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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미학 가니시

Garnish

On October 15, 2013

맑은 수프에 떠 있는 여린 허브 잎 한 장, 파스타 위에 소복이 갈아 뿌려진 그윽한 트러플, 새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올려진 코코넛 튀일 한 조각. 요리의 화룡점정, 가니시 미학.

고명, 가니시

가니시는 본래 음식을 그릇에 담은 뒤 모양을 아름답게 하고 식욕을 돋우기 위해 올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고명에 해당하는 곁들이 음식이다. 영어 ‘garnish’는 보통 고명 자체를 뜻하는 명사로 사용되지만, 고명을 올리는 행위를 뜻하는 동사로도 사용되어 ‘무엇을 가니시한다’고 하면 ‘무엇을 올린다, 곁들인다’는 뜻이 된다. 1차적으로는 음식의 형태를 보기 좋게 완성하는 것이 가니시의 임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요리의 맛을 보완하고 증폭시키는 역할도 한다. 파스타 위에 각종 허브를 뿌리는 것이 초록의 색을 더하는 것 외에 향을 더하기 위한 것과 같다. 가니시가 지닌 또 하나의 의미는 ‘이 음식은 아무도 손대지 않은, 당신을 위한 것입니다’라는 예우에 있다. 한식당 어디를 가도 마지막에 뿌리는 참깨 역시 일종의 가니시인 셈인데 이 참깨는 음식에 고소한 향을 더할 뿐 아니라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당신을 위해 막 담은 음식’이라는 상징으로 작용하는, 가장 손쉬운 ‘접대’이다.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밥을 다 먹고 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까지가 한 편의 드라마가 되어야 하는 파인다이닝에서라면 가니시는 할 이야기가 더 많아진다. 주요리에 비해 조금 더 자유로운 마음으로 드라마틱한 변형이 가능한 가니시는 ‘나는 이런 요리를 당신에게 낼 것이다’ 하는 셰프의 결의를 담을 수 있다. 메인 재료의 맛과는 상관없이 의례적으로 얹은 가니시와 텍스처, 맛, 향 등을 고려해 얹은 가니시 사이에는 분명한 ‘의지의 차이’가 존재한다.

미식의 현재, 가니시의 현재

가니시는 갈수록 시각적 요소를 담당하는 장식 부재료를 넘어 주요리에 향과 맛, 텍스처를 더하는 조력자가 되고 있다. 샐러드 등의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는 물론 디저트에도 가니시가 다양하게 올라가는데 크게 요리에 향, 맛, 질감을 더하는 기능을 맡는다. 기존에 자주 사용하는 허브에서 벗어나 연잎을 연상시키는 청순한 모양에 매운맛을 내는 나스투르티움(Nasturtium)이나 베리의 향에 씁쓸한 맛을 내는 엘더플라워 등 색다른 허브를 얹기도 하고 그것을 오일로 만들어 향을 더하기도 한다. 주재료가 지닌 맛을 연장시키거나 혹은 대비되는 맛을 더해 역으로 본래의 맛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바삭하거나 쫀득하거나, 구름 같은 질감으로 입안을 즐겁게 하는 것도 주요한 역할이다. 최근에 등장한 인기 높은 가니시로는 건강 곡물로 각광받는 키노아를 튀긴 것, 가금류의 껍질을 과자와 같이 바삭하게 말린 것, 다시마나 미역 등 해조류를 다양하게 조리해 감칠맛을 더하는 것 등이 있다.

훈제한 샐러드와 청사과, 튀긴 유정란, 돼지볼살햄

에쎈 | 2013년 10월호

  • 주재료

    샐러드용 잎채소 150g, 청사과 ½개, 달걀 2개, 구안치알레(돼지볼살햄, 프로시우토 등 다른 염장 생햄으로 대체 가능) 50g, 밀가루·빵가루·식용유·훈연 칩 적당량씩

  • 화이트발사믹드레싱

    올리브오일 1컵, 화이트발사믹식초 ⅓컵

만들기

2인분

|

30분 이내(중)

  1. 1

    달걀 1개를 끓는 물에 6분간 삶은 뒤 얼음물에 넣고 차갑게 식힌다. 나머지 달걀 1개는 곱게 풀어 달걀물을 만든 뒤 삶은 달걀에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를 차례대로 묻힌다. 180℃의 기름에 넣어 노릇하게 튀긴다.

  1. 2

    잎채소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탈탈 털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사과는 잘게 채 썬다. 구안치알레는 얇게 저며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1. 3

    분량의 재료를 잘 섞어 화이트발사믹드레싱을 만든다.

  1. 4

    볼에 잎채소와 드레싱을 넣어 잘 버무린 뒤 접시에 담고 튀긴 달걀과 채 썬 사과, 구안치알레를 올린다.

  1. 5

    접시를 뚜껑으로 덮고 훈연 칩에 불을 피워 뚜껑을 살짝 들어 올려 연기를 불어 넣은 뒤 다시 뚜껑을 덮고 30초 정도 훈연한 뒤 먹는다.

Aroma

가니시의 세계가 액체와 고체, 그 중간인 젤리와 거품을 넘어 기체로까지 확장되었다. 훈연 칩에 불을 붙여 피운 연기로 음식을 가니시하는 것. 음식에 향을 더하는 경우 주로 허브 등의 향신 잎채소나 오일 등이 사용되는데 최근 해외 레스토랑에서는 음식에 훈연 향을 더하는 연기 자체를 접시에 담아내는 경우도 등장했다. 음식이 담긴 접시에 뚜껑을 씌우고 그 사이로 연기를 불어 넣은 뒤 뚜껑을 덮은 채로 테이블로 서빙해 먹기 직전 뚜껑을 열어 연기를 날리는 식이다.

청어피클과 감자를 곁들인 훈제청어

에쎈 | 2013년 10월호

  • 주재료

    청어 1마리, 굵은소금·사과나무 칩·식용유 적당량씩, 감자·사워크림·영양부추 약간씩

  • 청어피클

    청어 1마리, 레몬·적양파 1개씩, 물 5컵, 식초 2컵, 설탕·소금 ¼컵씩, 피클링 스파이스 5작은술

만들기

1인분

|

1시간 이내(상)

  1. 1

    피클용 청어는 반으로 포를 뜨고 살만 발라내 사방 1cm 크기로 자른다. 레몬은 편으로 얇게 슬라이스하고 적양파는 가늘게 채 썬다.

  1. 2

    냄비에 레몬과 물, 식초, 설탕, 소금, 피클링 스파이스를 넣고 팔팔 끓인 뒤 한 김 식힌다.

  1. 3

    밀폐 용기에 청어와 적양파를 담고 피클 물을 부은 뒤 뚜껑을 닫고 냉장실에 넣어 이틀간 숙성시켜 청어피클을 만든다.

  1. 4

    훈제용 청어는 반으로 포를 떠 굵은소금을 뿌리고 냉장실에 넣어 2시간 염장한 뒤 물로 세척한 뒤 건조해 물기를 말린다.

  1. 5

    훈제용기에 청어를 넣고 사과나무 칩을 피워 올리고 75℃에서 3시간 훈제한다.

  1. 6

    감자는 오븐에 구워 껍질을 벗긴 뒤 냉장실에 넣고 겉면이 살짝 꾸덕꾸덕해지게 건조해 사방 1cm 크기로 자른다. 벗긴 껍질은 180℃의 기름에 넣어 바싹 튀긴다. 영양부추는 잘게 썬다.

  1. 7

    접시에 훈제한 청어를 담고 구운 감자, 부추, 사워크림을 곁들인 뒤 감자껍질튀김과 청어피클을 올린다.

Tasty Contrast

단맛을 부각시킬 때에는 짠맛을 적당히 사용한다. 초콜릿 베이스의 디저트에 굵은소금 몇 알갱이를 뿌리는 경우도 그런 경우다. 기름진 맛에 신맛을 더하면 느끼함은 중화되고 고소한 맛이 살아난다. 피시앤칩스에 레몬즙을 뿌리거나 튀긴 중국요리에 초절임을 곁들이는 이유다. 기름기 많은 생선회를 코스로 즐길 때 생강초절임이나 락교를 먹으면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런 연유로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스테이크나 해산물 구이에는 각종 초절임이 가니시로 즐겨 사용된다. 최근에는 기존의 채소뿐 아니라 해산물과 육류로 피클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

세가지 양고기요리를 곁들인 양갈비구이

에쎈 | 2013년 10월호

  • 주재료

    양갈비 100g, 쿠스쿠스·닭고기 육수 ½컵씩, 아몬드·소금·후춧가루 적당량씩

  • 겨자잎페스토

    겨자잎·포도씨유·아몬드·마늘· 파르마산치즈 적당량씩

  • 양다리스튜

    양다리 1개, 양파·당근·셀러리· 토마토페이스트·프로방스허브·마늘· 올리브오일·양고기 육수 적당량씩

  • 양고기소세지

    양고기 100g(자투리 부위), 레드페퍼· 큐민·다진 마늘·다진 양파· 카이엔페퍼·소금·후춧가루 적당량씩

  • 양어깨수비드

    양어깨 100g, 물 2L, 소금·설탕 ½컵씩, 말린 허브 약간

만들기

2인분

|

1시간 이내(상)

  1. 1

    양다리는 손질해 적당한 크기로 썰고 달군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양파와 당근, 셀러리는 잘게 잘라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둘러 색이 날 때 까지 볶다가 토마토페이스트와 마늘, 프로방스허브, 육수를 부워 양다리가 부드러워 질 때 까지 푹 끓여 양다리 스튜를 만든다.

  1. 2

    소세지 분량의 양고기는 믹서에 넣고 곱게 간 뒤 볼에 담고 재료를 모두 넣어 곱게 치댄 뒤 500원 동전 크기로 떼어내 소세지 반죽을 만든 뒤 둥글게 빚어 170℃의 기름에 넣어 노릇하게 튀긴다.

  1. 3

    물에 소금과 설탕, 말린 허브를 넣고 잘 섞어 염지액을 만든다. 진공팩에 양어깨살과 염지액을 넣어 밀봉한 뒤 61℃의 온도에서 24시간 수비드한다.

  1. 4

    분량의 재료를 모두 갈아 겨자잎페스토를 만든다. 아몬드는 잘게 다진다.

  1. 5

    쿠스쿠스에 뜨거운 육수를 넣고 10분간 불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 다음 볼에 담고 겨자잎페스토와 아몬드를 넣어 잘 버무린다.

  1. 6

    양갈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 뒤 그릴에 노릇하게 익힌다.

  1. 7

    접시에 쿠스쿠스를 담고 양갈비를 올린 뒤 양다리스튜와 양고기소시지, 양어깨수비드를 곁들인다.

Tasting Menu-Whole part of Meet

셰프의 솜씨를 조금씩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테이스팅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코스로 구성된 테이스팅 메뉴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가니시가 더해진 한 그릇으로도 풍성한 미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최근 채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육류의 다양한 부위를 내놓는 트렌드가 파인다이닝에 등장했다. 쓸모없는 부위라고 버려지던 돼지의 귀를 튀겨 내기도 하고 돼지 껍질을 장시간 푹 고아 젤라틴만 추출해 새로운 형태의 식재료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 두 시류에 부합해 스테이크에 같은 종류 고기의 다른 부위나 부속이 가니시로 등장하고 있다. 부위마다 조리법을 달리해 셰프는 자신의 창의성을 표현하고 먹는 이는 ‘통째로’ 즐긴다.

머랭쿠키를 곁들인 레몬커드와 무화과
몽실몽실한 프렌치머랭이 올라간 레몬파이를 변형, 레몬커드는 부드러움과 탱탱함을 극대화한 젤리로 만들고 머랭을 바삭하게 구워 가니시했다

Texture

튀긴 곡물이나 과자, 견과류 등은 가니시로 가장 자주 이용되는데 이는 모두 바삭바삭한 식감을 내기 위한 것이다. 적당히 바삭바삭한 질감은 씹는 재미를 더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다 주재료의 부드러움이나 신선함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와 반대로 폼(foam)을 사용해 구름 같은 식감을 내기도 하고 주재료가 바삭한 경우에는 크리미한 가니시를 올리기도 한다. 따뜻하고 바삭한 파이에 차갑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올리는 경우는 질감뿐 아니라 온도의 대비를 이뤄 맛을 증폭시킨다.

맑은 수프에 떠 있는 여린 허브 잎 한 장, 파스타 위에 소복이 갈아 뿌려진 그윽한 트러플, 새하얀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올려진 코코넛 튀일 한 조각. 요리의 화룡점정, 가니시 미학.

Credit Info

요리
이경호
포토그래퍼
김나윤
어시스트
최지은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