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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만 문을 여는,

나만의 식당 月曜食堂

On November 12, 2013

요리를 매개로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음식문화 ‘소셜 다이닝’. 2주에 한 번 월요일마다 열리는 ‘월요식당’을 찾았다.

월요식당을 찾은 열 명의 손님과 운영자 엄윤정 씨.

2013. 9. 2. 월요일 19:00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 ‘라운지’에 직업도 나이도 출신도 사는 곳도 다른 열 명의 남녀가 모였다. 공통점이라고는 하나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저녁밥을 먹기 위해서’다. 이들은 격주 월요일마다 식당으로 변신하는 월요식당의 손님. 수줍은 인사와 어색한 침묵 사이로 맛있는 냄새가 흐른다. “어디 사세요?”, “무슨 일 하세요?”로 시작된 대화는 취미와 여행으로 주제가 바뀐다. 준비된 음식이 식탁에 차려지면서 사람들 사이를 촘촘히 메운다. 직장과 상사 이야기로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등장한 수제 맥주. 셰프가 뉴질랜드에서 공수한 장비로 만드는 데 1주일 이상 걸렸다는 삼삼하면서 부드러운 맛의 에일이다. 경쾌하게 부딪치는 맥주잔 소리와 웃음소리가 흩어진다.

주에 한 번은 식당으로 변신하는 합정동 카페 라운지.

셰프로서의 가능성을 점치다

주방에서 유난히 손놀림이 바쁜 한 사람, 반죽을 밀고 파스타를 삶는 그는 오늘의 셰프 이진구 씨. 메뉴는 해산물토마토파스타와 김치피자, 오리엔탈드레싱을 곁들인 페타치즈샐러드, 그리고 수제 맥주다. 어려서부터 먹는 곳엔 빠지지 않고 달려가더니 커서도 ‘식탐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그는 주방 도구와 요리책 수집, 해외 유명 마트 둘러보기, 요리 방송 보고 따라 하기가 취미인 사업가다. 3년 뒤엔 부암동 기슭에 레스토랑을 차릴 계획이다. 김치피자는 군고구마와 신김치의 조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필살의 메뉴. 사람들에게 값을 받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처음이라는 그는 “떨리지만 즐거운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식당

월요식당의 게스트는 직장인부터 작가, 의사, 여행 가이드, 요리에 관심 있는 외식업 종사자까지 다양하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의 게스트가 많은 편이고, 여성의 참여가 높지만 최근 들어 남성도 많이 늘었다. 월요식당에만 세 번째 참가했다는 한 게스트는 계속 찾게 되는 월요식당의 매력을 ‘새로움’으로 꼽았다. 여러 번 참여하더라도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신선하다는 것. 오픈 키친을 통해 셰프가 요리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점도 특별하다. 질문도 하고 셰프를 돕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기도 한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게스트들이 치른 1만5천원 남짓한 음식값은 고스란히 재료비로 셰프에게 돌아간다. 월요식당 측은 수입이 없어도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앞으로도 운영을 계속할 생각이다.

요리하는 일일 셰프 이진구 씨를 스탭들이 돕고 있다.

소통과 즐거움에 대한 고민

매번 월요식당이 열리는 카페 ‘라운지’는 공간디자인 회사 로컬디자인무브먼트의 사무실이자 카페. 처음 주방을 사용하기로 했던 요리 팀이 해체되자 주방 활용 방안으로 김수민 대표가 아이디어를 냈다. 아마추어 셰프를 불러 요리하면 셰프는 자신의 요리를 대중한테 시험해볼 수 있고, 게스트끼리 친목을 다지고 친구도 될 수 있으니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스스로 즐기기 위해 연 월요식당이지만 생각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소셜 다이닝 사이트 집밥(www.zipbob.net)을 통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8회를 진행했고, 7월부터 시즌 2를 진행 중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치즈 만들기’나 ‘술 담그기’ 같은 쿠킹 클래스 형태의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졌다는 것. 또한 ‘매크로바이오틱’이나 ‘로푸드’ 같은 생소할 수 있는 요리도 소개하며 대중에게 다가가는 중이다. 10월쯤엔 시즌 2를 마무리하고 시즌 3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1 새우와 조개가 듬뿍 들어간 토마토파스타.
2 월요식당이란 아이디어를 낸 로컬디자인무브먼트 김수민 대표.

월요병 없는 월요일을 꿈꾸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생겨났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혼자 저녁 먹기를 꺼리는 이유는 밥, 특히 저녁 식사가 비단 배고픔을 해결하거나 영양 공급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소셜 커머스의 발전 형태라는 소셜 다이닝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그 속에 사람이 있고, 만남과 교류를 통한 감성과 미각의 만족감이 채워지는 까닭이다. 소셜 다이닝에서 만난 한 게스트는 친한 친구보다 오히려 처음 만난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기 쉬웠다고 말했다. 한 번의 만남을 통해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신과 상담소나 점쟁이를 찾아가는 것처럼 ‘인스턴트식 만남’에서도 맛있는 음식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즐거움과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월요일을 잊은 웃음소리에 밤이 깊어간다.

요리를 매개로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음식문화 ‘소셜 다이닝’. 2주에 한 번 월요일마다 열리는 ‘월요식당’을 찾았다.

Credit Info

포토그래퍼
강태희
에디터
박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