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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쎈이 찾아간 심야식당 深夜食堂

서교동 해술달술

On October 06, 2013

해 뜨면 탁한 술, 달뜨면 맑은 술. 이 가게의 이름을 지은 사장은 술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집, 술맛 나는 안주까지 한 상 가득이다.

해술달술의 사장 편경자 씨.

깨끗한 나물도, 군내 없는 떡볶이도, 신선한 생선조림도 모두모두 맛있다

해술달술의 1호점은 연남동에 있는 해달밥술. 해 뜨면 밥 먹고 달 뜨면 술 먹는다는, 그러니까 밥도 팔고 술도 파는 집이다. 메뉴판 없이 그날그날 물 좋은 해산물과 제철 채소로 조미료 없이 차려주는 한 상, 여기에 1인당 일정 금액을 내면 한정식에 버금갈 만큼 푸짐히 차려주고 또 그 메뉴 하나하나가 맛깔나니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는 것은 금방이었다. 테이블이 꽉 차 술 마시러 온 단골과 손님들이 자꾸 돌아가다 보니 결국 저녁부터 술과 안주 한 상을 내놓는 심야식당 버전의 ‘해술달술’을 홍대에 열게 된 것. 그렇게 문을 연 해술달술을 올라가는 계단에는 ‘엄마가 해주는 밥이 그리울 때’라는, 단골손님이 그려놓고 간 벽화가 있다. 사실 기자는 엄마가 해주는 맛이라며 추천하는 집을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데 통상 무언가 빠진 어설픈 맛을 내거나 아니면 소고기 조미료 맛을 내기 때문이다. ‘엄마가 해준 밥이 최고’라는 말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엄마’일 때의 얘기. 이 집의 음식은 동네 엄마들 중에서도 음식 잘하기로 소문난 아주머니의 음식 맛이다. 그 아주머니는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산나물 하나 뜯으러 배 타고 섬에 들어가기를 마다하지 않고 전국 방방곡곡의 어부들과도 친분이 있는지 배에서 막 잡은 해산물 택배가 어촌 마을에서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그렇게 올라온 산나물은 하나하나 깔끔하게 조리되어 제맛을 내고 직접 담은 효소로 만든 장아찌는 밥도둑에, 심심한 양념이 밴 생선살은 튼실하니 술이 절로 넘어간다.

오늘은 긴장을 풀고, 있는 내 모습 그대로

오랜만에 딸이 온 듯, 이곳 사장은 자꾸자꾸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상에 낸다. 자식 입에 뭐 하나라도 더 넣어주고 싶어 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라면, 사람 입에 자꾸 무엇인가를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이곳 사장이다. 얼굴이 상했다며 자꾸자꾸 음식을 꺼내 놓는 엄마 앞에서 무장해제되듯 이곳에서도 모든 긴장이 풀려버린다. ‘친근한 욕쟁이 할머니’의 정 앞에서 어색하지 않은 척, 털털한 성격인 척하며 기 빨릴 필요도 없고, 운치 있는 술집에서 제대로 분위기 내려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도 없다. 특별할 것도 그렇다고 모난 것도 없는 편안한 실내, 야박하지도 무작정 정을 강요하지도 않는 사장. 그리고 가장 평범하지만 가장 사 먹기 어려운 음식. 이리저리 치이느라 위축되고 만사가 피곤해 외식조차 귀찮은 날, 졸아든 위장에 마음마저 각박한 날, 터덜터덜 걸어가 위 채우고 술 마시며 쉬고 싶은 곳. 거창하게 ‘힐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도 머리 아픈 생각들이 부른 배로 옅어지는 곳.

1 1인당 1만5천원을 내면 산나물과 장아찌, 샐러드, 보쌈과 해산물, 고기나 해산물의 메인 요리와 전, 떡볶이 등이 시골 잔치 온 듯 푸짐하게 한 상이 차려진다. 채식인을 위한 채식상도 준비되어 있다.
2 해산물은 주로 산지의 어부들에게서 직접 받은 것으로 차리기 때문에 그날 선도 좋은 산물이 없으면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밀가루 반죽이 거의 보이지 않는 푸성귀 가득한 나물전과 심심하게 간한 생선조림은 술을 부르는 메뉴.
3 구색 맞추기용 싸구려 떡볶이와는 비교 불가인 ‘집 맛 마늘떡볶이’. 가래떡은 매일 아침 떡집에서 뽑아내 말 그대로 입에 철떡철떡 붙고 조미료 없이 질 좋은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잔뜩 넣은 양념은 군내 없이 칼칼하다.
4 다양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 사장은 ‘쥐눈이콩 막걸리’와 ‘금정산성 막걸리’를 추천한다.

해 뜨면 탁한 술, 달뜨면 맑은 술. 이 가게의 이름을 지은 사장은 술을 사랑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집, 술맛 나는 안주까지 한 상 가득이다.

Credit Info

포토그래퍼
강태희
어시스트
최지은
에디터
강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