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 스토리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FOOD

윤정진 셰프의 로컬푸드 기행

경남 사천 송비산에서 봄나물 약선을 배우다

On October 03, 2013

예로부터 ‘식의(食醫)’라고 해서 ‘약을 쓰기 전에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그것이 안 될 때 약을 사용하라’는 말이 있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데 몸이 나른해지는 봄이면, 식의라는 옛말을 되뇐다. 눈이 녹고 땅이 언 자리가 헐거워지면 어김없이 새순이 솟아난다.

파릇한 봄이 밥상에 오르다

따스한 햇살 가득 들어선 송비당의 앞마당에도, 뒷산에도 봄기운이 스며들어 파릇하게 어린순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땅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새순은 어떠한 값비싼 재료보다 귀하디귀하다는 정혜숙 씨는 음력 2월쯤 되면 쑥보다 일찌감치 자라는 광대나물, 꽃다지, 소리쟁이, 쑥부쟁이 등을 따다가 나물을 무친다. 몸속의 비타민 소모량이 3~5배나 증가하는 봄날, 비타민이 풍부한 새순은 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존재다. 맛은 쌉싸름하지만 꼭꼭 씹다보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에 취한다. 몸이 약했던 그녀는 10년간 지리산 속에 살면서 산야초를 캐다가 나물을 무쳐 먹고, 장아찌를 담그고, 효소를 만들어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것을 몸소 체험해 약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5년 전 이곳 송비당으로 옮겨 와 진주국제대학에서 영양학을 이수했고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접목해 약선 요리를 강의하고 있다. 워낙 손끝이 야물고 바지런한 그녀는 지금 천연 염색한 식탁보 위에 직접 빚은 그릇을 올리고 여기에 약선을 담아 손님들에게 대접하는 것을 또 다른 업으로 삼고 있다. 사람마다 다른 체질을 가지고 있으니, 자신의 체질을 잘 알고 부족한 기운은 음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강조한다. 그녀는 송비당 뒷산에서 꺾은 새순과 지친 봄날에 기를 충만히 채워주는 나물들을 윤정진 셰프에게 선보였다.

(좌측부터) 해독 작용에 좋은 감국잎(토종 국화)나물
장염에 좋은 소리쟁이나물
피부 미용에 좋은 녹찻잎나물
노화 방지에 좋은 톳나물
어혈을 풀어주는 광대나물
자궁에 좋은 쇠비름나물

봄나물 약선 6

감국잎(토종 국화)나물 이른 봄에 파릇하게 자라난 감국 순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헹궈 꼭 짠다. 두부는 면포에 물기를 꼭 짜서 감국잎과 합한 다음 여기에 간장, 참기름, 약선가루를 함께 무친다.
소리쟁이나물 소리쟁이 새순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소금 간하여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거둔 다음, 고추장, 매실청, 꿀, 감식초를 섞은 초장을 곁들여 낸다.
톳나물 톳에 멸치액젓, 참기름, 약선가루를 넣고 고루 무쳐 낸다.
광대나물 이른 봄에 파릇하게 자라난 광대나물을 채취하여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헹궈 꼭 짠다. 데친 광대나물과 간장, 참기름, 약선가루를 함께 무친다.
쇠비름나물 여름에 쇠비름의 잎과 줄기를 채취해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서 햇볕에 말려 냉동실에 보관한다. 잘 말린 쇠비름나물을 물에 불린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고 국간장, 참기름, 약선가루를 넣어 무친다.
녹찻잎나물 차를 우리고 난 녹찻잎에 밀가루를 뿌려 김이 오른 찜기에 10분간 찐다. 쪄낸 녹찻잎에 간장,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다.

“초봄에 나는 새순은 독성이 없고 비타민이 가득합니다. 소금보다는 집간장으로 간을 하고 약선가루를 넣어 나물을 무치죠. 약선가루란 팥, 녹두, 콩, 참깨, 들깨, 현미, 땅콩, 호두를 각각 볶아 곱게 가루 낸 뒤 섞은 천연 양념이에요.나물에 없는 성분을 약선가루가 보완하고 맛도 더욱 고소해집니다.”

1. 우엉채샐러드

“우엉은 당질이 풍부한 알칼리성식품으로 근채류 중 가장 많은 식이 섬유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식이 섬유는 몸속의 독소를 배출해줘 황사 철에 섭취하면 좋으며, 폐 기능을 향상시켜 봄철에 걸리기 쉬운 알레르기성비염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죠. 우엉을 채 썰어 샐러드로 만들면 아삭아삭 씹는 소리도 봄날처럼 명랑합니다. 우엉 채를 꿀, 매실청, 감식초에 버무리고, 곱게 채 썬 귤껍질을 조청에 졸인 소스를 곁들이면 향긋한 내음이 혀끝을 감쌉니다.”

2. 장아찌를 채운 우엉두부찜

윤정진 셰프가 이곳에 있는 재료들을 모아 즉석에서 만든 약선 일품을 소개한다. 우엉과 마를 갈고 두부를 으깨 섞어 손바닥에 납작하게 편 다음 그 속에 송송 썬 머윗대장아찌를 넣고 오므려 찌면 겉은 담담하고 속에 짭조름한 맛이 숨겨진 우엉두부찜이 완성된다.

여름 전통 옷감인 모시는 모시풀의 줄기 껍질로 만드는데, 잎으로 만든 것이 바로 모시떡이다. 사천에는 모시옷을 만드는 가내수공업도 발달되어 모시풀이 많이 자란다. 모시풀이 한창인 여름 한철에 떼어다가 팔팔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치고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 뒤 한 번 먹을 양만큼 일회용 팩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둔다. 그러고선 손님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모시잎을 꺼내 현미와 보리를 함께 빻아 모시떡을 빚어 직접 덖은 차와 함께 대접한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갓 쪄낸 모시떡에 참기름을 발라 반질반질하게 윤기를 내면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꿀 대신 피부 미용에 좋기로 잘 알려진 서태후윤부고를 모시떡과 함께 곁들여 먹으면 영양도 맛도 배가 된다.

3. 모시떡

“옛날 농가에선 모시잎을 이용해 일반 송편보다 2~3배 큰 송편을 빚어 먹었습니다. 여름철 고된 노동을 한 뒤 서로의 노고를 위로하며 상부상조의 따뜻한 정감을 나눴지요. 머슴들을 위로해주는 음식이라 해서 ‘머슴송편’이라고도 불렸는데, 최근 연구 자료에서 모시잎에는 칼슘, 철, 마그네슘, 칼륨 등의 무기질 성분과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밝힌 것을 보면 머슴들에게 영양식이나 다름없었겠죠. 무기질이 듬뿍 들어 있는 모시떡은 노곤해진 몸에 활력을 채워줍니다.”

예로부터 ‘식의(食醫)’라고 해서 ‘약을 쓰기 전에 먼저 음식으로 치료하고 그것이 안 될 때 약을 사용하라’는 말이 있다. 어디가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데 몸이 나른해지는 봄이면, 식의라는 옛말을 되뇐다. 눈이 녹고 땅이 언 자리가 헐거워지면 어김없이 새순이 솟아난다.

Credit Info

포토그래퍼
최해성
어시스트
오혜숙
에디터
양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