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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양주연구소 류인수 소장의 가양주 이야기 (3)

백화주 빚기

On October 02, 2013

겨울에 피는 매화꽃부터 가을 국화까지 백 가지의 꽃을 말려두었다가 빚은 백화주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은은한 향기와 맛이 일품이다.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서 마시는 백화주를 상상하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과정 1. 고두밥 찌기

1 찹쌀 2kg을 깨끗하게 씻어 물에 3시간 이상 담가두었다가 1시간 정도 물기를 뺀다.
2 젖은 면포를 큰 찜기에 깔고 불린 찹쌀을 부어 고루 편 뒤 불에 올린다. 첫 김이 나고 40분 정도 찐 뒤 20분 정도 뜸 들인다.
3 찹쌀이 담긴 면포째 대나무 발 위에 펼쳐 주걱으로 넓게 펴서 찹쌀밥을 뒤집어가며 식힌다.
4 밥이 한 김 식으면 주걱을 세워 넓은 골을 그어 식힌다. 손등을 밥에 대었을 때 차가운 정도가 될 때까지 식힌

과정 2. 밑술 거르기

1 밑술을 준비한다. 밑술 만드는 방법은 <에쎈> 2013년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홈페이지 www.iessen.co.kr)
2 큰 볼에 체를 올려두고 베주머니를 얹은 다음 밑술을 담은 뒤 입구를 봉하고 손으로 주물러 짠다. 거름망에 남아 있는 지게미는 버린다.

과정 3. 밑술과 고두밥을 혼합하여 발효하기

1 밑술(2.6L)과 고두밥을 섞는다. 이때 고두밥이 알알이 떨어지도록 손으로 살살 주무른다.
2 백화(1.5g)를 ①에 뿌려 섞은 뒤 술독에 담는다.
tip 취향에 맞는 말린 꽃을 넣으면 다양한 향의 가양주를 시도할 수 있다. 또한 말린 꽃을 넣지 않고 밑술에 고두밥만 섞어 발효시키면 순곡주를 완성할 수 있다.
3 마지막으로 맨 위에 백화(0.5g)를 뿌린다.
4 술독 입구를 한지로 덮어 봉한 뒤 25℃에서 2주간 발효시킨다. 완성된 술을 과정 2의 밑술 걸러내듯 거르면 젖내기술(물에 타지 않는 술)이 되어 기호에 맞게 물에 타 마시면 되고, 냉장고에 두어 위에 뜨는 맑은 술만 따르면 청주가 된다.

백화주 이야기

백화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흰 백(白)자를 쓰는 백화주, 다른 하나는 일백 백(百)자를 쓰는 백화주다. 전자는 술이 완성된 모습을 보고 지은 이름이고, 후자는 100가지 꽃을 넣어 빚어 백화주라고 한다. 전자의 경우, 술을 빚으면 쌀이 삭아 밑으로 가라앉고 위에 남아 있는 쌀알이 마치 흰 꽃이 핀 것 같다 하여 백화주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번에 만든 백화주(百花酒)는 1760년대 편찬된 <증보산림경제>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책에는 ‘여러 가지 꽃을 따서 여름에 응달에 펴서 말리는데 이것이 어려우면 햇볕에 말려도 된다. 쌀 1말을 빚을 경우, 꽃 반 근을 쓰는데 혹 서너 냥(1냥=37.5g)을 써도 좋다. 꽃이 많이 들어가면 술맛이 좋지 않다. 꽃에 술밥과 누룩을 섞고 밑술에 부어 익으면 마신다. 사람 몸에 좋다’고 제조법이 적혔다.
1800년대 <고대규합총서>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겨울에 매화 동백으로부터 익년 추국까지 일백 가지 꽃을 모으되 송이째 여희입시치 말고 음건(그늘에서 말려)하여 각각 봉지를 지었다가 중양 시에 국화 경개하기 매쳐(흐드러지게 피기에 이르러) 술을 빚되, 다른 꽃은 비록 향기 많다가도 마르면 향기가 감하고, 국화는 마른 후 더욱 향기로우니 위군하고 도, 행, 매, 연(복사꽃, 살구꽃, 매화꽃, 연꽃) 등과 초화에는 구기, 냉이꽃 등 성미가 유익한 것은 돈 수를 넉넉히 하고 다른 꽃은 각각 한 돈씩 하되 왜철쭉, 옥잠화, 싸리꽃은 지독하니 넣지 말라’고 전한다.
이러한 문헌에 따라 꽃을 넣은 가양주를 빚을 때 왜철쭉, 옥잠화, 싸리꽃을 넣지 않게 되었다. 요즘에는 차를 판매하는 곳에서 백화, 말린 국화꽃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 백화는 향도 좋지만 1700년대 조리서 <온주법>에 ‘무병장수하고 음식 아니 먹어도 용안이 이상하여 죽지 않나니라. 자식 못 낳는 사람이 생산하나니라’고 기록된 것과 같이 우리 몸을 이롭게 하는 효능까지 갖추었으니 약주로 적정한 양을 음용하면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류인수 씨는
허영만 작가의 베스트셀러 만화 <식객>에 소개된 젊은 우리 술꾼이다. 현재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이자 한국전통주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으며, 혜전대학교 외래 교수, 지역술찾기운동본부 본부장을 겸하고 있다. 2009년 농림수산 식품부 장관 전통주 활성화 공헌 표창을 받았다. 우리 술의 대중화를 위해 술독닷(www.suldoc.com)에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겨울에 피는 매화꽃부터 가을 국화까지 백 가지의 꽃을 말려두었다가 빚은 백화주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은은한 향기와 맛이 일품이다.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서 마시는 백화주를 상상하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Credit Info

도움말
류인수(한국가양주연구소장)
포토그래퍼
정문기
에디터
양연주