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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친' 이경호 셰프의 조리 탐구

육수

On October 03, 2013

음식의 기본이 되는 맛국물인 ‘육수’는 영어는 ‘스톡(stock)’, 불어는 ‘퐁(fond)’, 일본어는 ‘다시(だし)’ 등 세계 각국에서 불리는 이름은 다르지만 용도는 같다. 또한 나라마다 맛국물을 우려내는 데 다른 재료를 사용해 맛과 향은 다르지만, 만드는 메커니즘은 통한다.

우선 육수를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멸치, 표고버섯 혹은 쇠고기, 파 등을 넣고 기본적으로 끓인다. 제6의 맛 ‘우마미(감칠맛)’라는 말을 세계 공용어로 만든 일본의 대표적인 육수는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를 넣고 우린다. 미식의 근원지인 프랑스의 대표적인 육수 중 하나인 송아지고기 육수(fond de veau)는 육류와 당근, 양파, 셀러리, 월계수 잎 등을 함께 넣고 뭉근히 끓인다. 각기 재료는 다르지만 자세히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재료는 달라도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는 ‘물’이다

‘물’에 ‘아로마’를 지닌 재료를 넣어 우리면 향과 맛이 물에 녹아든다. 맛은 우리 입안에 있는 미각과 코 윗부분에 있는 후각이 조합된 것이다. 미각의 종류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감칠맛이 전부인데 반면 냄새의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는다. 이러한 풍부한 향을 내는 재료에는 과일(귤, 유자, 사과 등), 씨앗(들깨, 딜, 펜넬 등), 잎(녹차잎, 감잎, 월계수 잎), 꽃(장미, 재스민, 라벤더), 열매(오미자, 구기자, 로즈힙), 뿌리채소(도라지, 더덕, 우엉, 칡, 냉이 등), 허브(깻잎, 달래, 로즈메리, 세이지, 타임 등), 향신료(셀러리, 마늘, 생강, 고추, 후추), 나무(엄나무, 옻나무, 참나무) 등이 있다. 아로마를 풍기는 재료는 식재료의 좋지 않은 잡냄새를 없애주면서 식욕 증진, 소화 촉진, 약용 효과의 기능을 갖고 있다.

아로마 성분이 담긴 물에 ‘감칠맛’을 더하면 ‘육수’가 완성된다

‘우마미(감칠맛)’에 대해 알아보자. 감칠맛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일본 도쿄대학의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다. 그는 어느 날 두부전골을 먹다가 두부에 스며든 다시마 국물 맛을 보고 그 맛이 무엇인지 연구에 매달렸다. 마침내 그는 다시마 국물에서 감칠맛을 내는 대표적 성분인 글루탐산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1913년엔 일본의 고다마 신타로가 가쓰오부시에서 감칠맛을 내는 이노신산을, 1957년엔 구니나카 아키라 박사가 표고버섯에서 감칠맛을 내는 구아닐산을 발견했다. 1985년 감칠맛의 일본어 표현 ‘우마미’는 국제 공용어로 지정되었다. 감칠맛을 내는 성분은 채소, 버섯, 육류, 해산물, 발효 식품 등 자연의 재료에는 모두 함유되어 있다. 다만 그 맛을 끌어내는 요소가 얼마나 많이 함유되어 있느냐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감칠맛이 난다’라는 것은 음식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 덕분이다. 아미노산에는 여러 성분이 있는데 다시마, 김, 토마토, 양파에는 ‘글루탐산’이, 오징어, 새우, 무, 비트에는 ‘베타인’이, 새우, 오징어, 조개류에는 ‘타우린’ 성분 때문에 감칠맛이 난다. 또한 핵산을 이루는 성분 중 ‘이노신산’이 함유된 가쓰오부시와 멸치, 육류, 그리고 ‘구아닐산’이 함유된 마른 표고버섯에도 감칠맛이 숨어 있다. 감칠맛을 내는 재료를 두 가지 이상 섞으면 맛을 더욱 상승시킨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다시마와 멸치, 마른 표고버섯을 넣어 국물을 우리고 서양에서는 소의 정강이뼈와 양파, 토마토를, 일본에서는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간장을 넣고 끓인다.

물+아로마=차
물+아로마+감칠맛=육수
물+아로마+감칠맛+짠맛=국(soup)

육수는 음식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간이 되어 있지 않아야 하고 불순물 없이 맑아야 한다. 부유물이 약간이라도 남아 있으면 잡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깨끗한 육수를 우리기 위해서는 뚜껑을 닫지 않고 중간 불에서 은근히 끓이면 된다. 육수의 불순물을 없애기 위해 프랑스의 맑은 육수인 콘소메(consomme)를 끓일 때 마지막에 흰자 거품을 올리기도 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맑게 끓인 육수를 냉동실에 얼린 뒤 거즈로 싸서 실온에 천천히 녹여 똑똑 떨어지는 맑은 육수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위와 같은 공식으로 재료들 맛의 조합을 고려해 끓이면 자신만의 색다른 육수를 만들 수 있고, 이 육수를 기반으로 국물 요리, 소스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1. 대두육수와 뿌리채소테린

푸릇한 채소를 구하기 힘든 겨울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두로 육수를 내고 뿌리채소를 곁들인 따끈한 수프. 콩의 아미노산에서 추출되는 감칠맛과 한국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냉이 향이 물에 녹아든 육수에 자연의 색으로 물든 뿌리채소테린이 맛의 조화를 이룬다.

2. 대두후무스를 곁들인 대구와 마른오징어벨루테

맛 좋은 육수는 수프와 소스의 탄탄한 뼈대라 할 수 있다. 타우린 성분이 다량 함유된 마른오징어와 배추 뿌리로 향을 낸 육수를 이용해 프랑스 5대 모체 소스 중 하나인 벨루테를 만들어 대구요리를 곁들였다. 앞서 만든 대두 육수의 대두를 활용해 만든 후무스(hummus: 콩과 마늘, 레몬즙, 소금, 올리브유 등을 섞어 만든 퓌레로 중동 요리에 즐겨 사용된다.)를 대구에 발라 오븐에 구우면 촉촉함은 유지되고 바삭거리는 식감을 더할 수 있다.

음식의 기본이 되는 맛국물인 ‘육수’는 영어는 ‘스톡(stock)’, 불어는 ‘퐁(fond)’, 일본어는 ‘다시(だし)’ 등 세계 각국에서 불리는 이름은 다르지만 용도는 같다. 또한 나라마다 맛국물을 우려내는 데 다른 재료를 사용해 맛과 향은 다르지만, 만드는 메커니즘은 통한다.

Credit Info

요리&도움말
이경호 셰프
포토그래퍼
김나윤
에디터
양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