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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진 셰프의 로컬푸드 기행

대전 영선사에서 봄맛을 찾다

On October 03, 2013

우리나라의 사찰 음식은 문헌으로 전해지는 것 없이 사찰마다 구전된 독특한 음식문화로 발달해왔다. 대전 영선사에서 사찰 음식을 연구하는 법송 스님을 찾아 사찰의 봄맛을 배워왔다.

배즙으로 맛을 낸 별미 물김치

봄이 되면 영선사 앞마당에는 오동통하게 물이 오른 돌나물이 파릇파릇 올라온다. 돌나물을 한 아름 따다가 물김치를 담그면 아삭아삭한 소리가 봄이 완연히 찾아왔음을 알린다. 일반 가정과 마찬가지로 사찰에서도 김치는 중요한 음식이다. 다른 점은 마늘, 파, 부추와 같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생선을 삭혀 만드는 젓갈이나 설탕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늘, 파 대신 생강, 후춧가루, 재피 등으로 향을 내고 젓갈류 대신 장류를 사용해서 맛을 낸다. 설탕 대신 배즙과 같은 천연 과즙을 넣어 단맛을 내고 곡물 죽으로 영양의 균형을 맞춘다.
법송 스님의 물김치는 배즙으로 달짝지근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비법이다. 여기에 나른한 봄날 쓴맛으로 식욕을 돋우고 기를 더하는 민들레와 더덕을 넣어 숙성시키면 단맛과 쓴맛이 조화를 이뤄 감칠맛이 난다. 또한 현미로 죽을 쑤어 넣어 영양적을 높인다.

약리에 맛을 더한 참가죽전

사찰 음식의 기본은 채식이다. 산이나 들에서 나는 제철의 나물을 국, 무침, 쌈 등으로 먹고, 그대로 말리거나 소금물에 데쳐서 말린 다음 가루를 내어 쓰기도 한다. 또한 약리작용을 하는 산야초를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음으로써 자연 치유에 도움받을 수 있다. 건강을 염려하는 현대인들이 사찰 음식을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가죽 순, 씀바귀, 두릅, 민들레 등 쓴맛을 지닌 봄의 산야초는 그 자체로 약이 된다.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촉진해 기를 보하기 때문이다. 그중 참가죽 순은 사찰에서 장아찌나 전으로 만들어 즐겨 먹는 음식이다. 철판에 고소한 들기름을 넉넉히 둘러 참가죽 순을 밀가루 반죽에 흥건히 묻혀 지져내면 몸의 독소를 빼주고 자궁을 튼튼하게 해주는 약리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 구수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가게 된다.

1. 돌나물물김치 / 2. 참가죽전 / 3. 죽순비빔국수 / 4. 냉이무말랭이만둣국

자연의 맛을 감싼 만둣국

봄이 더딘 올해에는 냉이가 이제야 뿌리를 땅속 깊이 박았다. 법송 스님은 봄 향기 가득히 영근 냉이 뿌리를 된장국에만 넣어 먹기 아까워 깨끗하게 손질해 송송 다져 만두소를 만든다. 단맛이 꽉 찬 겨울 무를 5번 찌고 말리기를 반복한 무말랭이도 물에 헹군 뒤 송송 다져 넣고 간장으로 짭조름하게 간한다. 작년에 말려두었던 참가죽 순과 말린 표고버섯, 무말랭이, 다시마로 채수(채소 국물)를 우려낸다. 참가죽 순을 넣으면 마치 마른 멸치를 넣고 우린 국물처럼 개운한 맛이 난다. 채수에 넣고 끓인 만둣국은 어느 재료 하나 도드라지지 않지만 부족함도 없이 온전한 맛의 조화를 이룬다.

스님을 미소 짓게 하는 죽순국수

사찰에서는 떡과 국수를 승소(僧笑)라고 하는데 이것은 힘든 수행을 하는 절에서 별미 중의 하나로 스님을 웃게 할 정도로 맛있다는 뜻이다. 스님들이 국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국수가 적어지면 웃음도 적어진다고 하여 승소소시승소소(僧笑小時僧笑小)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한국의 국수는 고려 시대에 중국의 사찰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단백질인 글루텐이 들어간 국수는 채식만 하는 승려들에게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해주는 영양식이기도 했다. 이 맘때쯤 땅을 뚫고 올라오는 죽순을 된장 푼 물에 삶아 국수에 곁들이면 살캉살캉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우리나라의 사찰 음식은 문헌으로 전해지는 것 없이 사찰마다 구전된 독특한 음식문화로 발달해왔다. 대전 영선사에서 사찰 음식을 연구하는 법송 스님을 찾아 사찰의 봄맛을 배워왔다.

Credit Info

포토그래퍼
최해성
에디터
양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