스타일리스트 메이 이야기 나만의 개성을 알리는 작업복

요리하는 사람의 앞치마는 달라야 한다
“앞치마를 두른다는 것은 단순히 옷이 물에 젖지 않게 하거나 더러움을 막으려는 기능적인 의도만 있는 게 아니에요. 내가 ‘요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는 상징 같은 거죠. 앞치마를 통해 내 개성을 드러낼 수도 있고요. 허리에만 끈을 묶는 짧은 스커트형 리넨 소재 앞치마를 주로 입어요. 활동이 편하기도 하고 나를 표현하는 패턴이나 컬러로 개성을 표현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죠. 태국의 짐 톰슨에서 구입한 물고기 프린트의 천으로 만든 앞치마는 제가 아끼는 것 중 하나예요. 또 앞치마 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실용적인 일본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재일교포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어요. 일본 가정식을 가르치고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거겠죠.”

1 그녀를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연출해주는 앞치마.
2·3 직접 디자인한 앞치마에서 그녀만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앞치마를 만들어 선물하는 즐거움
“결혼하고 주방에 서게 되니 자연스럽게 앞치마를 가까이하게 됐죠. 그런데 시판 앞치마는 레이스가 달린 러블리한 느낌이 대부분이라 부담스러웠어요. 꽃무늬처럼 화려한 프린트와 강렬한 색감을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외국에서 사 오거나 동대문에서 직접 고른 천으로 제작을 의뢰해요. 한 번에 여러 벌 제작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기도 하는데, 제가 선물한 앞치마를 지인이 두르고 있는 사진을 잡지에서 발견했을 때 재미있고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이성에게는 현모양처의 매력을…
“손님맞이용 앞치마와 혼자 설거지할 때의 앞치마는 분명 달라요. 손님을 초대할 때 앞치마는 ‘제가 요리를 해서 대접해 드릴게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또 연애 시절엔 지금의 남편을 초대해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해주곤 했는데, 아무래도 남자들은 앞치마에 대한 로망이 있나 봐요. 그때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한복 디자이너 효재, 요리 연구가 메이·김정은의 특별한 앞치마 이야기.

Credit Info

포토그래퍼
최해성,강태희
에디터
박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